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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

작사/작곡 로이킴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로이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mPTjjrjbU4? si=85 nGfDOOMsZcFUEU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그때 그때


네가 원하든 말든 널 잡을 거고

내가 더 이상 지쳐 걷지 못할 때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 가사 중 -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지금 모습 그대로

나를 꼭 안아주면 돼요


너를 사랑하는 법도

어렵지 않아요

한 번 더 웃어주고

조금 더 아껴주면 돼요


우리 사랑하는 법

어렵지 않아요

매일 처음 만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봐 줘요


우리 먼 훗날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오히려 그게 나는 좋아요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말아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뭐가 그리 불안한가요


네가 날 떠나면

원하든 말든 난 널 잡을 거고

그러다 너 없는 게 익숙해지거나

더 이상 지쳐 걷지 못하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로이킴은 슈퍼스타K 시즌4 우승자로 2013년 데뷔했습니다. 이 노래 역시도 홀로 작사작곡을 했을 만큼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갖추었죠. 활동명 때문에 재미교포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토종 한국인입니다. 본명은 김상우입니다. 유튜브 영상에 있는 로이킴을 슈스케팀이 그냥 갔다 쓰면서 이름으로 그리 되었다고 하네요.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하.

외국물을 많이 먹은 건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때 캐나다 유학도 가고 미국에서 학업을 하고 대학 진학도 준비했었죠. 하지만 슈스케에 참가하면서 인생 항로가 바뀌었죠. 편안함을 주는 포근한 목소리가 강점인 가수입니다. 중저음의 견고한 음색이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지죠.

이번 노래는 2018년에 발표한 곡입니다. 잠시 멈췄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며 미국에 있을 때 1년에 걸쳐 가사에 공을 들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사가 참 좋습니다. 기사를 좀 검색해 보니 원거리 연애를 뜻하는 '롱디(long distance)' 커플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하네요. 로이킴 본인 이야기는 아닌지 하는 강력한 의심을 제기해 보는 바입니다.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그때 헤어지면 돼>입니다. 오래간만에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노래 제목을 만난 것 같습니다. 마치 지금 헤어지자고 말하는 상대방에게 다독이며 하는 말처럼 느껴지는데요. 이 노래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함께 가사를 살펴보시죠.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지금 모습 그대로 나를 꼭 안아주세요'가 첫 가사입니다. 비슷한 가사가 너, 그리고 우리에 걸쳐 2절에 나오죠. 종합하면 나를 사랑하는 것도 너를 사랑하는 것도,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너, 나, 우리 서로가 사랑하는 것이 그다지 큰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죠?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상대가 가진 사랑에 대한 부담의 무게를 의식한 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나중에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가 다음 가사입니다. 굉장히 시적이면서도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다'라고 말하며 그런 상황이 좋다고까지 하죠.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뭐를 고민해요' 부분입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롱디커플은 결국 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래 못 간다는 이야기라도 들은 걸까요? 아니면 사랑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어떤 이유 때문인지 헤어지는 게 낫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일까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상대방은 지금의 사랑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미래로 함께 가는 발걸음을 떼는 일을 주저하게 되는 상황인 듯 보입니다. 그걸 알고 지켜보는 화자 입장에서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라고 말하고 있죠. 굳이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헤어짐을 재촉할 필요는 없다면서요.

누군가를 사랑하다 보면 상대의 어떤 면 때문에 혹은 미래에 변화할 상황 때문에 그 끝이 뻔히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랑이 아니라 잠시 스쳐 지나갈 사랑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경우에 짧고 강렬한 사랑이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일장춘몽 같은 사랑이니 건너뛰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시렵니까? 사랑하는 마음과 아니라고 말하는 이성이 다른 방향을 보는 지점 말이죠. 아마도 이 노래는 그 지점에 서 있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을 잘 표현한 듯 보이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에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그래서 '시선'에 대한 썰을 좀 풀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무슨 일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의식하며 사시나요? 옷 한 벌을 사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남들에게 좋게 보일 스타일 중 어느 것에 눈이 가시나요?

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는 나라이다 보니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너무도 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자라면서 친구에게 샘도 많이 내고 비슷한 수준의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를 키울 때도 내 기준보다는 주변 시선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사는 우리는 자신이 의지를 발휘해서 주변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무리에 편승해서 내 고유의 생각을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뭐만 하나 유행한다고 치면 빛과 같은 속도로 전파되는 특성 탓에 거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은 느낌마저 들게 되죠.

예전 아나운서 백지연 씨의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좀 소개해 볼까 합니다. 개인에게는 3개의 시선이 있는 듯하다. 내가 나를 보는 시선, 남이 나를 보는 시선, 그리고 제삼자가 나를 보는 시선 이렇게요. 자신의 삶이 나아질수록 제삼자의 시선까지 신경 쓰고 힘들수록 내가 나를 보는 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각박한 삶을 살면서도 계속해서 나 자신이 아닌 제삼자의 시선 혹은 타인의 시선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누군가의 조언이나 평가에 지나치게 의지하며 사는 태도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내가 나를 보는 시선에 출발해야 합니다.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타인의 나를 보는 시선도, 나아가 제삼자가 나를 보는 시선도 어그러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시선의 사전적 의미는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입니다. 우린 뭘 보고 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시선을 바꾸면 삶이 바뀔 수 있는 거죠. 우리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자 하는 의미가 아닐까요? 지금 여러분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자기 자신의 시선을 때때로 점검하는 일은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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