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채정은 작곡 유해준
https://youtu.be/NipJmn989 SE? si=OsbJC5 F5 LptcZUpb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랑
행복했어요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요
지금 그 사랑보다 결코
내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 정재욱의 <잘가요> 가사 중 -
그대 미안해마요
나는 그대 짝으로
절대 어울리지 않아요
그대 날 잊어도 돼요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
잠깐의 연극이라 여기면서
난 잘한 거예요
아무리 몸부림쳐도
헤어지는 걸
피할 수 없었으니까
난 괜찮을 거예요
가진 것 하나밖에 없는
못난 나이기에
내가 꼭 그대 곁에 있어야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그댈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그댈 보내주는 게
나의 몫이죠
나의 사랑일 테죠
내 곁에서 멀어져요
그대를 볼 때마다
내가 잘못한 일만
계속 떠올라 괴로워요
어긋난 사랑의 끝엔
날카로운 슬픔만이
가득 차 있군요
잘 가요 그대
그동안 고마웠어요
지금 그 사랑보다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이
부족하다가 얕지 않았음을
부디 기억해 줘요
정재욱은 1집 앨범 <Foolish Seperation>으로 1999년 데뷔한 남자 솔로 가수입니다. 현재는 FAB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이자 대표직으로 맡고 있습니다. 1999년 타이틀곡 <어리석은 이별>을 내놨지만 당시 조성모가 유행시킨 얼굴 없는 가수, 일명 신비주의 콘셉트 여파로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죠. 아마도 조성모 수준의 인기를 염두에 두고 데뷔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당시 뮤직비디오에 공을 들이는 게 하나의 트렌드였습니다. 정재욱 씨의 경우도 <어리석은 이별>에서는 최수종, 차승원, 최진실 씨 등 당대 최고의 스타 군단이 출연했습니다. 이 노래 제가 굉장히 좋아했던 곡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곡은 2집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2집도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이때는 배우 이서진 씨가 출연했었죠. 1집 <어리석은 이별과>과 2집 <잘 가요>를 비롯해서 일본 노래를 번안한 <가만히 눈을 감고>가 그의 노래 중 가장 많이 사랑을 받았던 3종 세트죠.
2015년 <복면가왕>에 출연하더니 <슈가맨>에서도 모습을 비췄고요. 급기야는 2019년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새 식구로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가끔씩 얼굴을 내비치며 근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2006년 4집 앨범을 끝으로 홀연히 종적을 감췄었죠. 가수를 하면서는 크게 돈을 못 벌었는데 전업 투자를 하면서 가요계에서 멀어졌다고 하네요. 김경호 씨와 김창열 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가수를 해야 빛이 나는 친구라고 밝히기도 했을 만큼 노래 실력은 참 빼어난 가수입니다. 2023년에 <술 한잔이 생각나는 날에>라는 노래를 발매하시면서 가수의 길로 다시 돌아온 듯해 보여서 참 보기 좋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잘가요>입니다. 내 사랑을 떠나보면서 그 심경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따라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대를 사랑하는 화자. 그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주며 보내주며 쓸쓸하게 등을 돌리는 내용입니다.
'미안해마요 이제야 난 깨달아요/ 내 절대 그대 짝이 아님을/ 괜찮을게요 영혼 밖엔 팔 것 없는/ 못난 날 잘 비켜갔어요'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잊지 못하는 상대가 있음을 이미 알고 있죠. 그 상대에 비해 너무도 작게 느껴지는 자신을 비껴간 것이니 괜찮다고 말하고 있죠.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을 받아 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대 행복 내가 꼭 아니라도/ 지킬 테면 그게 사랑일 테죠/ 그게 나의 몫이죠'가 다음 가사입니다. 자신만이 상대를 지킬 수 있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런 마음을 갖는 것, 여기서는 옛 연인을 찾아주는 것이 화자가 상대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2절에서는 '잊어도 돼요/ 나를 만난 시간들은/ 잠깐의 연극이라 여기면/ 잘한 거예요/ 아무리 난 노력해도/ 작은 희망도 없잖아요/ 아주 멀리멀리 뛰어가세요/ 어떡해요/ 자꾸 잘못한 일만 떠오르는걸' 가사기 나옵니다. 자신과의 사랑을 잠깐의 연극이라 여겨 달라는 가사가 참 가슴 아프게 다가오네요. 화자가 상대에게 멀리 뛰어가라는 것은 보면 볼수록 잡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서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목 '잘가요'로 시작합니다. 이 부분 마지막 가사가 죽이죠. '지금 그 사랑보다 결코/ 내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부분이요. 결국 화자는 상대를 다른 이에게 떠나보내지만 자신의 사랑이 그 사랑보다 컸으면 컸지 결코 작다고 말하지 않는 거죠. 저는 이 부분에서 혼자 남은 화자에게 남겨진 마지막 자존심 같은 인상을 받게 되는데요. 그 사랑마저 부정해 버리면 이 세상을 살아갈 더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또 하나 인상적인 가사는 '어긋난 인연이 남겨놓은 사랑이란/ 날카로운 슬픔이군요' 부분입니다. 부제가 담긴 노래 가사인 것 같죠. 처음엔 상대의 연인이 살아있을지 없을지 몰랐다가 그 존재를 알고 나서부터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날카로운 슬픔으로 바뀐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캬. 좋은 가사네요.
음. 오늘은 '어긋난 인연'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화자의 상대방이 찾던 연인이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마도 화자와 상대는 헤어지지 않고 얼추 잘 살았을 것 같죠? 시간을 이기는 장사는 없을 테니까요. 상대의 연인이 출현한 것이 결국 어긋난 인연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봐야겠죠.
누군가를 만날 때 상황이 그대로 쭉 가는 경우는 거의 없죠. 둘 사이를 방해하는 인연들이 수도 없이 출연하잖아요. 두 사람의 빈틈이 보일 때마다 유혹의 손길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옵니다. 그 손을 잡는 순간 우리 인생은 완전히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기도 하죠.
어찌 보면 전에 만났던 사람들은 현재 기준에서 보면 다 어긋난 인연이 되는 셈이죠. 우린 어긋난 인연이라는 시간을 밟고 현재라는 시간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맥락에서 어긋난 인연이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시절인연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어긋난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원칙이 아마도 우리의 사고를 둔탁하게 하는 듯합니다. 인연이란 만들어졌다가도 없어지고 없어졌다가도 만들어지는 것인데도 말이죠. 화자에게는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인연을 보는 순간이기에 날카로운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이겠죠.
전 아쉽거나 잘 안 풀렸거나 하는 과거지사를 바라볼 때 '그래. 그래 최선이었어'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립니다. 쥐가 먹기 좋게 놓은 쟁반에 놓인 치즈를 먹으려고 했는데 그만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걸 놓쳤다면 많이 아쉽겠죠. 그때 저는 '그래 그게 최선이었어'라는 말을 붙입니다. 사실 그 치즈에는 독약이 묻어 있는 거였거든요. 안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올 인연에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 그게 최선이었어' 이 문장 한 번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처음으로 트로트 편을 올려드렸습니다. 새로운 아이디가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에는 쪼금 못 미쳤지만 저는 '그래 그게 최선이었어'라고 말하고 싶네요. 주말에 책을 탈고하며 진을 뺐더니 브런치 하는 게 평소보다 곱절은 힘들더군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두 달가량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것 같은데요. 과연 이 기록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지네요. 하하하. 오늘은 일주일 중 가장 힘든 월요일입니다. 모두들 지친 마음 달래시며 편안한 밤 보내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