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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의 <다시 사랑한다면>

작사 강은경 작곡 김태원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mB104025 Xg? si=GCVZ-hDCTMygr_wj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에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 김필의 <다시 사랑한다면> 가사 중-




다시 태어나 사랑한다면

만나고 기대하는 일

지키지도 못할 많은 약속들

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만들며

헤어지는 순간에

서로 아픔 없이

보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알아요

너무 사랑이 깊어지면

그만큼 슬픈 마지막을

감당해야 한다는 걸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나를 속일 수 있다는 걸

먼 훗날은 나 아닌

누군가의 곁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부디 빌게요

다음 사랑할 땐

지금의 우리 같지 않기를

지금처럼 아프지 않기를


오랜 후에도

우리가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거면 충분해요.


꼭 나보다 더 행복해져요

하늘은 이런 내 마음

알아줄까요





김필은 2011년 '바보같이 또 울어요'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2014년 Mnet <슈퍼스타 K6>에 참가해 준우승을 했죠. 거친 고음이 매력적인 가수입니다. 대부분 본인 곡은 직접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싱글앨범과 미니앨범 위주로 발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곡은 도원경 씨가 부른 곡입니다. 1993년 1집 '성냥갑 속 내 젊음아'라는 곡으로 데뷔한 여성 솔로 가수입니다. 정규앨범을 6장 발매했고 2016년에는 JTBC <슈가맨>과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기도 했죠. 외모로만 보면 걸크러쉬 콘셉트입니다. 여성 락커답게 밴드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11년 도원경 4집에 실렸습니다. 작사가와 작곡가에 주목해 봐야 하는데요. 작사가 강은경 씨는 이번 곡을 포함해서 제가 다룬 곡 중 무려 10곡에 이름을 올린 베테랑 그 자체입니다. 또한 작곡인 부활의 김태원 씨는 서정적인 노래를 잘 만드는 레전드죠. 이 두 분이 만났으니 끝난 셈이죠.

제 나름대로 커버송이나 리메이크 곡을 선정할 때 원칙이 생겼는데요. 원곡보다 잘 불렀거나 원곡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낼 경우입니다. 전체적으로 곡의 소화하는 능력이 훌륭한 경우에만 다루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곡은 부족함이 없는 곡이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이 노래는 너무 깊은 사랑을 했기에 그만큼 이별의 슬픔도 배가 되는 상황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답을 못 찾으니 '다시 태어나 사랑한다면'이라는 가정법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사가 참 시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가 첫 가사입니다. 너무 사랑해서 자주 만나고 기대도 많이 하고 서로 미래에 모든 걸 같이 하자 이런 약속을 엄청 많이 했나 봅니다. 그게 헤어지는 상황에서는 화살이 되어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처럼은 안 할 거라 말하고 있네요.

그래서 어떻게 할지가 다음 가사에 이어집니다.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라고 말합니다. 상처받을 게 걱정돼서 띄엄띄엄 사랑하자는 말인 듯한데 이게 진정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그만큼 지금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겠죠.

저는 이 노래에서 너무 뻔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의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길' 부분에서 앞 문장입니다. 뒤늦게 사랑과 이별의 속성을 깨우진 화자가 내던진 말이어서 더 심금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2절에서는 '이젠 알아요 영원할 줄 알았던/ 그대와의 사랑마저 날 속였다는 게/ 그보다 슬픈 건 나 없이 그대가/ 행복하게 지낼 먼 훗날의 모습'이라는 변형 가사가 나옵니다. 사랑에 깊게 빠져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화자가 정신을 차려보니 상대가 언젠가는 다른 사람과 행복할 수 있겠다는 현타가 온 거죠.

화자는 사랑을 잘 몰랐기에 더 순수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상대와 깊은 사랑이 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헤어짐이 순간이 오자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죠. 사랑했던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이 밀려오는 거죠. 상대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 노래의 전개가 꽤나 괜찮다고 느끼는 부분은 그다음입니다. 먼 훗날 지난날을 회상하며 사랑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말하거든요. 그래서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며 하늘만이 화자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다라고 하죠. 충분히 상대방을 원망할 수도 있고 허부적 거릴 수도 있는데 참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죠. 강은경 작사가님 꼭 한번 만나보고 파~ 하하하.


음. 오늘은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것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최근에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예전엔 못 느꼈던 감정을 느끼는데 이게 외로움인지 고독인지 잘 모르겠어서요.

공부를 하다 보니 외로움은 외부에서 온 감정이고 고독은 스스로가 선택한 감정이라고 대체로 설명하더라고요. 외로움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인간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고 고독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아주 적극적인 스스로 만들어 즐기는 것이라고.

전 뭐든 궁금하면 피하지 않고 그 주제를 좀 파는 편입니다. 어느 정도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 정립될 때까지요. 그러다 안 되면 머릿속에 유보 상태로 놓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한 번씩 꺼내서 '이런 답은 어때? 아닌가?'하고 다시 짚어 넣다가 꺼내기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답이 '인생의 의미였죠' 2년 걸렸음다. 하하하. 이런 괴팍함이 아마도 작가로서 저의 가능성을 높여가는 게 아닌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닌가? 하하하.

원래 주제로 돌아가서요. 아마 원시 시대에는 외로움 이런 단어 몰랐을 겁니다. 혼자 동굴에서 사는 사람이 외로움 따위를 느꼈을 리 없잖아요. 아마도 사람과의 접촉이 일어나는 시점부터, 그리고 헤어짐이나 죽음 같은 사람의 부재를 경험한 순간부터 이 감정을 내재화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래서 늘 혼자였던 사람보다는 같이 있다가 혼자 있게 되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 노래에서 깊은 사랑이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말이 십분 이해가 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어서일까요? 그래서 헤르만 헤세의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인내하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강한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이 무지하게 공감이 되었답니다. 여러분들도 살면서 이런 감정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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