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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눈, 코, 입>

작사 태양, 작곡 TEDDY, DEE.P, Rebecca John

by GAVAYA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태양'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kwlXuL5OCk?si=BZ0VLyerG67exZFs


너의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널 느낄 수 있지만

꺼진 불꽃처럼
타들어가버린
우리 사랑 모두 다
너무 아프지만

이젠 널 추억이라 부를게


- 태양의 <눈, 코, 입> 가사 중 -




빨갛고 예쁜 입술이지만

이별의 잔인한 말로

나를 죽이고 가

미안하단 말 하지 마

내가 초래해져


네가 생각날 때

기억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나를 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줘


하루하루가 불안해져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가

사진 속 너는 웃고 있지만

이별이 성큼 다가왔어


나의 욕심이

집착으로 널 가뒀고

넌 힘들었냐고 물어도

아무 대답이 없었어


널 사랑했지만

난 많이 부족했어

우연이라도 한순간만이라도

널 다시 볼 수 없을까


바보처럼

네가 떠난 후에

그걸 알았어
넌 떠나버렸는데

나만 바라보던 너의 까만 눈

향기로운 숨을 담은 코

내게 속삭이던 입술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널 느낄 수 있지만

꺼진 불꽃처럼

시들어버린 우리 사랑

너무 아프지만

이젠 널 추억이라 부를게




태양은 보이그룹 빅뱅의 메인 보컬이었습니다. 빅뱅 활동 전에는 'YB태권'이라는 예명을 쓰다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태양'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2008년부터 솔로로 활동했고요. 워낙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캐릭터 역시도 발군입니다.

왜냐면 원래 가창력이 있으면 춤은 그저 그런 경우가 많은데 빅뱅에서도 메인 보컬을 맡는 동시에 메인 댄서도 맡고 있는 것처럼 두 개가 다 되는 유형이죠. 이런 경우 상당히 드뭅니다. 음악 좀 한다는 전문가들은 태양의 음악성과 스타성에 대해 일반인들보다 굉장히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답니다.

이번 곡은 2014년 정규 2집 앨범 <라이즈>에 타이틀곡으로 실렸습니다. R&B 창법을 아주 잘 구사해서 노래 듣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작사 역시 꽤 퀄리티가 있습니다. 기사 검색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인데 태양 본인의 연애 스토리를 모티브로 만든 곡이라고 하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첫 가사가 '미안해 미안해 하지마/ 내가 초라해지나/ 빨간 예쁜 입술로/ 어서 나를 죽이고 가/ 난 괜찮아'입니다. 이별 상황에서 본인이 초라해질까 봐 미안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 달라고 하죠. 왜일까요? 그다음 가사가 '빨간 예쁜 입술로/ 어서 나를 죽이고 가'입니다. 앞부분과 같이 생각해 보면 어줍지 않은 말로 위로 따위하려 하지 말고 독설이나 강한 멘트로 깔끔하게 이별을 선언하라고 말하고 있죠. 그래야 노래의 화자가 이별했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미련 따위를 담아두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봐 줘/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줘/ 네가 보고 싶을 때/ 기억할 수 있게/ 너의 머릿속에 네 얼굴 그릴 수 있게' 부분에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유종의 미라도 거두자는 느낌입니다. 싸우고 다투고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는 게 아니라 그냥 웃으며 떠나 달라고 부탁하죠.

정말 이렇게 쿨하게 상대를 보내 줄 수 있을까요? 노래의 화자는 실토합니다. '사랑했지만 내가 부족했었다. 널 보낼 수 없는 나의 욕심이 집착이 되어 널 가뒀다'고요. 그래서 묻죠. '혹시 이런 나 때문에 힘들었니'라고요. 상대방은 침묵으로 대답합니다. 힘들었던 것이죠. 그래서 '바보처럼 널 지우지 못해/ 넌 떠나버렸는데'라는 가사가 나오죠. 또 '혹시 우연이라도/ 한순간만이라도/ 널 볼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뒤늦게 후회 한 바가지를 드링킹 하죠. 마음은 쿨하지 않은데 행동만 쿨하게 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노래의 제목이자 하이라이트 구간은 '너의 눈 코 입/ 날 만지던 네 손길/ 작은 손톱까지 다/ 여전히 널 느낄 수 있지만/ 꺼진 불꽃처럼 타들어가버린/ 우리 사랑 모두 다 너무 아프지만/ 이젠 추억이라 부를게' 부분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온기와 기억이 여전하지만 사랑의 시간이 지났으니 추억으로 남기겠다는 의미죠.

그냥 너의 얼굴이라고 표현했다면 여느 노래와 비슷했겠지만 꼭 짚어서 눈, 코, 입, 손길, 손톱이라고 디테일을 추구한 점이 이 노래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데요. '나만을 바라보던 너의 까만 눈/ 향기로운 숨을 담은 너의 코/ 사랑해 사랑해/ 내게 속삭이던 그 입술을 난..' 부분에서 추가 설명이 나오죠.

눈, 코, 입은 단순히 얼굴을 구성하는 신체 기관을 넘어서 노래의 화자가 상대방을 기억하는 자신만의 방식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눈에서는 한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코에서는 향기로운 상대의 내음이 그리고 입술에서는 나지막이 속삭이던 말들이 쏟아지죠.

이별 후 누군가의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세세히 기억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아마도 이별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요.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쉬움과 미련을 이별 후에도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하는 상대방의 눈, 코, 입에 매칭시킨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안면인식장애라는 병명이 있습니다. 얼굴감 상실이라도 부르는데요. 100명 중 한 명 꼴로 이 증세를 겪고 있다고 하니 그 수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뇌의 문제인데요. 뇌가 제대로 상대방의 이목구비를 기억하고 저장하지 못해서 발생하죠.

반대로 안면인식을 잘하는 경우는 뇌의 이 영역이 발달되었거나 반복학습을 많이 해서입니다. 사랑하는 사이는 자주 얼굴을 보고 서로 자세히 얼굴을 관찰도 하니 당연히 자연 학습이 되는 관계죠. 점이 어디에 있는지 흉터는 어디에 있는지 등등 상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쌓아가는 거죠.

이 노래의 화자 역시 상대방과 보낸 시간이 늘어날수록 상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눈, 코, 입 등 다양한 신체 정보가 뇌에 입력되었으리라 추정됩니다. 그 정보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단기 기억이 아닌 오랜 기간 생각해 낼 수 있는 장기 영역 부분에 위치해 있을 거고요. 그러니 헤어졌지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겠죠. 거기에 상대와의 추억까지 동시 입력되었으니 기억의 강도도 상당할 겁니다.

기억은 사실에 추억은 행동에 방점이 찍힙니다. 그래서 마지막 가사가 기억이라 부를 게가 아니라 추억이라 부를 게로 끝나죠. 여러분들은 헤어진 연인의 얼굴이 떠오르시나요? 눈이 컸나요? 콧구멍은 넓었나요? 입 모양은 어땠나요? 하하하. 잦은 관찰은 상대에 대한 관심도와 비례합니다. 어떤 사람을 그만큼 사랑했다면 그 추억도 오래가는 법이죠.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군에 있으면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게 쉽지 않죠. 저도 그런 경우인데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만의 특징을 찾으려고 노력한답니다. 여러분들은 사람을 잘 기억하는 본인만의 비법 같은 게 있으신가요? 있다면 댓글로 공유 좀 부탁드려요. 해가 참 빨리 떨어지는 요즘입니다. 겨울이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거겠죠.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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