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건모의 <서울의 달>

작사 최진영 작곡 최준영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건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JtNwy8 ZRDk? si=Zl73_5 XmtMnJjpou


오늘 밤 바라본

저 달이 너무 처량해


너도 나처럼 외로운

텅 빈 가슴 안고 사는구나


슬픈 추억 안고 사는구나

텅 빈 가슴 안고...


- 김건모의 <서울의 달> 가사 중 -




아무도 있을 리 없는 내 방

오만가지 생각으로 답답한 맘


하루가 가고

되는 건 하나 없고

사랑마저도 떠나버려


기나긴 한숨

담배 연기에 실어 보내고


술잔에 비친 달을 벗 삼아

주거니 받거니

취해가는 이 밤


가끔 비라도 내리면

구름이 유일한 친구였던

달마저 가려
쓸쓸함이 더해지지


어둡고 텅 빈 이 거리

오늘도 혼자 걸을 수밖에


오늘 밤 저 달이 유독

처량해 보이는 이유


외로운 텅 빈 가슴 안고 사는

슬픈 추억 안고 사는

내 모습이어서겠지




김건모는 1992년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데뷔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꼭 들어가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죠. 90년대를 평정한 가수입니다. 4살 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을 만큼 음악성이 뛰어났고 서울예대 출신으로 국악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탁성이 매력적이죠.

우리나라 최단기간 최다 음반 판매량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94년도에는 5대 가요제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죠. 작곡가 윤일상 씨는 조용필 다음으로 김건모를 언급했을 정도로 그의 음악성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생소했던 흑인 음악, 레게 장르를 국내에서 선보였고 '한국의 스티비원더'라는 애칭이 늘 따라다녔죠. <핑계><첫인상><잘못된 만남><스피드><혼자만의 사랑><아름다운 이별><사랑이 떠나가네> 등 히트곡도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전성기가 끝나는 2000년대 들어와서는 주종목을 댄스에서 발라드로 변화를 꾀합니다. <미안해요>가 대표적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5년 발매된 10집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1970년대 <네게도 사랑이>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전혀 리메이크를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본인 곡처럼 잘 소화했죠. 뭔가 노래가 김건모스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이 곡을 선택하게 되었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어보죠. <서울의 달>입니다. 여러분들은 달 자주 보시나요? 예전에 같은 제목의, 최민식 씨가 나오는 연속극도 있었죠. 서울의 태양이 아니라 서울의 달이라고 말하면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들죠. 메가폴리스 도시 서울이라고 부를 만큼 수많은 사람과 넓은 공간, 그리고 많은 자원들이 쏠려 있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을 둘 곳 없는 아이러니. 물질적으로는 부자가 되었지만 마음은 가난해지는 역설이 발동하는 도시 서울을 <서울의 달>이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듯하네요.

이 노래는 하이라이트 부분부터 전개되는데요. '오늘 밤 바라본/ 저 달이 너무 처량해/ 너도 나처럼 외로운/ 텅 빈 가슴 안고 사는구나' 부분입니다. 달은 달일 뿐인데 달을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이 처량한 것이겠죠. 친구도 하나 없이 하늘에 걸려 있는 외로운 달의 모습에 외로움으로 가득한 텅 빈 가슴을 안고 사는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 보고 있습니다.

'텅 빈 방 안에 누워/ 이 생각 저런 생각에/ 기나긴 한숨 담배연기/ 또 하루가 지나고/ 하나 되는 게 없고

사랑도 떠나가 버리고' 부분입니다. 외롭고 답답한 삶의 모습이죠.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사랑이 떠나갔다고 보기보다는 사랑이 떠나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다고 봐야겠죠?

그러니 이태백처럼 '술잔에 비친 저 하늘에 달과/ 한잔 주거니 받거니/ 이 밤이 가는구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술은 마시고 싶은데 친구가 없죠.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뜬 달을 벗 삼을 수밖에요. 그런데 마음이 외롭고 텅 빈 화자의 눈에는 저 달마저도 처량해 보이는 거죠.

2절에서는 '가끔 비가 내리면/ 구름에 니 모습이 가려/ 어두운 거리/ 더 쓸쓸해지네'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유일한 벗이라 여겼던 달조차 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면 사라지죠. 주변이 어두워지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 2 연타로 유일한 친구를 잃은 슬픔을 느끼죠. 으~~~ 아. 하하하.


음. 오늘은 '소외'에 대해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소외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무리에서 기피하여 따돌리거나 멀리함'이라는 배제와 비슷한 뜻입니다. 그런데 철학적인 개념으로서의 소외는 '전도(뒤집힘)'라는 좀 다른 개념이더라고요. 김누리 교수님이 이 소외의 개념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신 영상을 봤거든요. 이 노래에 그 이야기가 딱 어울릴 듯해서 소개를 좀 해 볼까 합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거대한 소외의 체제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제가 들은 게 아니라 그런지 안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다들 그렇다고 하니깐 하하하) 돈을 우리가 만들었지만 돈이 우리를 움직이게 되는 역전 혹은 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구조를 간파한 것이죠.

이처럼 소외는 쉬운 말로 주와 객이 바뀌는 '주객전도'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더욱 효율적으로 향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이라는 대도시지만 사실은 대도시라는 물질이 주가 되고 거기서 사는 인간은 객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 그 속에 사는 시민은 외로움을 느끼고 텅 빈 가슴을 부여잡고 하늘의 달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것이야 말로 소외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그 외의 것들도 정도가 지나치면 이런 소외의 범주로 진입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브런치를 예를 들어 볼까요? 매일매일 브런치를 하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아 오던 어느 1인이 언젠가부터 설렘이 덜해지고 꼭 해야 하는 일처럼 '의무감'이 생겨버리면 그 순간부터는 내가 브런치를 하고자 했으나 브런치가 나로 하여금 명령을 하는 격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나태한 속성 탓에 어느 정도의 루틴은 필요하겠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소외의 영역까지 자기 자신이 가도록 하진 말아야겠죠. 브런치를 하다가 절필 선언을 하겠다는 분들을 종종 보는데 바로 이런 주객전도의 손길을 뿌리치고자 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여러분들의 삶을 이런 철학적 의미의 소외로 바라보면 어떨까 싶어서 소개해 드려 봤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제가 연재를 안 하는 이유 아시죠? 그걸 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객전도 현상을 겪을까 봐 그렇습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브런치 하는 게 즐겁습니다. 100일 연속 브런치하기 더 나아가서는 도전 1,000곡이 목표인데요.(3년쯤 걸리겠죠) 그러나 언제라도 생각이 바뀌면 내일 당장이라도 키보드를 놓을 마음도 늘 같이 가지고 삽니다. 집착, 의무감 등 이런 단어들은 자유인을 꿈꾸는 제가 살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들이니까요. 어제부로 200개의 글을 브런치 했네요. 그것도 모르고 지나쳤습니다. 이 정도면 브런치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는 게 밝혀졌으려나. 하하하. 즐겁게 추가 100곡을 써 보겠습니다. 주와 객을 확실히 하면서요.

제 브런치에 응원을 보내주시고 계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 꾸뻑하고 넘어가야겠죠. 꾸뻑 ^^.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NO.20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루의 <까만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