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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성의 <안 되나요>

작사 박경진 작곡 이현정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휘성'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2 V0 bXQOTBKU? si=It52 rFu5 ehcgNRja


안 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조금 내 마음을

알아주면 안돼요


아니면 그 사람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돼요


내 곁에만 있어 준다면


- 휘성의 <안 되나요> 가사 중 -




처음 본 날부터

이미 그대는

다른 사람이 곁에 있었죠.


헤어질 수도 있는 거라고

기대를 해보지만

행복해만 보이는

그대가 너무도 야속해요


하루는 울고 있는 그대

울다 지쳐서

그 사람과 이별하게 되길

기도하기도 했어요


그대가 힘든 걸 보면

나 역시 아프지만

사랑할 수 없는 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죠.


안 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그 사람과 이별하면


안 되나요

조금 내 마음을 알아주면

그 자리에 내가 가면


나를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고

아니면 그 사람 사랑하더라도

내 곁에만 있어 줘요




휘성은 2002년 1집 앨범 <Like A Movie>로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최휘성이라고 하네요. 가난으로 힘든 유년기를 보냈고, 중학교 때 백댄서 활동을 시작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백댄서로 활동했습니다. A3뮤직에서 4인조 A4그룹으로 잠시 활동했고요. 잘 안 돼서 장나라의 노래에 피처링을 맡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데뷔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휘성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린 곡이죠. 1집의 여세를 몰아 4집까지 매년 하나씩 앨범을 내며 히트곡을 만들었죠. 원래는 미성이었는데 시끄럽고 악취 나는 하수처리시설에서 매일 8시간씩 연습해서 R&B 스타일에 맞게 득음한 목소리라고 합니다.

가수이자 래퍼입니다. 랩도 수준급이라고 하죠. 보컬트레이너로도 활동했는데 빅뱅 멤버는 물론 비스트, 소녀시대, 샤이니 등 유명 가수들을 가르쳤죠. 이 곡을 비롯해서 <전할 수 없는 이야기><With me><Insomnia><결혼까지 생각했어><가슴 시린 이야기><불치병> 등 히트곡도 상당합니다.

프로듀서로서의 능력도 겸비하고 있고요. 작사가로서가 발군인데, 윤하의 '비밀번로 486',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 TWICE의 'Dance The Night Away' 등이 그의 대표 작사곡입니다. 안타깝게도 2021년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인해 현재는 가수 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고 검색이 되네요. 이론 이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안 되나요>입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사랑해 주면 안 되냐고 묻고 있죠. 이미 상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입니다.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수문장이 떡 하니 버티고 있으면 숨이 막히겠죠? 워낙 유명한 곡이라 다들 들어보셨을테니지만 가사를 하나씩 뜯어보니 내용이 새삼스럽네요. 하하하.

'너무 힘들어요/ 다른 사람 곁에 그대가 있다는 게/ 처음 그댈 본 날/ 훨씬 그전부터 이미 그랬을 텐데'가 첫 가사입니다. 네 임자가 있는 상대를 사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자는 자신의 사랑보다 상대의 사랑이 먼저 시작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죠. 그래서 혼자 힘들다고 푸념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어쩌면 헤어질지 몰라/ 힘겨운 기대를 해봐도/ 단 한번 힘들어하는 표정 없이/ 행복해하는 그대가 싫어요' 부분입니다. 화자가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두 사람이 헤어지기를 기다리라는 것이죠. 하지만 단 한 번도 힘들어하지 않는 표정에서 그런 가능성이 바닥을 치자 행복해하는 상대가 얄궂게 되죠.

2절에도 비슷한 가사가 나옵니다. '하루는 울고 있는 그대/ 멀리서 지켜본 적 있죠/ 그렇게 울다 지쳐서

/그 사람과 이별하게 되길 기도하면서' 부분입니다. 바람이 이루어졌죠. 어느 날 상대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죠. 이 때다 싶어 울고 있는 상대를 보는 것이 슬프지만 더 처절하게 울어서 사귀는 사람과 헤어짐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라도 해야 하는 건지 싶네요. 하하하.

후렴구 '힘들 그대 모습 생각해 보면/ 벌써 그대 때문에 아플 나를 만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그대를 보면/ 너무 아픈 가슴 다 쓰러져만 가는데'에서 보면 상대의 사랑을 계속해서 지켜보며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보다는 상대가 잠깐 힘들어하는 게 낫다고 말하고 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목이 들어간 '안 되나요'로 시작합니다. '안 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조금 내 마음을 알아주면 안돼요/ 아니면 그 사람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돼요/ 내 곁에만 있어 준다면' 부분입니다. 한 보 양보라도 한 것일까요.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없다면 곁에만 있어달라고 하죠.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아닐까 싶네요. 곁에 있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라도 노려볼 셈인 걸까요?


음. 오늘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누군가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에서도 화자의 마음을 상대가 조금만 알아주면 안 되냐고 하잖아요. 여러분들은 자신의 마음을 세상 사람들이 잘 알아주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 반대라고 생각하시나요?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님이 고안한 성격유형검사에 따르면 크게 리얼리스트, 로맨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에이전트 이렇게 5개로 나뉜다고 하는데요. 이 중 로멘티스트는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타입이라고 하네요. 이 노래의 화자가 로맨티스트 유형이 아닌가 싶네요.

흔히들 부부사이에서 남편이 화난 아내에게 이유를 몰라서 물어보면 '몰라서 물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상황이 떠오르는데요. 문제를 일으킨 것을 넘어 그게 문제인지를 모르는 게 더 문제고 그걸 아내가 물어보는 3가지 잘못을 동시에 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살벌한 주변 공기를 파악한 남편이 하는 말은 뭔지도 모르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입니다. 그럼 다시 '뭘 잘못했는데?'라는 질문이 날아오죠. 후~

한 이불 덮고 살아도 그 속을 모르는 게 사람이라던데 누군가의 마음을 아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긴 할까요? 저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대를 낮추며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는 편이죠. 그 사람의 마음에 생긴 형상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배경이 점철되어 만들어진 것일 텐데 화났다 정도만 알 뿐이지 얼마나 어떤 모양의 화가 났는지를 가늠하기란 매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말을 해야 한다고 안다고들 하는데요. 그런데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단어에 담긴 뜻이 쓰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 다른 거잖아요. 비스므레하게만 설명이 가능할 뿐이죠. 하물며 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내는 일인데, 그게 의도를 가지고 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현명한 사람들을 보면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에둘러서 힌트라는 것을 주죠. 그나마 더 신경을 건드리게 하거나 엄한 짓을 하는 것을 막는 지혜일지도 모르겠네요. 상대방이 알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좀 더 빨리 알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서 알아주길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자는 그 앞에서 벌벌 떨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죠. 그게 다행히 잘 맞으면 좋겠지만 자신의 수준으로 맞추라고 하는 것은 좀 과욕이지 않나 싶네요. 알아주면 좋고 못 알아줘도 괜찮다는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섭섭해하지 맙시다.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르는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못 읽었다고 혹은 못 알아준다고 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것일 테니까요. 단 한 사람이라도 가끔씩 그 마음을 읽어준다면 알아봐 준다면 좋은 삶이지 않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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