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찬의 <미인>
작사 안영민 / 작곡 조영수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기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다시 사랑한다 해도
다른 누군갈 만나도
나는 너와 같은 사람
다신 만나지 못해
백 번 천 번을 말해도
울며 다짐을 해 봐도
떠나가는 네 얼굴
보고 싶을 내가 싫어
- 이기찬의 <감기> 가사 중 -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일 거야
늘 하던 짧은 인사가
오늘 유난히도 서글픈 이유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이
먼저 말을 걸지
제발 가지 말라고 해도
너는 떠나갔어
그렇게 차갑게
떠나지 말라고 해도
너는 나의 손을 놓았어
가슴 아프도록 외쳐봐도
너는 나를 두고 돌아섰어
아닐 거라고
아무리 부정해도
점점 멀어지는 네 모습에
울고 있는 내가 더 가여워
백 번 천 번 다른 사랑을 해도
다신 너 같은 사람
만날 수 없을 걸 알아
그래서 수많은 다짐들을 뒤로하고
떠나가는 네 얼굴이 보고 싶은 거야
내가 더 못 나 보이는 거야
날 정말 사랑했었다면
한 번만으로도 돌아봐줘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도
날 잊지 말아줘
이기찬은 1996년 1집 <Please>로 데뷔했습니다. 정규 앨범만 무려 1ㅣ장을 내놓았을 정도로 한 때 왕성한 활동을 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MBC 라디오 '별밤(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가요계에 입문했죠. 당시 이지훈 씨가 라이벌로 언급되곤 했습니다.
1집은 성공했지만 2집부터 4집까지 흥행에서 밀렸죠. 대중성보다는 뮤지션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4집의 경우는 전곡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혼자 다 해냈으니까요. 그러다 2001년 박진영 씨와 만나 변화를 도모한 것이 5집입니다. 여기에 <또 한 번 사랑은 가고>라는 명곡이 삽입되어 있죠. 후속곡 <내 사랑 비바>도 기존 이미지를 깼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고요.
6집에서는 자작곡이었던 <감기>가 히트를 쳤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7년 발매한 9집 앨범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이 노래 역시 본인이 작사/작곡한 것이 아니라 유명한 안영민과 조영수 씨가 각각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이죠. 마지막 정규 앨범이었던 11집은 리메이크 앨범으로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기찬의 장점은 가장 큰 장점은 작사 작곡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죠. 저는 가수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자기만의 색깔 보유 여부와 가창력인데요. 이기찬은 분명 자기 색깔을 가진 가수임에 틀림없습니다. Please는 박효신을 비롯해서 김태우, 윤민수 등 내로라한 가수들이 데뷔전 오디션 곡으로 부르만 큼 가수들이 사랑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년 전에는 SBS <불타는 청춘>에도 출연한 영상도 있고, 세 바퀴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네요. 최근에는 근황이 제 레이다에 잡히질 않네요. 아마도 배우에 도전 중이신 것 같아요.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해서 할리우드 같은 곳에 도전하는 듯 보였거든요. 저는 노래도 간간히 했으면 좋겠어요. 재능이 너무 아까워서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미인'이죠. 저는 이 노래의 제목인 '미인'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 가사를 함께 파헤쳐 보시죠.
'헤어질 때 늘 하던 짧은 인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서글픈 거니/ 눈물이 두 뺨 위로 흘러내릴 때/ 그때서야 이별인 줄 알았어'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상대와 늘 헤어질 때 인사가 짧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평소처럼 늘 하던 그 인사가 오늘은 유독 슬프게 다가옵니다. 다시 만날 것을 전제로 한 'See you'가 아니라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는 'Bye'였으니까요. 몸이 먼저 눈물로 반응합니다.
'제발 가지 말라고/ 차갑게 떠나지 말라고/ 가슴 아프도록 외쳐 보지만/ 너는 떠나간다고/ 나의 손을 놓는다고/ 나를 두고 돌아서 버린 너'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화자와 상대가 상반대의 모습을 대조시키고 있습니다. 제발 가지 말라고-떠나간다고, 차갑게 떠나지 말라고-나의 손을 놓는다고, 가슴 아프도록 외쳐 보지만-나를 두고 돌아서 버림 식으로요. 다른 세상에서 다른 마음을 먹고사는 사람들 같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다시 사랑한다 해도/ 다른 누군갈 만나도/ 나는 너와 같은 사람/ 다신 만나지 못해/
백 번 천 번을 말해도/ 울며 다짐을 해 봐도/ 떠나가는 네 얼굴/ 보고 싶은 내가 정말 싫어' 부분입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는 듯합니다. 상대가 'One of them'이 아니라 'Only one'이라고 말하고 있죠. 그래서 화자를 등지고 떠나는 야속한 상황인데도 그 얼굴이 그리도 보고 싶은가 봅니다. 결국 얄궂은 운명으로 인해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다고 말하고 있죠. 2절에서도 '울고 있는 내가 더 가여워'라는 가사가 보여주듯 자기 연민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정말 사랑했었다면/ 나를 사랑했었다면/ 가는 길에서라도/ 한 번쯤은 돌아봐 줘/ 이것 하나만 알고 가/ 이 말 하나만 듣고 가/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도/ 날 잊으면 안 돼' 부분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돌아봐 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따르는 화자보다 좋은 사람 만나도 자신을 잊지 말라고 하는 부분이 단박에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언제가 화자에게 다시 돌아올 여지를 열어두는 것으로 이해해야 맞을 것 같네요.
음. 오늘은 세 바퀴에서 이기찬 씨가 주제로 삼았던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낯선 곳으로 가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이 짧은 영상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알아주는 나와 내가 아는 나를 구분하며 살 수 있는 삶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명 인정욕구라고 하죠. 누군가의 인정을 받느냐 받지 않으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도가 춤추는 모습 말이죠. 우리는 사회적 동물인 까닭에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하고 그에 따라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기찬 씨는 가장 인정욕구가 충만할 시간, 1집을 내고 벼락같은 성공을 했던 시점부터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린 화면으로만 봐서 인기가 좋으면 행복할 거라 막연히 생각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연예인들을 퍽이나 많이 봐 왔습니다. 잘 알고 계신 서태지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 헤비메탈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소속사에서 원하는 노래를 만들어 불러야 했죠.
아마도 이 기간 동안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부분에서 외로움이나 공허감 같은 것을 느껴지지 않나 추정해 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인정 욕구로 만족이 되시던가요? 저는 많은 이직을 해 봐서인지 주변의 평가가 생각보다 제 삶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운 좋게 알게 된 케이스이긴 합니다. 하하하.
그래서 이기찬 씨는 노래가 아닌 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음악인이 아니라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즐비한 연기의 세계에 도전을 한 것이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다면 낯선 곳으로 가라'라는 제목을 뽑은 모양입니다.
예전에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미국 교포 분이었는데요. 그분은 짝이 안 맺어져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게 되었죠. 보통은 이런 경우 침울하게 방에서 웅크리고 있을 텐데, 날씨가 좋다고 바위에서 약간은 야한 복장으로 일광욕을 즐기시더군요.
어떤 남자분이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 분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미팅 장소에 그 남자분에게 건넨 말이 첫 번째 질문이 바로 '언제 행복하세요?'였습니다. 네. 자기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도 모른 채 우린 행복을 꿈꾸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되었었거든요. 여러분들은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를 아시나요?
낯선 곳을 가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든 그런 것들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가치는 '내가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일 겁니다. 자신과 낯선 세계의 마주침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신을 보는 것, 바로 우리 인생살이의 진정한 시작점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