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의 <한 남자>
작사 조은희 작곡 황찬희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종국'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한 남자가 있어
사랑해 말도 못하는
니 곁에 손 내밀면
꼭 닿을 거리에
자신보다
아끼는 널 가진
내가 있어
- 김종국의 <한 남자> 가사 중 -
얼마나 됐을까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나지 않아
너의 절친 마냥
이젠 니 눈빛만 봐도
니가 뭘 원하는지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을 정도야
그렇게 우린 늘 함께였어
니가 힘들때도 슬플 때도
외로워할 때도
니가 이별 후에 아파할 때도
니 곁에서
눈물을 닦아 준 건
니가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서
누구보다 널 아껴준 건
바로 나란 남자였어
난 언제 어디서나
너만 바라보고
널 그리워 하며
니 걱정만 했지
너를 사랑한다
천번이고 만번이고
말하고 싶었지만
천번을 삼키고
만번쯤 추스리며
난 널 늘 웃게하려 애썼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내 진심은
너를 당장이라도
와락 안고 싶어
하지만 넌
내 사랑을 받으면서도
사랑받는 줄 몰랐어
넌 자신있게
사랑한단 말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나를 꼭 닮았어
답답해서 눈물이 나지만
이렇게라도 니곁에 있는 게
나는 행복한 걸
김종국은 잘 아시는대로 1995년 '터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습니다. 2005년 방송3사 가요대상을 모두 석권할 만큼 전성기도 누렸지만 지금은 가수라기 보다는 방송인에 가깝죠. <런닝맨>에서는 절대 강자 이미지로 <미우새>에서 '짠돌이' '운동 중독'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김종국이 솔로 가수를 시작한 것은 2001년경부터입니다. 남자다운 외모와는 다르게 일명 모기 목소리라 불릴만큼 언발란스한 음색을 지니고 있죠. KCM도 그런 컨셉에서는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보다 노래를 꽤 잘하는 가수랍니다.
이번 곡은 2004년 발표한 2집인 'Evolution'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이 노래 외에도 조금은 낯간지로운 <사랑스러워>를 비롯해 <제자리걸음><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1년 낸 앨범이 마지막인데, 앞으로도 예능 뿐만 아니라 노래로도 만나고 싶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한 남자>입니다. 한 명의 남자라는 의미죠. 어떤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걸까요? 전반적인 가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녀 곁에 늘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끙끙 앓는 바보같은 남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도 그의 그런 마음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죠.
첫 가사부터 살펴보시죠. '참 오래됐나봐/ 이 말조차 무색할 만큼'입니다. 노래의 화자가 상대와 함께 보낸 시간이 꽤나 오래되어서 몇 년이나 됐는지조차 무색할 정도라고 표현하네요. '니 눈빛만 봐도/ 널 훤히 다 아는 니 친구처럼/ 너의 그림자처럼'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남자 사람 친구로서 늘 곁을 배회했기에 상대가 뭘 원하는지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많은 일들을 함께 겪었다는 의미겠죠.
'늘 함께 했나봐/ 니가 힘들때나 슬플 때/ 외로워할 때도/ 너 이별 앓고서 아파할 때도'부분에서 보면 둘이 산전수전과 희노애락을 다 겪은 터라 못 볼꼴 다 본 사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이렇게 다 알아버리고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은 서로가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거나 누군가가 마음을 숨기고 있는 경우죠.
좋아하는 대상이 연애를 하다가 헤어져서 술 먹고 토하고 눈물 흘리고 진상을 부리는 것을 곁에서 묵묵히 바라봐 줄 있을 정도면 연인일 가능성보다는 거의 준가족 정도 되어야 가능한 법이죠. 하지만 이 노래의 화자는 사랑하는 마음을 꽁꽁 숨기며 남자 사람 친구로 연기를 계속한 경우입니다.
실제 마음도 그랬을까요. 아닙나다. 마음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죠. '천번쯤 삼키고/ 또 만번쯤 추스려 보지만/ 말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널 와락 난 안고 싶은데'에서 자신의 진심을 말하고 있죠. 돌부처도 아닌 다음에야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지켜만 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아무튼 이 남자 인내심과 한 사람을 향한 마음 만큼은 공인인증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문제는 이 남자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여자도 마찬가지죠. 오십보 백보입니다. 남자가 그리도 좋아하는데 그걸 눈치 못채고 있는 거죠. '한 여자가 있어/ 이런 날 모르는/ 사랑 받으면서 사랑인 줄도 모르는/ 나만큼 꼭 바보 같은...'부분에서 왜 두 사람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않은지를 대략 알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후렴구가 더욱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한 남자가 있어/ 사랑해 말도 못하는/ 니 곁에 손 내밀면/ 꼭 닿을 거리에/ 자신보다 아끼는 널 가진 내가 있어'입니다. 마치 노래의 화자가 사랑하는 것을 끝내 모르는 여자를 향해 들으라고 내뱉는 가사인 것 같죠.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언제까지 이럴거냐는 거죠. 마지막이 '나만큼 꼭 바보같은/ 슬픈 널 두고/ 이순간도 눈물이 나지만/ 행복한 걸/ 니가 곁에 있기 때문이야'로 끝이 납니다. 네. 앞으로도 계속 이럴거라며 각오를 다지네요. 이쯤 되면 사랑을 넘어서 무섭기까지 합니다. 하하하. 스토킹인가?
여자분들의 경우 이런 남자 어떠십니까? 일편단심이라서 인기가 많을까요? 남자분들은 사랑에 대해 이런 태도를 가진 친구가 있다면 어떠시겠습니까? 네. 저는 뒤통수를 한 대 아니 수도 없이 때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때뭍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건 좀 정도가 심한 듯 해서요. 기간도 너무 길어서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타입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찌됐건 이 노래는 짝사랑을 그린 노래 중 최고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서 문제죠. 학교 친구나 선후배 등 다른 사람들의 눈이 의식되기도 하고 고백하는 순간 그 바운더리에서 튕겨나갈 것 같은 위기감이 들어서인지 이 노래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지금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잃기만 하는 일도 얻기만 하는 일도 없다고 봅니다. 짝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면 주변 상황이나 환경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래의 화자처럼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것을 감내해야 하죠.
하지만 반대로 되는 안되는 고백을 하고 안 되었다면 예전과 같은 관계나 환경은 잃어버렸을지 몰라도 홀가분한 자신의 마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는 시선 등을 대신 확보하게 되죠. 그 중에 뭐가 낫다는 저울질은 아무 의미없습니다. 안 가본 길이니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누구나 한 두 번쯤 짝사랑의 마수걸이에 걸리죠. 그 덫에 걸리면 약도 없다는 거 잘 아시죠. 노래의 화자에게 두려움을 좀 내려놓고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상대 여성에게 목놓아 불러주라고 하고 싶네요. 그리고 나서 고백을 하라고요. 하하하. 같이 노래방은 다녀본 사인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나중에 <가사실종사건> 짝사랑편을 한 번 구성해 봐야겠네요. 아마 10편 정도 보시면 고구마 한 박스 정도 먹은 답답함이 밀려와 사이다가 엄청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여자 입장에서 짝사랑 5곡, 남자 입장에서 짝사랑 5곡 이렇게요. 하하하. 생각만해도 재미지네요. 현재 짝사랑을 진행중인 분에게 좀 실례가 되지만서도. 그런 분 있다면 어서 용기를 내소서. 남은 주말 잘 마무리하셔요. See you. Coming Soon- (NO.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