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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별의 <이별하러 가는 길>

작사 임한별, 박지연 / 작곡 임한별, 추대관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임한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_RXKK69 fVPQ? si=MlGu4 leoR3 jgsa31

이별하러 가는 길

참 맑기도 하다

널 떼러 가는 길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맞이할 이별에

많이 힘들지 몰라


미안해


- 임한별의 <이별하러 가는 길> 가사 중 -




정리되지 않은 내 맘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내색하지 않으려 해


시간이 흐르면

덤덤해질 거야

또 살아갈 테고

누군갈 사랑할 테지


이별하러 가는 길

널 떼러 가는 길


벼락같은 이별 선언을

알기라도 하는 듯

날씨는 유난히 좋다


내 인생에

더 이상 사랑은 없다는

차가운 거짓말로

우는 널 떼내보려 해


여리고 여린 너에게

당황할 수밖에 없는 너에게

따뜻한 위로는커녕


세상에서 있는

가장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던졌던 못난 나였어


난 벌 받을 거야

미안하다고 못한 게

후회로 가슴에 남을 거야

지금도 너의 불행을 만들고

행복을 빌고 있잖아


우리 사랑한 만큼

아파 미치도록 그리울 사랑아


안녕




임한별은 2008년 그룹 '에이스타일'로 데뷔했습니다. 한 마디로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작곡가 한상원 씨의 주선으로 '먼데이 키즈'의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이후에는 솔로 활동과 작사작곡을 하고 있습니다. 노래할 때는 임한별, 작사할 때는 모노트리, 작곡할 때는 Onestar라는 세 가지 이름을 쓰고 있는 점이 특이하네요. 괜찮아 보입니다.

'먼데이 키즈'에 있을 때는 막내이고 워낙 출중한 실력의 보컬이 있었던 관계로 기지개를 제대로 못 켜었죠. 군대를 다녀오고 2018년 오늘 소개해 드릴 이 곡을 내면서 리스너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죠.

특유의 고음으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죠.

최근에는 허각, 신용재와 함께 '허용별' 활동을 병행하고 있기도 하죠. 인터뷰한 것을 보니까 전형적인 E타입으로 바쁘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유형으로 보였습니다. 그만큼 여기저기 음악 프로나 유튜브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신곡이 2023년 4월 발매한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어'입니다. 원래 이 곡을 하려다가 가사가 <나쁜 남자> 버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하하하. 개인적으로는 노래 역시 오늘 선곡한 노래가 더 듣기 좋았던 것도 있고요. 잘한 선택이었을까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이별하러 가는 길>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별하려고 마음을 먹고 어떤 장소로 가는 길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오늘은 첫 가사부터 순서대로 접근하는 방식을 좀 벗어나는 시도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먼저 만나 보시죠. '이별하러 가는 길/ 참 맑기도 하다/ 널 떼러 가는 길'입니다. 그날 유난히도 날씨가 좋았나 봅니다. 저는 이 가사에서 잔인한 4월이 연상되었습니다. 날씨는 너무 좋은데 내 몸은 회사에 학교에 묶여 있을 때 이렇게 표현하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좋은 날씨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이별의 한 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날씨마저도 야속한 것이겠죠. 전 이 부분에서 '널 떼러 간다'는 표현이 마음에 드네요.

'갑자기 맞이할 이별에/ 많이 힘들지 몰라 미안해' 부분입니다. 아마도 화자가 상대에게 이별 선언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죠. 그리고 상대는 눈치도 못 챈 상태가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이 노래 전체적으로 이별의 이유는 나오지 않습니다. 우 씨^^

'다신 사랑 안 한단 거짓말 뒤로/ 우는 널 남긴 채/ 나 차갑게 떠난다' 부분입니다. 이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상대가 있을까요? 이 노래 초반부에 '다시 또 사랑하면서 누군갈 사랑하면서 그렇게'라는 가사사 나와서 거짓말 확인 도장도 찍어주고 있답니다.

참 이별의 변명이 궁색하기 그지없죠? 굳이 이해하자면 우는 상대를 보며 등을 돌리는 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아무 말 대잔치로 벌린 것일 테고요. '화도 못 내는 네게'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는 아마도 매우 착한 성품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거든요.

하이라이트 부분 외에 이 노래에서 주목해 봐야 할 가사는 '이게 나란 남자야/ 못 되고 비겁해/ 널 울게 만들고/ 또 니 행복을 빌어' 부분입니다. 이별 선언하면서 으레 껏 '잘 살아'라는 말을 하잖아요. 불행하게 만든 내가 누군가의 행복을 비는 모순을 느껴지시나요? 사랑하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어떤 상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과연 무엇이 두 사람에게 이별로 내몬 걸까요? 심히 궁금하네요.


음. 오늘은 그동안 이별은 수도 없이 다뤘으니까 '길'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길'이라는 단어는 땅이라는 1차적인 의미도 있고 '길을 들인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익숙하게 만들다'라는 뜻도 있죠.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인생'과 같이 추상명사와 함께 방향 등을 나타날 때가 아닐까 하는데요.

여러분들은 길이 있은 다음 우리가 걸어가는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우리가 걷게 되면 길이 생긴다고 생각하시나요?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으시죠. 누군가가 말하는 대로 살면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일 테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면 길을 내는 것이겠죠.

우리는 정해져 있는 한 곳이 아니라 각자가 설정한 곳을 향할 때 비교가 사라지고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길은 하나가 아니라 사람 수만큼 무수히 많다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없는 길을 걷는 것, 길을 내는 것은 꽤나 두려운 일입니다. 괜히 다수가 가는 길을 가지 않고 혼자 길을 떠났다가 낭떠러지를 만나기로 하면 큰 일일테니까요. 또 외롭긴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누군가가 깔아준 포장도로를 걷지 않고 굳이 비포장 도로를 걸어가겠다는 사람이 제정신일까 싶기도 하죠.

우리가 길을 떠나는 이유는 이 노래처럼 '이별 선언을 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수반되는 행위일 겁니다. 길 위를 걷는 그 자체보다 길의 목적지에 다다르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죠. 포장도로를 가든 비포장도로를 가든 목적지에 도착한 이유를 발견한다면야 뭐든 문제가 될 게 없겠지만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아니러니 하게도 편한 길을 택하면 택할수록 그 이유를 찾는 것에서 멀어져 갑니다. 헬기 타고 산 정상에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산에 오르는 길도 모르게 되고 그 성취감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죠. 심지어는 내가 여기 왜 왔을까? 혹은 이 봉우리가 맞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될 겁니다.

반대로 길이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합니다. 그래서 방향을 잃었다 싶으 면 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돌에 걸려 넘어져도 그 이유가 있기에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게 되죠. 결국엔 길을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내 맘 속을 걷게 되는 것이죠.

일개의 사람이 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에 경종을 울리는, 신경림 시인의 <길>이라는 시로 오늘의 브런치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길이 고분고분해서...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 신경림 시인의 <길> 내용 중 -


PS. 우리네 삶은 사랑 고백을 하러 가는 길, 상장 받으러 가는 길, 용돈 받으러 친척집 가는 길 등 기쁜 길과 이 노래 제목처럼 이별하러 가는 길, 야단맞으려고 가는 길, 마지막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 등 슬픈 길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좋은 길로만 갈 수만은 없죠. 또 온실 속 화초를 떠올려 보면 좋은 길만 간다고 좋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 이 모든 길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걷고 있는 그 길은 좋은 길인가요 슬픈 길인가요. 그 길을 걷고 있는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그 길 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이유를 찾으셨나요? 하하하. 편안한 금요일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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