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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이의 <청소>

작사 김태윤 / 작곡 Chrischan

by GAVAYA

안녕하세요?

아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더레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C8aiYPHKAg?si=QSQ8OLQBXgis3g_w


오늘도

그 흔적들을 치워볼까

하룰 보냈죠

결국 그대로인데 워


그렇죠

내 눈에 고인 눈물하나

치우지 못해

자꾸 흘려버리는 나인걸요


- 더 레이의 <청소> 가사 중 -





그대 떠난 자리가

집안 곳곳에 남아

나를 힘들게 해


커플 찬잔부터

욕실의 칫솔까지

넓은 침대에서도

한 편의 자리는

늘 비워두는 나야


사랑했던 기억들만큼

그 흔적도 내 방 가득

곳곳에 남아 있지


오늘도 그 흔적들을

치워볼까 하룰 보냈지만

결국 손도 못대로 그대로였어


내일은 꼭 치워보리라

수만 번 다짐을 하는 사이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


이젠 너와의 기억

둘로 나눠져

넌 추억이라 부를지 모르겠지만

내겐 아픈 눈물로 남아버렸어


내 눈에 고인 눈물하나

치우지 못하는 주제에

널 지우려 했어

나 참 못났지


아직은 아닌가 봐

그 어떤 기억도

버릴 자신이 없어


어쩌면 다시 네가

내게 돌아올 까봐

난 이 핑계 저 핑계로

마음의 청소를

이렇게 미루고 살아




더 레이는 2006년 데뷔한 R&B 가수입니다. 여러 대학에서 실용음악화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나와 있네요. 그만큼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는 방증이겠죠. 이번 노래는 데뷔와 동시에 발매한 1집 <THEЯAY's Rainbow>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R&B 가수이지만 힙합, 소올 음악 등 음악 스펙트럼도 꽤나 넓은 것 같네요. 특이한 점은 <월간 윤종신>처럼 2018년 매달 하나씩 음원을 선보여 2019녀 타이틀 신곡과 함께 총 14 곡으로 정규 2집을 발매했다는 사실입니다. 음악인들도 이런 식으로 브런치 활동을 하는 것 같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청소>입니다. 여러분들은 잘 치우고 잘 버리시는 편인가요? 네. 사람마다 더러움을 느끼는 온도차가 커서 못 참는 사람이 청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국룰이 있기도 하죠. 안 그러면 답 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하니까요.

이 노래에서 청소는 우리가 방청소할 때 쓰는 청소를 가사 속에서 내내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을 '청소'라는 단어에 담아 표현했습니다. 과연 같이 했던 많은 물건을 치우고 나면 헤어진 연인의 기억도 함께 지워지는 것일까요? 가사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시죠.

첫 가사가 '난 오늘도 내 침대 위 한편에서 자죠/ 그대의 자리를 남겨둔 채로'입니다. 침대에서 대자로 뻗어서 편하게 자도 되는데 한 편에서 자는 이유는 예전 누군가의 자리를 의식한다는 것이겠죠. 이 정도면 중병인데. 가장 편안해야 할 잠자리마저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에 갇혀 있는 모습이네요.

'내 방안에 그 모든 건 다 두 개씩이죠/ 함께 했던 찻잔부터 욕실에 칫솔까지도' 부분에서 보듯 아마도 노래의 화자는 동거 내지는 결혼 후 일정기간 연인과 생활한 흔적에 휩싸여 있습니다. 파란색 칫솔-빨간색 칫솔, 검은색 잔- 하얀색 잔 이렇게 깔마춤으로 서로가 짝이라는 사실을 부각하는 것을 투성이죠.

'사랑했었던 기억들만큼 많은 그대 흔적이/ 아직 내방 가득 곳곳에 남아 난 힘들죠'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하던 연인의 몸만 집에서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있는 모습에 가슴이 저며오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연애가 아니라 그 이상의 관계로 진행되었던 만큼 그 고통의 크기도 작지 않은 거죠.

당연히 노래의 화자는 연인과 함께 한 물건을 치워보려 시도를 해 봅니다. 하루 종일 뭐부터 치울까 하다가 A란 물건은 그래도 남겨놓자고 혼잣말을 하며 짚었다가 내려놓고 B란 물건은 '이건 못 버려'라고 중얼거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죠. 참 안타깝죠.

그러는 사이 깨닫게 됩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내 눈에 고인 눈물하나 치우지 못해'에서 보듯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죠. 그리곤 그녀를 잊지 못하는 자신이 참 못나 보입니다. 그런 일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수십 번 반복되어 왔거든요. 그래서 이젠 '그대에겐 추억이/ 내건 너무나도 아픈 눈물로 돼버렸죠'라고 말합니다. 헤어진 것도 문젠데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헤어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자의 마음인 것이죠.

'혹시 그대가 다시 내게 돌아올까 봐/ 남겨 둔지 몰라요'에서 보듯 미련 덩어리가 가슴을 꽉 막고 있어서 제대로 된 청소에 손을 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실토합니다. '아직 안되나 봐요/ 그 어떤 기억도 버릴 자신이 없죠'라고 이실직고합니다. 그 결정판은 노래 서두에 언급한 침대의 한편에 연인이 쓰던 베개를 치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마무리되죠. 이 정도면 혼자 극복은 어렵고 119가 가서 구조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살면서 지나간 시간을 청소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길을 걷게 되니까요. 이런 경우 여러분들은 두 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묵은 때까지 빡빡 잘 닦으시는 편인가요? 혹시 혼자만의 비법으로 쓰시는 천연 세재라도 있으신가요?

청소하면 떠오르는 것이 불필요한 물건 버리기, 묵은 때 지우기, 먼지 털기 등등 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먼지 정도는 한 밤만 문 열어놓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생기잖아요. 그래서 보통 일반인들은 먼지 정도야 같이 사는 '투명 동거'인 정도로 무시하며 살아가죠. 너무 말끔하게 치워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본인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 노래의 화자는 잊는 것과 버리는 것을 동일시하고 있는데요. 물건을 보면 자동으로 상대가 연상되는 것이 물건의 잘못인가요 그 사람의 심연이 고장 난 것일까요? 물건에 마음을 투영하는 건 떠난 여인의 대역을 찾으려는 발버둥처럼 보입니다. 물건을 버리고 못 버리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물건 속에 담긴 사연을 못 덜어내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들은 얼마나 자주 청소를 하시나요? 아 물리적인 청소 말고 머릿속을 청소하는 일 말입니다. 일만 끝나면 회사 생각을 1도 하지 않을 만큼 구획 관리가 잘 되시는 편인가요? 노래의 화자처럼 마음에 이끌려 다녀선 좀처럼 청소가 쉽지 않겠죠. 청소는 마음보다는 루틴에 의지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어찌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전 잘 버리는 편입니다. 특히 신간을 사서 보고 바로 중고로 팔아서 집에 책이 몇 권 없죠. 하지만 책상에는 2~3권씩 보려는 책이 늘 있습니다. 무언가를 비우지 않으면 새로움이 찾아올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죠. 우리가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종종 청소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분 전환도 있겠지만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담기 위함이 아닐까요. 잘 버려야 잘 줍는 것이겠죠. 여러분들은 어느 부분의 청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사시는지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NO.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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