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양파의 <사랑.. 그게 뭔데>

작사 강은경 작곡 박은태

by GAVAYA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양파'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dnjEN7Trbs?si=1Kv6gwQPVta9xtoz

대체 니가 뭔데

날 울려 날 울려


어떻게 니가 날 떠나가

이렇게 버릴 걸

왜 나를 가졌니


사랑 그게 뭔데

이토록 가슴에

힘겨운 상처만 남겨놔


너 아닌 누구도

이제 다신 품을 수 없게..


- 양파의 <사랑.. 그게 뭔데> 가사 중 -




지금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

잊으라고. 맞아?

지우라고. 맞아?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데

그걸 믿으라고?

진심이야?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지금 나 이 자리에서

죽는 거 보고 싶단 거야?


내 여린 마음

왜 기어코 독해지게 만들어

네까짓 게 뭔데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그런 널 위해

모든 걸 걸었던 내가

바보 같고 더 미워진다


대체 니가 뭔데

사랑 그게 뭔데

날 울리면서 떠나가


이렇게 버릴 걸

왜 나를 가졌니
힘겨운 상처만 남겨서

다른 사랑도 못하게


없던 일로 하고 다 용서할게

나에게 다시 돌아와 줘 제발

사랑해...




양파는 1996년 데뷔한 여성 발라더(발라드 가수)입니다. 양파라는 가수명은 다 아시다시피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속성에 착안해 항상 노래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데뷔 당시 여고생이었던 양파는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 며칠 밤을 울었다는 후문입니다. 오이, 당근이었음 좀 낫았으려나요. 하하하. 오래간만에 웃으시라고 아재개그 한 번 시전해 보았으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려요. 이름에 대한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본명 이은진에서 '진'을 빼고 '이은'으로도 바꾸려고 시도했었다가 좌초되었다고 하네요. 전 양파 좋은데.....

<애송이의 사랑>이 1집 타이틀 곡이었죠. 이후에도 <알고 싶어요><A'ddio> 등 좋은 곡들을 많이 불렀습니다. 그렇게 3집까지 활동하다가 돌연 유학을 떠납니다. 그 유명한 '버클리 음대'로 말입니다. 무려 4년 장학금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죠. 학창 시절 우등생이었을 만큼 공부도 꽤나 잘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수 생활을 하다 돌연 유학을 떠난 것은 너무 일찍 연예계에 데뷔한 후폭풍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당시는 하루 10개 이상 살인적인 행사 일정이 만연했던지라 한편으로는 이해도 됩니다.

이번 곡은 2007년 발매한 정규 5집 <The Windows OF My Soul>에 실린 곡입니다. 제목이 <사랑.. 그게 뭔데>인데,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을지 함께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여느 이별 노래처럼 헤어짐의 순간을 소재로 노래가 만들어졌습니다. 첫 가사가 '무슨 뜻인 건가요/ 지금 한 그 말/ 잊으라는 지우라는 차가운 한 마디'입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이별 선고를 받은 상황이죠.

이어지는 가사는 '믿어지지 않아요/ 거짓말 같아/ 왜 우리가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해'입니다. 이별의 말에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말문이 막히죠. '왜 우리가'라는 가사를 두 번이나 반복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는 듯 보입니다. 이별 순간에 '왜'라는 질문은 빠지지가 않죠. 그만큼 이해가 어렵단 말이겠죠.

그래서 애원합니다. '제발 말해줘요/ 잘못 들은 거라고' 말이죠. 노래의 화자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지금은 순서상 '부정' 단계에 와 있죠. 평소에는 여린 사람이지만 한 번 돌면 엄청 독해진다고 엄포를 놓고 있죠. '나를 알잖아요/ 여린 사람인 걸/ 왜 기어코 자꾸 날 독해지게 해' 부분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대체 니가 뭔데'로 시작하죠.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원망의 감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랑 그게 뭔데'도 같은 맥락이죠. 너를 원망하는 이유는 '나를 떠나가며 왜 울리냐'는 것과 '이렇게 버릴 거면서 왜 날 가졌냐'이고, 사랑을 원망하는 이유는 '너 아닌 다른 사람도 못 만나게 힘겨운 상처만 남겨 놓았냐'는 것이고요.

그래서 '도대체 어쩌라고/ 날 더러 날 더러 /왜 날 미치게 만들어'라고 화자의 감정을 이렇게 가사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니까짓게 뭔데'라는 뭔데 3종 시리즈를 동원하며 날 아프게 하냐고 따지죠. 그러면서 본전 심리가 작동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너한테 한 게 얼만데 니가 나에게 이럴 수 있냐면서요.

그냥 마음이 돌아선 것을 알면 '그래. 너 잘났다.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내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정도로 화풀이를 할 텐데 '사랑 그게 뭔데, 니가 뭔데, 니까짓게 뭔데'까지 3단 콤보로 상대를 압박하는 걸까요. 네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겁니다. 아직도 사랑하고 있어서 붙잡고 싶은 거죠.

노래의 화자는 이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별 선고를 받고 급당황해하고 있죠.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과 180도 달라진 상대의 태도가 논리 전개상 맞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잘못 들은 걸로 가볍게 넘겨보려고 하고 그다음엔 내 독기 보고 싶지 않음 그 말을 거두라고 얼음장도 놓았다가 뭔데 3종 시리즈로 상대방에게 왜라는 말을 에둘러 던져 보는 거죠. 떠날 사람에게 이런 접근 방식은 먹혔을까요?

양파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와 가사의 전개가 잘 조화를 이루는 곡입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에 '사랑.. 그게 뭔데'라는 질문을 받으시면 뭐라 답해주겠습니까? 전 이 노래 가사처럼 '논리적으로 잘 설명이 안 되는 거야'라고 답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요.

그렇게 좋아 죽다가도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하고 그렇게 싫다고 말하면서 그 사람이 없는 것은 더 싫은 것이 사랑이니까요. 완존 논리를 상실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는 거잖아요. 당연히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시킨 일이라서 그럴 겁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심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죠.

어쩌면 우리의 삶은 이 노래의 제목처럼 <사랑.. 그게 뭔데>라는 질문에 끝없는 답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평생 경험을 해도 할 때마다 어려운 것이 사랑인 걸 보면 말이죠. 그래서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이 한 단어를 그토록 아끼고 염원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