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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의 <까만안경>

작사/작곡 윤명선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q_67-tripac?si=cu6bREluFXUWt9j1


사랑해요 나도 울고 있어요 오 난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만 싶어요


미안해요 잘해주지 못한 나지만

이별까지도 사랑할거에요

행복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제발요


- 이루의 <까만 안경> 가사 중 -




한 낮에 태양을 피하기 위해

쓸 법한 썬그라스을

어두어진 저녁에 쓰죠


모든 것이 검은 색으로 보이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요


내 눈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울고 싶었거든요


내 눈 앞에서

한 여자가 떠나가요


방금전까지만 해도

내가 너무도 사랑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내 가슴속에서

울고 있어요



사랑해요

눈물나게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요

죽을 만큼요


미안해요

한 없이 부족하기만 했던 나라서

잡을 수가 없네요

부디 행복해요

제발요




이루는 2005년 정규 1집 <Begin to Breath>로 데뷔했습니다. 트로트 가수 태진아 씨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죠. 활동명 이루는 '가요계에 이름을 새기다(한자로 새길 루자를 씁니다)' 혹은 '꿈이 이루어지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작명이 좀 특이하네요. 받침이 없어서 부르기는 편하네요. 본명은 조성현입니다.

뉴욕에서 태어났고 미국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록 음악 가수 활동을 했습니다. 버클리 음대에 입학햇으나 자퇴했다고 하고요. 가수 데뷔 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적 변경을 하면서 군대에 가게 되었죠. 2년 동안 활동을 하다가 군입대를 한 후에는 예전 인기를 다시 얻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6년 발매한 2집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국내에서도 그의 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입니다만 인도네시아에서 대박이 터진 곡입니다. 인도네시아 영화사에서 이 곡을 영화 OST로 삽입하면서 외국인 가사 최초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는 등 인기가 어마어마했다고 하네요.

데뷔 초를 제외하고 크게 뜬 노래는 없지만 꾸준히 음반 활동과 OST에 참여해 왔습니다. 불미스러운 점은 2022년 음주 운전으로 인해 현재는 사실상 가수 활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가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잘 되었으면 야구계의 이종범, 이정휘가 국내 가요계에도 탄생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네요.


자. 본업인 가사 해석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특이합니다. <까만 안경>이죠. 이별 상황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사용한 물건으로 하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여러분들도 썬그라스를 끼고 엉엉 울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첫 가사가 '까만 안경을 써요/ 아주 까만 밤인데 말이죠/ 앞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울고 싶을 뿐이죠' 입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써야 하는 썬그라스를 어둠이 자욱히 깔린 밤에 쓰고 있다는 설정인데요. 해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이겠죠.

'한 여자가 떠나요/ 너무나 사랑했었죠/ 그래요 내 여자에요/ 내 가슴 속에서 울고 있는 여자'가 다음 가사입니다. 네. 너무나 사랑했던 한 여인을 떠나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두운 밤에 까만 안경을 쓴 이유를 설명하고 있죠. 화자의 가슴속에서 울고 있다는 것은 슬픈 마음이라는 은유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해요 나도 울고 있어요 오 난/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만 싶어요/ 미안해요 잘해주지 못한 나지만/ 이별까지도 사랑할거에요/ 행복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제발요' 부분입니다. 죽을 만큼 떠나보내기 힘든 마음을 표현하고 있죠. 하지만 있을 때도 잘 해주지 못했으니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이 노래는 가사가 참 짧죠? 하하하.


음. 오늘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치부'라는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들은 죽을 때까지 꽁꽁 감추고 싶은 치부가 있으신가요? 혹은 그래야 하는데 우연치 않게 다 까발려져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었던 상황은 없으셨나요? 그 치부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이 노래에서는 남자가 눈물 흘리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까만 안경을 동원하죠. 치부는 '무언가 떳떳하지 못해 들킬 것이 염려되는 지점' 정도로 풀이가 됩니다. 죽음과 관련된 책을 읽다가 이런 질문이 써 있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그 옆에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 비밀번호를 풀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여러분이라면 그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풀겠습니까?'라고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핸드폰 속에는 다양한 사진과 문자 등이 있을 겁니다. 죽음의 단서라도 찾아볼 요량으로 비밀번호를 풀었다가 뜻하지 않는 상대의 치부와 마주칠 가능성도 있겠죠.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저는 궁금하긴 하나 안 보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하하하.

누군가의 치부를 보는 일은 사실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는 맞는 일이지만 그 사실이 일으킬 파장을 생각하면 그 일이 꼭 바람직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정신과 상담 의사라는 직업이 떠오르는데요. 험한 일을 겪고 정신이 망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스토리를 낯낯이 듣고 위로하는 일이 녹녹치 않을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이런 치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살다보면 꼭 그렇게 되지 않아서 문제죠. 저는 치부에서 '치'자에 주목합니다. 부끄러움 말이죠. 부끄러운 마음을 안다는 뜻의 '염치'라는 단어에도 그 '치'자가 들어갑니다. 치부의 발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게 치부인지도 모르는 게 더 문제가 아닐까요?

부끄러운 마음, 염치를 가지려면 '눈치'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을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드릴지 상상력도 발휘하고 반응도 살피는 눈치가 없으면 부끄러운 부분을 뜻하는 치부가 되는 것일테니까요.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은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성실함의 상실이 원인이 아닐까요?

물론 의식있는 성인이라면 최대한 타인의 치부를 들추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타인 역시 그게 치부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서로의 치부를 잘 감싸줄 수 있는 지혜 플러스 평소 타인의 마음을 파악하려는 예방적 조치가 병행한다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브런치를 마치겠습니다.


PS. 간만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노래 선곡에만 1시간 이상이 걸렸네요. 이거 했다 저거 했다 이랬거든요. '에잇! 오늘은 재낄까' 하다가 가깟으로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100일 연속을 한 번은 꼭 찍어보고 싶어서요. 하하하. 74일째거든요. 사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더 무서웠어요. 하하하. 이루 씨한테 까만 안경이라도 빌려서 울고 싶더라고요. 뭔가를 시작하면 이유도 원인도 모르지만 꼭 이렇게 한두번의 고비가 오곤 하죠. 여러분들은 이런 위기 상황이 오면 어찌 헤어나오시는지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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