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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작사/작곡 김종완 of NELL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넬(NEEL)'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sOODKgzx3 k? si=QKdxTTxGnLHBgzNJ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 그래


어떤가요 그댄 어떤가요 그댄

당신도 나와 같나요 어떤가요 그댄


-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가사 중 -




아직도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손길을 느껴

난 너의 흔적 안에 사는 듯해


아직도 아직도

너의 모습이 보이고 온기를 느껴

난 너의 시간 안에 사는 듯해


오늘도 내일도

너를 느끼고 볼 수 있어

어제와 오늘 하루가 나에게 같은 거야


낯선 행인의 모습 속에서

바람에 날리는 저 낙엽 위에서

뺨을 스치는 저녁의 찬 공기 속에서도

너의 모습이 떠나질 않아


길 위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위에서

무심코 집어든 유리잔 안에서

내 모습을 보다가도 거울 속에서

귓가에 들리는 음악 속에도

너의 모습이 떠나질 않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너의 기억이 날 찾아오지

넌 어떠니 나와 같니





넬은 이정훈, 김종완, 이재경으로 이루어진 3인조 모던 록밴드입니다. 1999년 결성되었고 홍대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종완 씨가 보컬, 이재경 씨가 키보드, 이정훈 씨가 베이스를 맡았습니다. 멤버 4명이 교체 없이 쭉 오다가 올해 6월 정재원 씨가 떠나며 3인조가 되었다네요.

대부분 노래를 김종완 씨가 작사 작곡한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밝은 노래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입니다. 넬(NELL)이라는 활동명은 조디포스터 주연의 영화 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극 중 주인공 넬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견고히 하며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역시 독특한 스타일의 그룹입니다. 인정~

작년에 공식 유튜브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특이하다!) 월 3만 원을 내는 유료 서비스로 예능, 라이브, 음악 분석 등 넬의 콘텐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네요. 20년 이상 장수한 그룹이어서 팬층이 두터운 편이라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쩝)

오늘 소개해 드린 노래가 대중에게는 가장 잘 알려져 있어서 밴드가 아닌 발라드 가수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죠. 이번 노래는 2008년 4집 앨범 <Separation Anxiety>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퐁당해 보실까요? 제목이 <기억을 걷는 시간>입니다. 왠지 소설 제목으로 쓰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사랑하는 임과 헤어진 후의 감정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임은 떠나갔지만 눈으로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에 임의 모습이 담겨 있는 상황을 표현한 곡입니다. 가사가 운율에 맞춰서 정갈하게 잘 쓰여져 있습니다. 첫 가사부터 따라가 보시죠.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오늘도 난 너의 흔적에 살았죠'로 시작하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지만 그 흔적 속에서 헤매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네요. 이어지는 가사도 대동소이 합니다. '아직도 너의 모습이 보여/ 아직도 너의 온기를 느껴/ 오늘도 난 너의 시간 안에 살아'입니다. 비슷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죠.

2절에는 '지금도 난 너를 느끼죠/ 이렇게 노랠 부르는 지금 이 순간도/ 난 그대가 보여/ 내일도 난 너를 보겠죠/ 난 너를 듣겠죠/ 내일도 모든 게 오늘 하루와 같겠죠' 부분이 나옵니다. 1절의 느낌을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죠. 화자에겐 어제-오늘-내일의 시간이 아니라 어제-어제-어제의 시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안타깝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데요. 세상 어디를 봐도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느낌을 잘 표현한 가사네요. 나름 운율도 좋고 표현 방식도 신선합니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 부분입니다.

이 정도면 떠난 임이 거의 신 수준이죠. 삼라만상에 어디든 있으니 말이죠. 그만큼 화자의 마음속에서 떠난 임의 모습이 가득차 있음을 이렇게 표현했겠죠. 리듬감은 있지만 잘 들어보면 굉장한 슬픔이 느껴지는 오묘한 매력이 있네요. 역시 넬 스타일이라고 인정할 만합니다.

2절에서도 비슷한 가사가 나옵니다.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저 의자 위에도/ 물을 마시려 무심코 집어든 유리잔 안에도/ 나를 바라보기 위해 마주한 그 거울 속에도/ 귓가에 살며시 내려앉은 음악 속에도 니가 있어' 부분이죠. 개인적으로는 어미를 위에도-안에도-속에도 순으로 구성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딴지를 좀 부려보고 싶은 가사이기도합니다. 하하하.


자. 오늘은 이 노래의 제목에 나와 있는 '기억'에 대해 잠깐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기억과 추억의 차이를 아시나요? 기억은 단순한 사실, 추억은 거기에 감정까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력'이라는 말은 있어도 '추억력'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 거죠.

제가 저의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도 기억이라는 파트를 다루었는데요. 한 때 독일 축구를 평정하던 차두리 아버지 차범근 선수는 저에게 기억이 될 수 있어도 추억을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선수시절 뛰는 모습을 보며 함께 울고 불고 하던 감정이 빠졌기 때문이죠. 기록물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놈의 기억이라는 게 같은 상황을 놓고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 아시죠. 인간은 다 본인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서 그런 가 봅니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기억을 재조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왕왕 발생하기도 합니다.

제 기준에 따르면 이 노래의 제목은 '기억을 걷는 시간'이 아니라 '추억을 걷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워낙 기억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보편화되어서 인지 '기억을 걷는 시간'이 훨씬 잘 어울리긴 합니다.

누군가가 글을 쓰는 것의 효용성을 언급하면서 기억력을 높여준다고 말하더군요. 글쟁이는 살면서 모든 것을 글의 소재화하기 위해 일반 사람들보다 기억능력이 발달한다나 뭐라나. 네. 저도 어린 시절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직업적으로 글쓰기를 하게 돼서 인지는 몰라도 20년 전의 첫 직장 생활을 또렷이 기억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말 같습니다.

예전에 이런 사례를 보면서 기억이란 뭘까를 한참 생각했었는데요. 어떤 사람이 다쳐서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 부분이 손상된 겁니다. 그래서 일명 금붕어 기억력이라는 3초 기억력을 갖게 된 것이죠. 3초만 되면 기억이 제로화되는 사람이었죠. 생명은 부지했지만 과연 기억이 없는 삶이 어떤 삶의 의미가 있는가 하고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에게 기억이란 지금의 나와 같은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없다면 나란 존재가 의미를 잃어버리니까요. 좋은 기억 많이 쌓으면서 살아보아요. 하하하. 오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도 사람인지라 클릭할 확률이 높은 최신곡 위주로 올려볼까 이런 생각도 합니다. 어제 최신곡을 올렸더니 평소보다 조회수가 많이 나왔더라고요. 하하하. 하지만 전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 제 맘 가는 대로 선곡하고 제 맘 가는 대로 글을 쓰렵니다. 적절히 안배는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과거로 다시 시선을 돌려보았습니다. 과거 제가 이 노래를 듣던 그때를 기억하면서요. 전 개인적으로 기억보다 추억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삶을 지향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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