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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로의 <지나오다>

작사/작곡 닐로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닐로(Nilo)'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ejZXilDZ5bI?si=HIhLQuJs1OWIgEzv

말해줘 지금

나 너의 집 앞에 있어

우리의 시간을 되돌려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날 안아줘


끝이라는 게

나 너무나 두려워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한참 서성이다

말도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나


- 닐로의 <지나오다> 가사 중 -





넌 괜찮니

니가 이별을 말한 후부터

난 잠을 못 이루겠어

온통 네 생각이야


난 두려워
내가 잊혀질까봐

우리 시간마저

함께 무너질까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너의 집으로 향했어

지금 너의 집 앞이야


나만큼은 아니어도

너도 내가 보고 싶었으면 해

평소처럼 날 안아줬으면 해


날 사랑한다고

맘에 없는 거짓말이라도 했으면 해


우리 지난 시간을

돌려받은 것처럼

하지만 끝을 볼 것만 같아

두려운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다

말 한마디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게 돼

우리 한 번은

마주치지 않을까


너 역시 나만큼

아픈 시간을 걸어왔기를

바래야 하는 걸까


오늘도 난 그런 생각으로

너의 집을 돌아서




닐로는 '바보'라는 첫 싱글 앨범으로 2015년 데뷔했습니다. 닐로는 이집트어로 '파랑새'라고 하네요. (요거 찾느냐 애 좀 먹었네요) 고등학교 때 아카펠러 팀인 '스노우시티'에 소속되어 한동안 활동하고요. '닐로 컴퍼니'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어 디지털 음반을 제작하고 유통했죠. 현재는 레이벡스 소속입니다. 반하나. VOS, 탑현, 주호, 이라온 등이 몸 담고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17년 미니 앨범 'About you'에 수록된 타이틀 곡입니다. 이 노래는 발매하고 6개월이 지나서 음원차트에서 순위가 상승하는 바람에 음원 사재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그 전후사정이야 어떻든지 간에 노래는 참 좋습니다. 저는 가급적 노래만 보려고 한답니다.

현재까지 미니앨범 딱 한 장과 디지털 싱글 4곡을 냈을 뿐입니다. 이번 달에 6개월 공백을 깨고 싱글 'If you were the only one' 이라는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했네요. 앨범 작업을 많이 하지 않지만 인터뷰를 보니 음악가로서의 자격이 느껴집니다.

노래에 기승전결을 다 담으려고 하고 스토리텔링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앨범을 'About 시리즈'로 뒤에 you, me, 닐로 이런 식으로 전개해 가고 있네요. 곡을 받을 돈이 없어서 스스로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노래의 러닝타임이 5분 가까이 되는 점이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보시죠. '지나오다'입니다. 뭘 지나왔다는 것일까요? 시간일까요? 이 노래는 이걸 파악하는 게 핵심이 될 듯 하네요.

'이별을 말하고 넌 괜찮은 거니/ 여전히 내 하루는 온통 네 생각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난 두려워 시간이 쌓여갈수록 내가 잊혀질까 봐/ 우리 시간마저 모두 무너질까 봐'가 첫 가사입니다. 상대가 이별을 선언했고 화자는 그날 이후로 잠을 못 제대로 못 이룹니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잊혀질까봐 지나온 시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까봐 두렵기만 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집 앞으로 가서 서성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말해줘 지금 나 너의 집 앞에 있어/ 우리의 시간을 되돌려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날 안아줘/ 끝이라는 게 나 너무나 두려워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한참 서성이다 말도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나' 부분입니다. 상대가 지난 시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의 끝을 확인하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여기서 이어지는 가사가 있는데요.2절에는 '한참 서성이다'가 아니라 '한참 서성이면'이라고 가사가 바뀌면서 '우리 한 번은/ 단 한 번쯤은 마주치진 않을까/ 당장이라도 전활 걸어 네 목소리 듣고 싶은데/ 내가 더 싫어지게 될까 봐/ 작은 감정마저 그렇게 사라질까 봐' 부분이 나옵니다. 작은 기대라고 하고 싶지만 남아 있는 좋은 감정마저 사라질까 주저하는 모습이죠.

마지막 가사는 '한참 서성이다 혹시 마주치게 된다면/ 나처럼 아픈 시간 속에 살았기를/ 오늘도 난 돌아서지만'입니다. 화자가 이별로 인해 아픈 삶을 살아갈 예정이니 혹시라도 마주치게 되면 상대 역시 화자처럼 똑같이 아파하길 기대하는 거죠.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반적인 이별 공식이 아니라 똑같이 힘들어 해서 나중에라도 다시 이어졌으면 하는 것 같죠?

자. 제목 '지나오다'에서 지나온 것을 찾으셨나요? 하하하. 숨은 그림 찾기 같죠? 공간적으로는 상대의 집을 지나오다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시간적으로는 이별 후 시간을 지나온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겠죠. 그러고 보니 시공간을 지나온 것일 수도 있겠군요. 하하하.


음. 오늘은 '상대방의 집 앞을 서성이는 일'이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상황이 그려지시나요? 이런 거 직접 해 보신 분도 있으시죠? 지금은 아파트가 주된 주택의 형태여서 이런 감수성이 발휘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예전엔 2층 단독주택 같은 데서 담벼락 너머로 그 혹은 그녀의 방을 훔쳐 보곤 했었죠. 하염없이 창문을 바라보다 불이라도 들어오면 상대가 그 방안에 있음을 감지하곤 상상의 나래를 펼쳤더랬습니다. 네 저도 그런 적 있습니다. 하하하. 인기척이라도 있을라치면 몸을 숨기느냐 여념이 없었죠. 죽을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만큼 쑥쓰러웠는지 풋풋했는지는 몰라도 그 시절엔 그런 낭만이 살아 숨쉬었죠.

그 결말은 이 노래처럼 '한참 서성이다 돌아옴' 이었습니다. 효율로만 따지면 정말 꽝인 상황이죠. 가는 길, 오는 길, 서성이는 시간, 감정 소모까지 더해지면 죄다 마이너스입니다. 그런 일을 우리는 기꺼이 합니다. 사랑하니까요.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상대의 생존 여부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거죠.

이 노래에서는 참아 그 담벼락을 넘지 못합니다. 상대의 집은 그녀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면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는 것이죠. 오히려 그녀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시도를 했다가 쫓겨나기라도 하면 주거침입죄로 엵여서 다시는 그녀의 집 근처를 서성일 권리마저 잃게 될테니까요.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바로 '서성임'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겠죠. 그래서 화자는 혹시라도 그녀가 제 발로 집밖에 나오게 돼서 마주치게 되면 화자처럼 아픈 시간 속에 산 티가 팍팍 났으면 하고 바래보는 거죠.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는 겁니다.

이어질 사이라면 돌을 창문에 던져서 혹은 특유의 신호를 보내서 로미엣과 줄리엣을 연출하면 될 일이겠지만 왔다갔는지도 모를 만큼 집앞을 서성이는 까닭은 현실과 바람 사이의 갭이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가로등이 짙게 깔리고 눈이라도 올라치면 그 처연함은 더해질 겁니다.

눈 앞에 있어도 나라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목소리만 내지르면 닿을 듯한 거리에 화자가 있지만 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관계의 담벼락이 심리적으로는 만리장성 수준을 연상시킬 듯 합니다. 상대의 집 앞을 서성이는 일은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빚어진 어떤 이의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다 부질없는 일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의 집 앞을 서성이는 일 말이죠. 얼마나 그리웠으면 보고 싶었으면 못 볼껄 알면서도 그 길로 발걸음이 향했을까요?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일도 아니고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라도 달래보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면 이별이 더 어려워진다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참고 참으면 더 큰 병이 나진 않을까요? 그렇게라도 해서 다친 마음을 치유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참던 견디던 갔다 오든 말든 모든 것들은 다 지나옵니다 그리고 지나갑니다. 하하하.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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