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장기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가사 중 -
십만 원 가진 사람이
백만 원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백만 원 가진 사람이
천만 원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누가 더 짜증 날까?
백만 원 가진 사람은
십만 원 가진 사람을 보며
행복해할까?
천만 원 가진 사람은
백만 원 가진 사람을 보며
만족할까?
자랑하니까 부러운 건가?
부러우니까 자랑하는 건가?
난 부럽지가 않어
자랑하고 싶은 거 있음
얼마든지 해
장기하는 2008년 공식적으로 데뷔했습니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었죠. 밴드명부터 독특함이 느껴지시나요? 10년가량 밴드 활동을 하고 2019년경부터는 솔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감독입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가 그의 음악감독 데뷔작입니다.
인디 음악을 하다가 유명해진 보기 드문 케이스죠. 2000년경 서울대 사회학과를 다니면서 '눈뜨고코베인'에서 드러머를 맡으며 음악활동이 시작되었죠. 아마도 대중들이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그룹의 존재를 제대로 알아본 것은 2011년 발매한 정규 2집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여기 실린 <우리 지금 만나>라는 노래 말이죠.
2012년에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OST로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리메이크곡을 불러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 즈음부터 대략 3년간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에서 DJ를 맡았을 정도로 입담도 있는 편이었죠. 검색해 보니 2020년에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도 출간한 바 있네요.
저는 장기하라는 가수를 보면서 김창완이나 김수철 씨가 떠오르는데요. 그래서인지 장기하 씨의 인터뷰에 보면 음악 하면서 정말 천재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 분으로 산울림의 김창완 씨를 꼽았죠. 그도 그 두 사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천재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어렵지 않은 가사, 외래어를 잘 쓰지 않는 가사, 일상 대화처럼 말하는 가사 등을 통해 리스너들에게 정확한 가사를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22년에 발매한 <공중부양>이라는 미니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엄청 화제가 됐었죠. 하하하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나는 부럽지가 않어'입니다. '않어'가 아니라 '않아'라고 해야 표준법에 맞죠. 그런데 왠지 사투리여서인지 더 정감이 갑니다. 화자는 뭐가 부럽지가 않다고 하는 걸까요?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일까요? 이 노래 해석의 핵심은 이 지점이 아닐까 싶네요.
이 노래는 하이라이트 구간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입니다. 뭔가 가사 내용만 봐서는 삐진 거 같은 느낌이죠. 뭐가 부럽지 않다는 내용도 보이지 않고요.
'니가 가진 게 많겠니/ 내가 가진 게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한번 우리가 이렇게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부분입니다. 가진 게 많다는 것으로 보아 돈이나 재산 따위를 화두로 삼는 것 같죠. 본격적으로 뭘 말하고 싶은지를 구체화하려고 하는 듯한 암시를 주죠.
'너한테 십만 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 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 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짜증 나는 거야/ 누가 더 짜증 날까/ 널까 날까 몰라 나는' 부분입니다.
돈 많은 사람 위에 더 돈 많은 사람이 있다는 가사입니다. 그런데 다소 철학적이기도 하죠. 자신보다 더 적은 돈을 가진 사람을 보며 얻는 만족이 진짜 만족이냐고 묻고 있거든요. 더 더 돈 많은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그 만족감은 짜증으로 바뀐다면서요.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로 누가 더 짜증이 나고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냐고 묻고 있죠.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부분입니다. 화자는 그런 피라미드 혹은 위계 놀이에 안 빠져들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지 뭐/ 아니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분입니다. 그 놀이의 핵심이 '부러움'이라고 말하고 있죠. 부러움->자랑->부러움->자랑->..... 이런 식으로 순환 지옥의 맛을 선사한다고 말하죠.
음. 오늘은 노래 제목에도 나와 있는 '부러움'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들은 누군가의 무엇이 부러우신가요? 이 노래처럼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러우신가요? 아니면 주변에 사람이 많은 누군가라든지 늘 자신감 있어 보이는 사람이 부러우신가요?
아마도 부러움은 내 안에 없는 사물이나 대상, 혹은 생각이나 인품 등을 쫓는 마음의 행위인 듯 싶네요. 부러움의 작동 원리는 '비교'가 되겠죠. 나한테 없음 혹은 있음이 부러움의 대상에게는 반대로 있음과 없음으로 나타나니까요. 얼굴 못 생긴 누군가가 얼굴 잘 생긴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노래 가사에 처럼 비교라는 악마가 무서운 게 비교 대상이 끝도 없이 나타난 점입니다. 만원 가진 사람의 경우 십만 원, 백만 원, 천만 원, 억 원, 십억 원 이런 식으로 무슨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 단계 올라서면 비교 대상도 레벨업이 되는 식이죠. 그러니까 게임을 하는 동안은 계속 모니터를 보고 있어야 합니다. 거기서 달아나는 길은 전원선을 뽑는 것이죠. 바로 비교를 멈추는 일 말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부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뇌섹남, 뇌섹녀가 부럽습니다. 또 있습니다. 얼굴이 편안해 보이는 사람, 웃는 얼굴상을 가진 사람이 부럽습니다. 혹시 여기에 해당되시는 분 있으신가요? 저랑 친하게 지내시죠. 하하하. 반대로 뭘 많이 가진 사람들은 이를 테면 부, 인맥, 지위 등은 부럽지 않습니다.
제가 대체로 부러워한 것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주어진 무언가보다 살아오면서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무언가입니다. 그리고 내면이 단단해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들이죠.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뿐이지 질투하거나 시기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타인의 부러움 자극할 것들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해서죠.
우리나라는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깝습니다. 그래서 타인과의 비교를 상수로 놓고 살게 되죠. 독자적인 길을 걷는다는 것은 웬만한 굳은 의지와 독특한 생각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힘들죠. 그러니 발달하는 것은 눈치코치 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비교라는 악마에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요?
전 타인과 비교를 하지 않은지 좀 되었습니다. 누가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진급을 하고 여행을 가도 그리 부러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건 그의 삶이고 저는 저의 삶이 있는 거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서 인 듯합니다. 물론 저도 예전엔 그러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비교의 늪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는 일.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을 감안한다면 꽤나 중요한 삶의 이슈인 듯합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