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윤사라 / 작곡 신재홍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효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EHy594ZyY4?si=UFi7tNoHO6QkhcyK
하지만 너는 다가와
나의 하늘을 열고
내가 나를 가뒀던
두려움을 벗고서
자유롭게 해
살아있는 건
사랑하고 있는 것
다시 쓰러진대도
세상에 날 열어두는 것
- 박효신의 <살아있는 건> 가사 중 -
부족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누군가가 건넨 도움의 손길조차
방어적으로만 대했던 지난날
마음을 굳게 걸어 잠그고
한없이 도망치려고만 했기에
간절히 원할수록
세상은 날 더 외면했고
가지려고 할수록
오히려 가난해졌지
하지만 너는 달랐어
내게 다가와 나의 하늘을 열고
두려움의 족쇄를 풀며
자유라는 단어를 던져주었지
아득한 삶의 길에
니가 빛이 되어 준다면
난 무엇도 두렵지 않아
아니 설사 니가 떠나 슬퍼진대도
너의 이야기를 벗 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산다는 건 사랑하는 일이지
살아있다면 사랑해야 하는 일이지
슬퍼해 본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지
살아있는 건
상처 입은 날개로
또 한 번 더 높게 나는 거야
상처 입은 가슴을
말없이 꼭 안아 주는 거야
다시 쓰러진대도
세상에 날 열어두는 거야
박효신은 1999년 <해줄 수 없는 일>로 데뷔했습니다. 워낙 언터처블 영역에 있는 가수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대략 난감이네요. 그만큼 음악적으로 굉장히 완성된 모습을 가진 가수라고 해야겠죠. 과거 소몰이 창법에서 최근으로 올수록 맑은 소리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야생화>라는 곡 아시죠. 노래 좀 한다는 후배가수들이 앞다투어 커버하기 바쁜 곡이죠. 박효신 씨는 TV 출연보다는 어제 소개해 드렸던 이은미 씨처럼 공연으로 먹고사는 몇 안 되는 가수입니다. 정규 앨범만 8장을 냈고 싱글이나 참여 앨범도 상당히 많습니다.
<좋은 사람><그곳에 서서><추억은 사랑을 닮아> 등 내는 곡마다 히트를 치곤 했죠. 현재는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에 소개해드릴 <살아가는 건>이라는 노래를 최애곡으로 뽑습니다. 가사가 시적이면서 철학적이기까지 해서입니다.
2002년 3집 <Time-Honored Voice>에 실린 곡입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 <좋은 사람>입니다. 작사가가 윤사라 씨인데요. 몇 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죠. 지아의 <물론>, 김범수의 <슬픔활용법>, 박화요비의 <그런 일이>가 이 분 작품입니다. 가사를 참 잘 쓰시는 작곡가네요. 이것 말고도 명곡들에 많이 참여하신 것으로 압니다. 다시 한번 작사가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살아있는 건>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이런 심오한 제목을 달 수 있다니. 그 뒤에 나올 말이 사람마다 수천수만 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열린 결말 저는 참 좋아합니다.
'간절히 원할수록/ 세상은 관대하지 않아'로 시작합니다. 캬~. 가사가 처음부터 너무 예술적 아닙니까? 2절에서는 '가지려고 할수록/ 오히려 넉넉하지 않아'가 나옵니다.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주려 할 때면/ 달아나곤 했던 지난날', '누군가 내 가슴을 두드리려 할 때면 굳게 걸어 잠근 지난날'도 같은 배치죠. 무언가 마음을 닫고 최대한 방어적이고 수세적으로 살았던 지난 시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는 다가와/ 나의 하늘을 열고/ 내가 나를 가뒀던/ 두려움을 벗고서/ 자유롭게 해'가 이어지는데요. 너라는 존재가 드러나면서 마음의 해방이 이루어진다는 가사입니다. 그만큼 그 존재가 삶의 모든 관점을 바꿀 만큼 자신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목이 담긴 후렴구인데요. 작사가가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살아 있는 건/ 사랑하고 있는 건' 다음에 '다시 쓰러진대도/ 세상에 날 열어두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래 마지막에는 조금 변형돼서 '살아 있다면/ 사랑해야 하는 것/ 상처 입은 날개로/ 또 한 번 더 높이 나는 것/ 상처 입은 가슴을/ 말없이 꼭 안아 주는 것'이라는 가사가 나오죠.
저는 이 부분을 '살아있는 것은 사랑하는 일이지/ 살아있다면 사랑해야 하는 일이지'라고 정리해 봤는데요. 마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우린 무언가를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가끔 그 의지를 꺾는 시련을 겪더라도 몸을 추스르고 상처를 보듬으며 다시 날갯짓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이런 맥락에서 '슬퍼해 본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거라고'라는 가사 전개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데요. 사랑이나 행복은 사는 동안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지만 그 가치는 그것들의 부재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아주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져주죠.
삶 혹은 생명이 지속되는 한 우린 무언가를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라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이 노래에서 너는 사람을 뜻할 수도 있지만 본인을 자유롭게 만드는 희망, 목표 등으로 치환해 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계신가요?
저는 이 노래가 그 어떤 노래보다도 '수준 높은 희망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마냥 즐거운 노래는 특정 시점만을 모티브로 해서 가사가 전개되는데 반해 이 노래의 가사는 삶이 좋음과 나쁨으로 점철되어 있는 가운데 힘들었던 과거를 극복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동시에 미래에 예상되는 위험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해서입니다.
박효신 씨가 가진 특유의 목소리와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가사가 어우러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곡이네요. 특히 마지막 가사 '세상에 날 열어두는 것'이라는 가사가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여러분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삶 속에서 가능성의 문을 닫지 않고 활짝 열어놓고 계신지요?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일 어렵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겠죠.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