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규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오늘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거야
비가 내리면 흠뻑 젖으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려
나는 행복했어
그 손 잡고 걷던 기억에
또 뒤돌아 봐
네가 서 있을까 봐
- 규현의 <광화문에서> 가사 중 -
넌 어땠는지
난 아직 나와 함께 한
여름이라는 계절 속에서
조금은 지친 하루를 보냈어
광화문 가로수 은행잎이 물들 때
그때서야 계절이 바뀐 걸 실감해
우리 둘이 헤어졌다는 사실도 말이야
그리고 너에게 작별 인사를 해
난 모르겠어
산다는 게 누굴 사랑하는 일인지
커피 향 가득한 이 길을 걸으면
그때서야 조금 웃게 돼
날 이토록 두근거리게 한 사람
오직 너뿐이었는데
그토록 사랑스럽기만 했던 네가
왜 내게서 떠나 간 걸까
그래서 오늘도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거야
비가 내리면 흠뻑 젖으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지
손 잡고 걷던 기억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돼
혹시 네가 거기 서 있을까 봐
오늘도 여긴 여전히 아름다워
조금씩 변해가는 건 내 모습뿐
먼 훗날에도 웃음 지을 수 있을까
규현은 이전에 소개드린 '슈퍼주니어'에서 메인 보컬을 담당했습니다. 그룹 데뷔 시점은 2006년이고 개인 솔로 데뷔는 2014년입니다. 이번 곡이 그의 대표곡이었죠. 이제 10년 차 솔로 가수가 될 날이 머지않았네요. 제가 규현 씨를 검색해 보면서 놀란 점은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음악 활동을 왕성하게 해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왜 몰랐지? 하하하.
한 마디로 '감성 발라더'입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규현 씨의 감미로운 목소리의 궁합이 꽤나 리스너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제가 생각하는 규현 씨의 가장 강점은 '무리 없이 듣기 좋은 곡'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책 읽을 때 배경 음악으로 자주 선택하곤 하죠.
다재다능한 캐릭터인 듯 보입니다. 예능,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있죠. 집안에서 가수를 반대해 좋은 대학에 가면 허락 주겠다는 말을 듣고 경희대를 거쳐 SM 연습생으로 합류하죠. 뇌색남 이미지도 조금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튼 다양한 활동 속에서도 매년 쉬지 않고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 나고 있는 점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광화문에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장소는 화자의 추억이 베인 곳입니다. 한 때 사랑했던 연인과 손을 맞잡고 걷던 거리가 있는 곳이죠. 그녀가 떠난 뒤 그 거리를 혼자서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담은 노래라고 봐지네요.
'넌 어땠는지/ 아직 여름이 남아/ 왠지 난 조금 지쳤던 하루'가 첫 가사입니다. 흔히들 자신의 마음 상태를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에 대칭시키곤 하는데요. 아마도 화자는 지난여름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 같죠. 다음 가사를 보면 '광화문 가로수 은행잎 물들 때/ 그제야 고갤 들었나 봐'에서 보듯 물리적인 계절은 바뀌었지만 화자의 마음은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었던 여름이라는 계절에 머물러 있는 것이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 삶에 그래서 조금은 지쳤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난 모르겠어/ 세상 살아가는 게/ 늘 다른 누굴 찾는 일인지'라는 가사에서는 마음의 헛헛함이 느껴지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살아가는 지금, 화자의 모습에서 쓸쓸한 감정이 전해집니다. 또 다른 사랑을 찾을 거라는 희망보다는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도 헤어질 수 있음에 씁쓸해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가사가 '커피 향 가득한 이 길 찾아보며/ 그제야 조금 웃는 나야'입니다. 사랑에 상처받은 화자가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는 그 길에 도달하고서야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없지만 조금은 웃을 수 있는 거라고 봐야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오늘 바보처럼/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야/ 비가 내리면 흠뻑 젖으며 오지 않는 너를 기다려'/ 그 손 잡고 걷던 기억에/ 또 뒤돌아 봐/ 네가 서 있을까 봐/ 그 자리에' 부분입니다. 임은 떠났지만 잊지 못하고 수시로 함께 했던 장소를 찾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은 아쉬운 감정도 느껴지고요.
2절에서는 '난 행복해/ 오늘 여긴 그때처럼 아름다우니/ 괜한 바보처럼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야'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장소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 사람과의 추억이 담겨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이에 반해 화자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솔로가 되었죠. 그래서 화자만이 바보처럼 그 자리를 서성이며 시간의 변화를 못내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요?
오늘은 '추억이 깃든 장소'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릴던 거리라든가 같이 방문했던 식당 등 추억이 깃든 장소에 이별 후에도 마음을 내어 방문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장소는 그냥 그런 장소에서 저마다의 다른 의미로 재탄생하죠.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어떤 장소를 이전 장소의 의미로 되돌리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그게 잘 안 돼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때때로 극도로 그 장소로의 방문을 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 소개 들였던 <신촌을 못 가>라는 노래가 그런 장소에 대한 거부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노래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장소에 담긴 온기와 스토리가 현재의 자신의 처지나 상황과 대치되면서 슬픔을 극대화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오히려 만나기만 하면 싸웠던 공원였다면 역으로 방문할 때마다 후련함 따위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평소에도 좋았는데 상대와 함께 한 추억까지 더해져서 더욱 의미 있는 장소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네 그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겁니다. 마음도 바꿔먹어야 하고요.
우리는 기분에 따라 특정 장소를 찾으면 마음이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네. 장소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특유의 분위기라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같은 장소를 두고도 좋고 나쁨이 생기는 걸 보면 장소도 사람처럼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사람만이 느끼고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데요. 파도가 잔잔하게 미소 짓기도 하고 성나게 몰아치기도 하면서 자기 기분을 표현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곤 하잖아요.
그런 읨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게 사실은 우리 바깥의 무언가가 우리의 마음 한 곳을 두드려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요? 마치 거울에 비추어야만 볼 수 있는 내 모습처럼요. 어떤 장소를 찾는가 보다 어떤 마음의 상태로 그 장소를 찾느냐가 그래서 더 중요한 화두일지 모르겠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 상태로 브런치라는 공간을 찾으시나요? 오늘도 머리에 도끼를 가하겠다 혹은 따뜻한 말이 필요해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네. 저마다 다를 거고 날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광화문에서>가 아니라 <브런치에서>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쓴다면 어떤 가사가 담길까요? 생각만 해도 재미있네요. 한 주의 시작을 잘 마무리하셨는지요?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