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의 <흰수염고래>
작사 윤도현 / 작곡 윤도현, 허준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윤도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 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 윤도현의 <흰 수염고래> 가사 중 -
작은 연못을 넘어선
저 세상엔 뭐가 있을까
난 그 세상이 궁금해
넓은 바다로 가길 늘 꿈꿔
하지만 그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할지
더딘 발걸음에
중간에 지쳐버릴지도 몰라
약간은 두렵기도 해
하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진 않을 거야
울고 싶은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곳에 다다를 거야
가는 길이 생각한 것보다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 볼거야
난 혼자가 아니야
우리 모두는 언젠가
흰 수염고래가 바다에서
거침없이 헤엄치듯이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거야
우린 그런 사람이길 바라지
윤도현은 1994년 정규 1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로 데뷔했습니다. 록밴드 YB의 보컬이자 리더죠. 고 김광석 씨가 윤도현의 음악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의 콘서트에 데리고 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방송에서 그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너무 먹고 싶었던 귀한 KFC 치킨을 시켜준 일화를 밝히기도 했죠. 1집 녹음 세션을 했던 멤버들과 만든 그룹이 윤도현 밴드의 시작점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 맞춰 선보인 <오! 필승 코리아>는 그 시절 떼창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윤도현 밴드를 국민 밴드 반열에 올려놓은 곡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랑 TWO><너를 보내고><사랑했나 봐><나는 나비> 등 윤도현 특유의 발라드 명곡들은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노래는 2011년 YB 최초로 발매한 미니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이 노래는 윤도현 씨가 흰 수염고래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며 느꼈던 감상을 노래로 만든 곡입니다.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했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지 않으며 자신 앞에 펼쳐진 세상을 자유롭게 헤쳐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았죠. 위로송으로 적격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기사를 보니 윤도현 씨가 2021년부터 암투병을 했다가 완치를 했다고 하는데, 하마터면 가요계의 소중한 목소리를 잃을 뻔했네요. 몸관리 잘하셔서 오래오래 리스너들에게 좋은 노래 많이 불러주시길 희망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봐야겠네요. 왜 <흰 수염고래>라고 제목을 정했을까 저 역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 봤더니 현재 지구상에서 발견된,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고 하네요. 몸길이가 33m에 무게는 100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죠.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하고요. 이런 내용을 보니 제목을 그리 정한 이유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겠더군요. 여러분들도 눈치 채셨나요? 가사를 보면서 함께 따라가 보시죠.
가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 구간이 3번이나 반복되는 바람에요. 해석하는 저만 힘들어지는 얄미운 곡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첫 가사가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입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문구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저는 무교입니다. 오해 마시길. 그냥 좋은 건 종교나 사상 가리지 않고 다 갖다 쓴다고 봐 주세요.)
그다음 가사가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입니다. 한 편의 성장 드라마가 연상됩니다. 작디작은 연못에서 시작해 큰 바다로 가는 그 멀고 머나먼 길. 그 과정에서 험한 길도 만나게 되고 너무 지쳐 힘들어질 수 있죠.
이 부분은 우리 인생이라는 길을 비유적으로 그리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연못은 지금 현재의 나를, 바다는 나의 꿈이 실현된 미래의 어떤 장소를 각각 상징하는 게 아닐까요? 당연히 현재에서 꿈이 이루어지는 미래로 가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지난할 겁니다. 끝이 어딘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어 중간에 포기도 하고 싶을 거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 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로 시작합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에 말을 하라고 하죠. 네 우리의 꿈은 자신이 노력해서 이룬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주변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대학을 가는 것도 세금을 내 준 사람들 덕을 보고 있는 것이고 집값이 오른 것도 주변 환경을 살기 좋게 개선해 준 누군가의 덕분이니까요.
다음가사가 '우리도 언젠가 흰 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 그런 사람이길'인데요. 주제절이죠.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흰 수염 고래의 모습처럼 우리 삶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가사가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은 넓디넓은 세상에서 흰 수염고래처럼 대적할 자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두려움 없이 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당연히 '꿈'에 대한 썰을 좀 풀어봐야겠네요. 여러분은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지금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나요? 저는 어렸을 적엔 꿈이 장래희망과 동의어인 줄 알았습니다. 대통령, 외교관, 기업가, 연예인 등등 하고 싶은 직업을 꿈으로 착각했던 거죠.
언젠가 박진영 씨가 TV에 나와서 한 말 중에 제 머리를 띵하고 쳤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도 한 때 조 단위 기업가치를 가지는 것 다시 말해 성공하는 것을 꿈꿨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루어졌죠. 그것조차도 안 되는 사람이 태반일 텐데요. 참고로 JYP 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현재 3.4조 원 정도나 됩니다. 평생 돈 걱정은 안 하고 살 정도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되고 난 후 매우 기쁠 줄 알았는데,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뭔가를 빠뜨린 느낌이 들었다고 하죠.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부자 앞에 '존경'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답니다.
우리가 꿈꾸는 꿈이라는 것은 정량화의 함정에 곧잘 빠지곤 합니다. 10억을 벌면, 집을 몇 채 가지면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그게 되고 난 후에는 또다시 꿈을 다시 그려야 하는 무한지옥을 경험하죠. 물론 그렇게 되기도 쉽진 않습니다. 살을 깎아가며 그걸 달성했는데도 마음이 헛헛하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그리는 꿈에는 '어떤'이라는 수식어를 붙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어떤'에는 평생 노력해도 쉽게 달성되기 어려운 개념을 담아야 하죠. 존경, 사랑, 나눔 등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인생의 가치들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균형 잡힌 바른 눈을 갖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습니다. 그걸 위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를 하는 것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여러분들의 꿈에는 '어떤'이라는 자리에 무엇이 놓여 있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 노래를 들으면 고 신해철 씨의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가 데자뷔 됩니다. 다 꿈에 대해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며 사는 게 우리 인생이어서겠죠. 각박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두 노래에서 비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지 않으려 합니다. 꿈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꿈을 정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꿈이 뭐냐고 왜 아직 못 정했냐고 없으면 어떻하냐고 너무 나무라지 말자고요.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