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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한의 <사랑아 늦어서 미안해>

작사 양재선 / 작곡 성시경

by GAVAYA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조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Qnn8-R2 QNe0? si=7 RMGyxkvwgTDqR44


난 그런 너를 두고도

사랑이 온 지 몰랐어


너 떠나가는 순간도

사랑했는지 몰랐어


가슴 아픔이 너 때문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


사랑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


- 김조한의 <사랑아 늦어서 미안해> 가사 중 -




너를 곁에 두고도

그냥 스쳐가는 인연으로 대했어

난 한 걸음 느렸던 거야

가슴이 그리도 말을 해 줬는데도


금세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널 보면서도

못 본채 밀어냈어

그런데도 넌 나의 작은 못짓조차

놓치지 않고 마음을 써줬지


내 감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가

사랑이 이렇다 저렇다 말했나 봐

이제야 그런 네가 생각나서

너에게 잘해 준 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나서

힘들어 눈물까지 흘려


행복해지는 게 겁이 나서

자꾸만 널 외면했던 걸까

아직 기회는 있는 거겠지

니 미련도 나처럼 느리잖아

이번엔 내가 아플 차례잖아


그런 너를 두고

사랑이 온 지도

사랑이 떠나가는지도 몰랐다니

가슴이 아프고서야

그제야 알게 된 거야


다신 그러지 않을게

시작이 늦었던 만큼

더 오랫동안 많은 시간

너를 사랑할게


사랑아. 너무 늦어서 미안해




김조한은 1993년 그룹 솔리드로 데뷔했습니다. 남자 3인조 그룹 솔리드는 '이 밤의 끝을 잡고''천생연분' 등 명곡을 만들었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R&B(리듬 앤 블루스) 그룹이라고 해야겠죠. 미국에서 건너와서 데뷔를 한 지라 지금까지도 그런 억양을 느끼게 되는데요, 데뷔 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던 게 생각나네요. 하하하.

1997년 솔리드가 해체되면서 솔로로 가수 인생 2막의 서막을 엽니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오늘까지만> 등이 많은 리스너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곡들이죠. 노래가 유명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는 하지 않는 편입니다. 음반을 많이 자주 내는 편도 아니고요. 하지만 가요계애서 그 특유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죠.

이번 노래는 2007년 발매한 정규 5집 'Soul Family With Johan'에 실린 곡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아'라고 칭하면서 '늦어서 미안해'라고 말하고 있죠. 뭐가 늦었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야 한 걸까요?전반부의 김조한 씨안의 감미로운 음색과 후반부의 폭발적인 성량이 어우러져 곡의 퀄리티를 높이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이한 것은 가수 성시경 씨가 작곡가로 참여했다는 점이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함께 풍덩해 보실까요? 왜 사랑에게 미안한 지는 첫 가사만 들어봐도 한 번에 감이 옵니다. '항상 곁에 있지만/ 엔젠가는 스쳐갈 사람/ 금을 그어둔 채/ 그렇게 지냈어' 부분이죠. 여러분들은 이런 경우 있으신가요? 곁에 사랑할 사람을 두고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거 말이죠.

이 노래의 화자는 본인이 늘 한 걸음 느린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도 가슴이 '니 사랑 옆에 있잖아. 놓치면 안 돼. 꼭 잡아'라고 말해줬건만 그것마저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죠. '금방 울 것 같은 널 바라보며/ 침묵으로 너를 난 밀쳐냈었지'에서 보듯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까지 했죠.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를 상기해 봅니다. '나의 마음도 알지 못하면서/ 사랑을 다 아는 듯 떠들었었지'라고요. 원래 중도 남의 머리는 잘 깎아도 자신의 머리는 어찌하지 못하는 걸까요. 테스형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도 우연은 아니겠죠.

그런 반면 상대방은 그렇게 행동하는 화자를 향해 애정 어린 관심을 쏟아주죠. '내 마음 조금도 미안하지 않게/ 어깨 들썩임까지 마음 썼던 너' 부분입니다. 이렇게 지은 죄가 많으니 당연히 지금은 아프고 힘들 수밖에 없겠죠.

제가 이 노래에서 유일하게 해석이 어려운 파트가 있는데요. '나 힘들어 너무 생각나서 또 생각이 안 나서/ 그 한 가지 생각에 또 눈물만 나' 부분입니다. 생각나서 힘든 건 뭐고 생각나지 않아서 힘든 건 뭘까요? 힘든 건 보고 싶은 상대방일 거고요. 생각이 안 나는 건 상대에게 잘해 준 것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날 만큼 미안한 감정이 들어 화자가 힘든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난 그런 너를 두고도 사랑이 온 지 몰랐어/ 너 떠나가는 순간도 사랑했는지 몰랐어/ 가슴 아픔이 너 때문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 사랑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 부분입니다. 가사도 이쁘고 리듬도 참 좋죠. 이 노래의 전부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요. 별도의 해석은 안 붙일 테니 느끼셔요. 하하하.

그러면서 떠난 상대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한 줌 품어봅니다. '아직 날 잊진 않겠지/ 니 미련도 느리잖아/ 더 기다리면 올 거지/ 이제 내가 아플 차롈테니까' 부분입니다. 전 이 가사에서 '니 미련도 느리잖아' 부분의 가사가 참 좋네요. 떠난 임을 되돌리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게 느껴져서라고 할까요.

그리고 말합니다. 시작이 늦은 만큼, 늦게 출발했던 만큼 상대보다도 더 오래 더 많이 사랑할 거라고요. 가사 전개가 상당히 매끄럽죠. '늦음 -> 깨달은 후 미안함 -> 늦었던 만큼 더 오래 더 많이 사랑한다' 식으로 순차적으로 가사가 하나씩 탑을 잘 쌓아나가는 모습이네요. 작사가님. 존경합니다. 하하하


오늘은 '타이밍(Timing)'이라는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하는데요. '사랑은 타이밍이다' 이런 말 들어보셨죠. 아니면 '나와 결혼할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혼할 타이밍에 내 곁에 있는 사람이다' 이런 말도 있고요. 그만큼 우리 인생에서 타이밍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혹자는 사전에 대비를 튼튼히 해서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흔히들 인생에 세 번의 성공 운 혹은 타이밍은 온다잖아요. 그런데 그 타이밍이란 걸 사전에 알아차린 분들보다 왜 그 반대가 많은 걸까요? 네 타이밍은 사후적인 평가 성격이 더 큰 거 아닐까요?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때가 타이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식으로요. 그 반대라면 이 노래처럼 뒤늦게 그걸 알아서 이처럼 애가 타는 일은 없을 거잖아요.

움직이는 사람 사이에 타이밍을 맞추는 게 쉬울까요? 게다가 사람의 마음이 적확한 타이밍에 맞아야 하는 거라면요. 우린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봤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도 그게 잘 될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서로가 사랑하는데 동시에 스타트를 시작하고 동시에 앤딩 지점에 들어온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냥 한 걸음 두 걸음씩 앞서고 뒤선 모습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나요? 그 정도만 돼도 우린 성공한 사랑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인생은 타이밍이다'. 그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타이밍은 이 말을 내뱉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누군가는 10대가 누군가는 50대가 누군가는 70대가 그때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경우도 많고요.

전 타이밍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너무 손해보지 않고 최대 수확을 거두려는 우리의 욕심이 보입니다. 착착 맞아서 나에게 1도 손실 없이 무언가를 얻는 것이 떠오르지 않나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런 건 그냥 운입니다. 노력한다고 가늠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우리 안에 있는 정확한 시점이라는 환상을 내려놓을 때 진짜 성공을 향한 타이밍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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