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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의 <노력>

작사/작곡 박원

by GAVAYA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원'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5hia5K5Jk0?si=MQ8akwMYktJfjQ1X

나도 노력해 봤어

우리의 이 사랑을


안 되는 꿈을 붙잡고

애쓰는 사람처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 박원의 <노력> 가사 중 -




네가 삶의 우선순위에 밀려나고

그리 할 말이 많았던

우리 사이에 긴 침묵이 흘러


서로가 달라서 특별했고

같은 건 운명이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려 했던 때도 있었지


니 자리에 다른 사람을

넣어보는 상상을 해 봤어

지금과는 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지


넌 다음이란 말을 습관처럼 했지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겠다고

하지만 난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내일보다는 오늘 더 사랑할래


마음에도 없는 사랑한다는 말에

내 속도 모르고 넌 너무 좋아해

좀처럼 연락을 하지 않는 나를

너는 속도 없이 한없이 기다리지


나도 노력해 봤어

우리의 이 사랑을 지켜가려고

하지만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마치 안 되는 꿈을 붙잡고 애쓰며

미련을 놓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일을 끝내는

의무감으로 널 대하게 돼


세상에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렇게 널 만나러 가




박원은 2010년 정지찬 씨와 함께 원모어찬스라는 남성보컬그룹으로 데뷔했으나 2015년 해체 후 솔로 전환하며 정규 1집 <Like A Wonder>을 발매했습니다. 2008년 제19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 보컬상, 작사상 이렇게 3관왕을 했습니다.

이번 노래는 2016년 발매한 정규 2집 <1/24>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이 노래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박원 씨가 연애하면서 상대방에게 들었던 말을 상대방 입장에서 작사한 노래라고 하네요. 워낙 노래가 좋아서 많은 분들이 커버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 말고 2017년에 나온 <All Of My Life>라는 노래도 유명하죠. 기회가 있으심 한 번 들어보심 좋을 듯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노력>입니다. '사랑이 노력으로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곡이죠. 관련 논의는 가사 해석을 다 마친 후에 언급하는 것으로 하고 왜 이런 말을 작사가가 쓰고 상대방으로부터 듣게 되었는지 가사 속 사연을 쫓아가 보시죠.

첫 가사가 '널 만날 수 있는 날 친굴 만났고/ 끊이지 않던 대화가 이젠 끊기고'입니다. 노래의 화자는 상대방에게 마음이 떠나간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친구와 애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친구를 선택한 것이죠. 가장 우선순위에서 우위에 있어야 하는 여자친구 혹은 애인이 더 이상 1순위가 아니라는 의미겠죠. 그런 마음 상태면 당연히 서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줄어들게 되죠. 결론은 긴 침묵이 흐릅니다.

'널 바라보다가 다른 사람을 겹쳐봤어/ 누군가 내 안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부분이 저는 참 마음 시린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다른 사람을 겹쳐본다는 것은 현재의 상대에 만족감이 낮아져 다른 사람과 이어졌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는 의미로 읽히네요. 그 뒤에 누군가 내 안에 들어온 것도 아니라는 것은 한 눈을 팔며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에둘러 표현한 가사가 아닐까 싶네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과거를 탓할 순 없지만 삶이 힘들고 고단하고 잘 안 풀릴 때 다른 선택이나 다른 방향의 길을 한번쯤 상상해 보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그런 감정이 느껴지네요.

'서로가 다른 건 특별하다고/ 같은 건 운명이라 했던 것들이 지겨워져' 부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로 사랑이 시작될 때는 나와 다른 것은 특별해서 좋다고 생각하고 같은 건 운명과도 같은 인연이라고 연결시키기 마련입니다. 뭐가 됐든 우리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라고 욱여넣은 것이죠. 하지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별로 바뀌면서 그랬던 마음이 '지겨워졌다'고 말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좀 사귀어보니 서로 다른 건 참 안 맞는다는 느낌으로 변해가고 같은 건 그냥 서로 조금 맞는 것 뿐이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내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이전과는 정반대로 보이게 되는 이치죠.

그도 그럴법한 것이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만 있는데'에서 보듯 상대방은 전혀 마음이 돌아선 노래의 화자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디다. '사랑한단 말은 점점 미안하고/ 억지로 한 것뿐인데 넌 좋아하고/ 너에게만 나는 아주 바쁜 사람/ 내 연락을 기다리다가 또 잠들겠지'에서 보듯 현 상황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온도차가 상당한 것을 보여주고 있죠.

그 결정판은 '너 오늘보다 내일 날 더 사랑한대/ 난 내일보다 오늘 더 사랑할 텐데' 부분입니다. 흔히들 사랑을 하려면 가치관이 비슷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노래의 화자와 상대방은 보는 곳이 다릅니다. 상대는 오늘보다 내일이 노래의 화자는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한 것이죠. 오늘 사랑하자는 의미라기보다는 어떤 것이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라고 봐야겠죠. 내일도 사랑일거라 믿는 사람, 오늘까지가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나도 노력해 봤어/ 우리의 사랑을/...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부분입니다. '안 되는 꿈을 붙잡고 애쓰는 사람처럼'과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일을 끝낼 때처럼' 마음은 가지 않는데 억지로 사랑하는 마음을 내 보려 하는 것을 말하죠. 전체적인 분위기로 볼 때 이 노래에서는 사랑은 노력으로 하는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노래 전체가 마음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먼저 식어버린 노래의 화자와 아무것도 모르고 아직도 사랑이 지속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상대방. 이 둘의 엇갈린 길이 노래 전반에 걸쳐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아~~슬퍼~~~~

세상을 바꿔서 혹은 노력을 해서라도 돌이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돌아선 사랑을 작동시키는 마음은 이 세상 어떤 금은보화를 준다고 해도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랑을 노력한다고 말이 되니'라는 문장에 담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 여러분은 사랑이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아니 노력을 통해 없던 사랑이 생긴 적은 있으신가요? 아마도 연애 시절에는 노력으로 사랑이 어려운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끌림 같은 게 더 중요한 시기잖아요. 그러나 3년쯤 지난 후에는 일정한 노력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 뭐. 그런다고 해서 꼭 소기의 성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요.

사랑이 노력으로 된다면 많은 이들이 이별이라는 단어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처음도 끝도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죠.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없어 노력이라도 해 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떨어지는 빗방울을 손안에 담아보려고 애써보지만 이미 바닥에는 흥건히 물이 고여있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요. 노력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드립시다. 이별에는 노력이 안 통한다고 하잖아요. 하하하.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자연스럽게 마음을 내던 관계가 언젠가부터 억지로 무언가를 하는 단계가 되면 헤어짐의 그림자가 찾아온 것이겠죠. 저는 브런치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 하는 것에 너무 많은 노력을 쏟는 것은 헤어짐을 억지로 거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요. 그냥 자연스럽게 마음이 내켜서 써져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은 브런치를 그렇게 하고 계신가요? 하하하.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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