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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21. 2024

박미경의 <기억 속의 먼 그대에게>

작사 김창환 작곡 신재홍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미경'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AoeV-mhdBU?si=JhdWzEozHWUVMQDv

하지만 오랜 뒤에

난 혼자 울고 있었어


네게 주었던

아픔을 되돌려 받으며


용서해 줘

너의 사랑을 몰랐었던


나의 자만이

이제와 후회하고 있는 걸


- 박미경의 <기억 속의 먼 그대에게> 가사 중 -




멋대로 널 보내고

미련 하나 없이

냉정하고 뒤돌아서며


나의 등뒤로 들렸던

눈물 섞인 목소리

그 자리에 남겨둔 채로


그게 쿨한

이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었어


상처받은 가슴 안고

내가 원한다는 이유로

다른 이유는

묻지도 않은 채

너는 그런 날

말없이 보내주었지


있을 땐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지

네게 주었던 아픔

그 눈물이 얼마

나에게 되돌아왔지


그깟 사랑 없이도

충분히 잘 살거라 믿었던

나의 자만을

이제와 후회하고 있어




박미경은 1985년 강변가요제로 데뷔했습니다.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곡으로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1988년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을 타이틀 곡으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발라드 가수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었죠.

그러다 1994년 프로듀서 김창환 씨에게 발탁되면서 정규 첫 앨범인 <박미경>으로 공시 데뷔식을 치릅니다. 이 앨범에 들어 있는 곡이 레전드 곡인 <이유 같지 않은 이유>입니다. 1995년 2집에서는 <이브의 경고>가 히트를 쳤죠. 이 두 앨범으로 명실상부한 여자 댄스 가수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 밖에도 <넌 그렇게 살지 마><집착><벌> 등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어려서부터 악기를 배우며 음악과 친숙해졌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기타를 들고 양로원에서 공연을 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절대음악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1987년 하와이로 음악 유학을 다녀왔고 합니다. 정규 1집을 발매하기 전 박진영과 강원래 씨와 함께 '프리스타일'이라는 그룹으로 데뷔를 준비했다는 비화도 전해집니다. 정규앨범으로는 2010년 8집까지 발매한 바 있습니다.

박미경은 파워풀하고 시원한 보이스가 매력적인 가수죠. 격렬한 춤을 소화하면서도 노래의 안정감을 좀처럼 잃지 않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죠. 최근에는 <골든걸스> 멤버로 발탁되어서 걸그룹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김건모 씨를 김창환 씨에게 소개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993년 정인정의 '내게는 소중한 그대'라는 곡을 1996년 박미경 씨가 제목까지 바꾸어 부른 케이스입니다. 이건 저도 몰랐네요. 예전에 한 번 이런 사례를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모슨 노래인지 찾기가 너무 귀찮아서 스킵합니다. ^^). 박미경 씨의 댄스와 발라드 중 꼭 하나만 들어야 한다면 전 발라드 파입니다.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기억 속에 먼 그대에게'입니다. 매우 시적인 제목이죠. 기억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기억 속에서도 먼 곳에 있는 그대라는 표현 말이죠. 아마도 지금은 헤어진 상태이고 그대와의 기억을 더듬고 있는 중이 아닐까 추정이 되네요. 이 노래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그땐 정말 나는 몰랐었어/ 너의 사랑이 나에게는/ 얼마나 소중했었는지'가 첫 가사입니다. 뒤늦은 후회가 느껴지죠. '내 멋대로 너를 보냈었지/ 눈물 흘리며 애원하던 너를/ 냉정하게 뒤돌아서며/ 미련조차 난 없었어/ 그게 멋있는 이별이라 믿고/ 널 보내며' 부분입니다. 그려지시죠? 두 연인이 이별하는 장면이요. 한 사람은 쿨한 척 우리 헤어져라고 말하며 등을 돌리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바지끄덩이라도 잡고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2절에서는 '돌아보면 나의 기억 속엔/ 너는 언제나 웃고 있어/ 상처받은 가슴을 안고/ 내가 원한 이별이었기에/ 너는 말없이 날 보내줬었지'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참 착한 사람이었던 듯합니다. 이별의 현장에서 상대가 그렇게 하길 원한다는 한 마디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없이 보내주고 있잖아요.

'눈물 섞인 너의 목소릴/ 등뒤로 남겨둔 채로/ 그렇게 난 쉽게 널 떠났는데 워' 부분이 이어지는데요. 그런 상대와는 반대로 화자는 초지일관 냉정함을 유지한 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별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기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니면 철이 없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하지만 오랜 뒤에/ 난 혼자 울고 있었어/ 네게 주었던/ 아픔을 되돌려 받으며/ 용서해 줘/ 너의 사랑을 몰랐었던/ 나의 자만이/ 이제와 후회하고 있는 걸' 부분입니다. 이별한 직후가 아니라 오랜 뒤에서야 상대와 헤어진 게 잘못된 일임을 알았다고 하네요. 더 나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사귀어 봤는데 잘 안된 걸까요. 그래서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속담이 생각난 걸까요?

화자는 오래전 상대에게 줬던 아픔과 상처를 되돌려 받고 있습니다. 이제야 잘못을 뉘우치며 놓친 그 사람이 얼마나 화자 자신을 사랑했는지를 새삼 느끼 기고 있죠. 하지만 배는 이미 떠난 후죠. 결국 자신의 자만을 탓해보는데요. 아마도 '얼마든지 너 정도의 사람은 만날 수 있다''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자신이 있다' 이런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후회'에 대한 썰을 좀 풀어볼까요. 후회는 '이전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는 감정'입니다. 아마도 사람인 이상 작던 크든 간에 살면서 후회란 걸 하고 삽니다. 그때 그런 결정이 아니라 다른 결정을 했으면 더 좋았을 걸 이라고 하면서요. 우리는 미래를 먼저 가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나에게 유리한 쪽이 어디일까를 예측하는 능력만 탑재되어 있으니까요.

예전에 개그맨 이휘재 씨가 출연한 일밤의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이휘재 씨가 선택의 귀로에 서 있는 장면에서 A길도 살아보고 B길도 살아보는 식으로 화면을 구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택과 결정이 어려운 인생이다 보니 혹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함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흔히들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본다면'이라는 질문을 심심풀이도 던지곤 하는데요. 어떤 이는 지금의 자녀와 만날 수 없는 운명이 될까 봐 그러고 싶지 않고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지점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고 싶다고도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찾으실 생각이신지요?

불완전한 우리가 불완전한 결정으로 삶을 채우면서 생기는 감정이 바로 '후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세상에 어떤 이유로 내던져졌는지도 모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후회라는 단어 역시 죽을 때까지 우리 곁을 좀처럼 떠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서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모토로 내걸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 모두는 압니다. 후회한다고 과거지사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죠. 분명 태어날 때부터 후회라는 감정이 우리 몸 안에 탑재된 것은 그게 우리의 진화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전제를 생각해 본다면 후회는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후회는 '의사결정을 개선하게 해 주는 메커니즘이며, 자신의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합니다. 후회가 생기는 경우는 다양하겠지만 보통 육감적이고 일시적인 선택을 한다거나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죠. 이들의 공통점은 기다림의 영역이 제거된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내일보다는 당장의 기쁨이나 즐거움을 추구할 경우 인내하는 역량이 부족해지는 까닭입니다.

자신의 의사결정 체계에 문제가 발생해 일을 그릇 친 경우 후회라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부분이 빠져 있었는지, 뭘 놓친 것인지 등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죠. 후회할 일을 했으면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을 교정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 셈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게 테니까요.

이 노래의 주인공은 냉정하게, 미련 없이 멋있는 이별을 한다고 자만했죠. 그 결과는 후회가 따르고요. 다른 사랑을 한다고 했을 때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면 쿨하게 뒤돌아 설 수 있을까요? 후회의 미학을 아는 자라면 반드시 이별 순간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은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구제불능이라는 소리를 딱 듣기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짜잔. 오늘이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누구도 카운트하지 않았지만 제가 100일 연속 브런치를 달성한 날입니다. 짝짝짝. 하하하. 이게 되긴 되는군요. 먼저 그동안 100개의 글 중 하나 이상 혹은 100개 다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억지로 글도 적지 않게 있었는데 모두가 넓은 마음으로 굽어살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무감이 싫어서 연재를 하지 않는 저인지라 100개 연속 브런치를 하면서 그 비슷한 감정을 견뎌내는 일이 쉽지 않았답니다. 이제 좀 긴 호흡으로 쉬엄쉬엄 브런치를 해 나가도 좋을 것 같아요. 100일 정도 하면 몸과 생각이 바뀐다길래 호기심이 발동해서 한 번 해 봤고요. 이제 생활화가 되어서 이런 거 안 걸어도 잘 해내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같은 게 생겼네요. 앞으로도 좋은 노래 많이 발굴해서 여러분들의 심금을 울려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모두들 편안한 밤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D-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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