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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인연>

작사 이승철 작곡 윤일상

by GAVAYA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승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1AOyKbzNjto?si=OAsEnYipB4nymEmm

날 사랑할 순
없었나 봐요 이젠
그저 바라볼 수밖엔 없겠죠


나 살아가는 동안

다시 만난다면


차마 볼 수 없음에
힘겨운 눈물을 흘리죠


나는 정말 그댈
사랑해요


- 이승철의 <인연> 가사 중 -




믿기지 않는군요

사랑하는 눈빛을 보내 준

날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대가

떠났다는 사실을 말이죠


또 다른 사랑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도 쉽게

내 마음을 허락할 것 같지 않아요


지워지지 않는 아픈 기억 속에

그리움과 미움으로 뒤섞인 감정이

견디기 힘들게 나를 괴롭혀요


하지만 힘들어 지쳐도

그댈 그리워하며 살아가요

난 그대와의

운명 같은 우연을 기다려요


그대 보고 싶은 만큼 후회하겠죠

그댄 날 사랑할 순 없을 테니까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혹여라도 살아있는 동안

그댈 다시 만난다면

그동안 꾹꾹 눌렀던 감정에

서러웠던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요


나는 정말 그댈 사랑해요





이승철은 1986년 부활의 2대 보컬로 데뷔했습니다. 참고로 1대는 김종서 씨구요. 그때 히트곡이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레전드 곡이죠. 1989년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라는 곡으로 솔로로 데뷔했죠. 이후로 히트곡이 어마무시합니다. 일일이 나열하는 게 민망할 정도죠.

<소녀시대><마지막콘서트><오직 너뿐인 나를><말리꽃><서쪽하늘><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My Love> 등 정도가 대표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노래를 잘하는 것이야 익히 알려진 가수이고 저는 이승철이라는 가수의 장점을 실제 부르면 쉽지 않은 곡을 너무 편하게 부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개그맨 박명수 씨가 이승철 광팬이어서 엄청 모창을 했던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하하하. 그 덕에 음반도 내고 그랬는데....

이번 곡은 2004년 드라마 <불새>에 삽입된 OST입니다. 이서진 씨와 지금은 고인이 된 이은주 씨와 정혜영, 에릭 씨가 출연했던 드라마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차원에 드라마의 내용을 간략이 요약해서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가난한 남자, 부자 여자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애를 하고 아이를 갖는다 -> 현실에 부딪히고 불의의 사고로 아이가 유산된다 -> 두 사람은 헤어지고 그 사이 부자 남자, 가난한 여자로 입장이 바뀌고 서로 다른 사람과 사랑 전선을 만든다 -> 결국 다시 만나게 되고 다가갈 수 없는 관계에 대해 마음 아파한다 정도입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눈을 떠 바라보아요/ 그대 정말 가셨나요/ 단 한 번 보내준/ 그대 눈빛은/ 날 사랑했네요'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이가 어디론가 떠나며 보여주었던 한 번의 눈빛에서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내용이죠. 뭔가 서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처럼 읽힙니다.

그래서 다음 가사가 '또 다른 사랑이 와도/ 이젠 쉽게 허락되질 않아/ 견디기 힘들어/ 운명 같은 우연을 기다려요'입니다. 헤어지고 싶어 헤어진 것이 아니니 당연히 미련이 남고 못 잊게 되겠죠. 그래서 힘들지만 운명이라면 우연이라도 마주칠 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절에는 '지워질 수 없는 아픈 기억들/ 그리워하면서도 미워하면서도' 다음에 '난 널 사랑했었나 봐요'라는 가사가, 2절에서는 '그댄 날 사랑할 순 없었나 봐요'라고 전개가 됩니다. 이런 배치는 서로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장치가 아닐까 하는데요.

1절 가사는 나의 입장에서, 2절 가사에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가사가 쓰였죠. 서로 사랑했지만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사이를 이런 가사 전개로 풀어버린 작사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이 한 군데 더 있습니다. 1절에서는 '같은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면', 2절에서는 '나 살아가는 동안 다시 만난다면' 부분입니다. 이어지는 가사는 각각 '서러웠던 눈물이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겠죠'와 '차마 볼 수 없음에 눈물을 흘리죠'입니다. 다 눈물을 표현하는 가사로 귀결되는 공통점이 보이네요. 사족같이 느껴져서 따로 해석은 붙이지 않겠습니다.

전 이 노래의 피아노 반주가 참 좋습니다. 뭐랄까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드라마 OST 삽입곡다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드라마 <불새>에서 남녀 주인공은 과거 사랑한 사이지만 일정 시점이 흐른 지금은 서로가 다른 사람을 곁에 두고 있죠. 한쪽은 자신이 일으킨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여성과 한쪽은 자신을 너무도 좋아하는 남성과 말이죠.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줄 알고 어렵사리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잘 살아보려고 하는 찰나에 죽은 줄 알았던 옛 여인이 살아서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것과 같은 상황이랄까요. 과거 애끓는 사랑을 했던 사람에게 가자니 지금 사람에게 너무 미안하고 그렇다고 그 사람을 모른 척할 수도 없고 해서 진퇴양난이 되는 거죠.

이 노래는 아마도 과거 사랑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과거 연인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다고 보옂네요. 이승철 씨가 직접 작사를 했는데 작사 실력도 노래 실력만큼이나 수준급이죠. 덕분에 저는 나름 해석하는데 좀 애를 먹었네요.

흔히들 키운 정, 나은 정 논쟁을 하곤 합니다. 그것처럼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과거 더 사랑했던 사람 중 여러분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어렵죠. 드라마에서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걸을 수 있으면서도 주인공 곁에 있으려고 못 걷는 척 휠체어를 타다가 들키며 과거 더 사랑했던 사람으로 향하는 길을 터주기도 하는데요. 그걸 알고 주인공이 돌아서려 하자 자살로 맞받아치죠. 막장은 아닙니다요.

만약 과거 더 사랑했던 사람으로 결론이 지어질 만큼 끈질긴 관계의 끈이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우린 그걸 노래 제목처럼 '인연'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이라면 대부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불새>라는 드라마를 다시 검색하니까 에릭이 극 중에서 한 명대사에 대한 언급이 있군요.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있잖아요' 하하하. 기억나시나요? 아시는 대로 에릭은 그룹 <신화>의 멤버인데, 이 작품으로 드라마에 데뷔했죠. 갑자기 왜 드라마 제목이 <불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불사조와는 다르고 행운과 고생을 함께 가져다주는 존재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맞나? 혹시 아시는 분 있음 댓글 주세요.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옵소서. See you. Coming Soon- (NO.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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