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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Dec 06. 2023

나얼&성시경의 <잠시라도 우리>

작사 박주연 / 작곡 나얼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나얼&성시경'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JDQHnMRs6 M? si=9 J4 scdYqZaxoZnwy

십 년쯤 흘러가면

우린 어떻게 될까


만나지긴 할까

어떻게 서로를 기억해 줄까


그걸로 충분해

서로 다른 그곳에서


잠시라도 우리

따뜻한 시간을 갖는다면


- 나얼&성시경의 <잠시라도 우리> 가사 중 -




어렵게 잠에 들었지만

이내 떠졌던 눈

잠을 다시 청한다는 

조금은 처량하기도 해


아직은 잔열이 남아 있는 불씨처럼

활활 타오르던 과거의 흔적은

그렇게 아직도 남아있어


지겹게도 싸우고 울고 침묵하며

감정이 메마르기도 했지

그 시간들을 우리는 지금

추억이라고 불러


누구의 잘못도 아냐
시간이 모든 것을 데리고 갔을 뿐

우리가 유독 미워서

눈물을 흘리게 한 건 아니야


십 년쯤 흘렀다고 생각해 보자

우린 어떤 모습일까

그때도 만날 수 있을까


그땐 지금만큼 슬프지 않을 거야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을 거야

그때 보일 웃음 지금 지어보자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겠지

잠시라도 우리 만났던

따뜻했던 시절 기억이면

그걸로 충분해




나얼과 성시경은 모두 한 번씩 <가사실종사건>에서 다뤘던 가수입니다. 한 곡씩만 다루기엔 히트곡이 많아서 아쉬움이 남는 가수들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불러주니 아싸. 또 한 번 <가사실종사건>에 소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네요. 하하하. 이 노래 제가 다룬 노래 중 가장 최신 노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이번 노래는 성시경 씨가 나얼 씨에게 같이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성사가 되었다고 전해지네요. 같은 발라더지만 워낙 두 사람이 구축한 음악 세계가 견고해서 둘이 잘 어울릴까 하는 우려가 들었는데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주연 씨가 작사한 곡이네요. 이 분 레전드입니다. 히트곡은 둘째치고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런 작사능력을 유지하시고 있다는데 머리를 조아리게 되네요. 4장의 앨범을 내며 가수로도 데뷔하셨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천상 작사가가 될 운명이었나 봅니다. 이번 노래에서도 그녀의 작사력이 맘껏 발휘한 듯하네요. 어쩐지 가사가 범상치 않더라니.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보죠. <잠시라도 우리>. 저는 제목만 보고 '잠시라도 우리 사랑했으니 괜찮다' 이런 상상을 했었거든요. <가사실종사건>을 풍월을 읇으니 촉이 발달하더라구요. 노래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예상이 빗겨가진 않았네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에 이별을 한 화자의 심정을 표현한 노래인 점은 평범하지만 가사의 표현력이 대체불가 수준입니다.

첫 가사가 '가까스로 잠이 들다/ 애쓰던 잠은 떠났고/ 아직 타는 별/ 과거의 빛은 흐르고'입니다. 떠난 임 생각에 잠에 쉽게 들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이마저도 얼마 되지 않아 눈이 떠진 상황입니다. '애쓰던 잠이 떠났다' 아름다운 표현이네요. 그 이유는 사랑의 감정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요(저는 이 부분에 꺼지기 전의 잔불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아직 타는 별, 과거의 빛은 흐르고'라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 것이겠죠. 두 부분을 종합해 보면 이별로 인해 몸과 마음 어디 하나 편한 데가 없다 정도로 해석이 될 듯합니다.

그다음 가사가 제가 이 노래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몇 번의 사막을 거쳐/ 몇 번의 우기를 거쳐/ 고요를 거쳐/ 이제야 추억이 된 기억들'입니다. 와~ 기억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충격 먹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이 가사 말이죠.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의미로도 읽히고요. 또 사귀는 동안 겪은 마음의 상태들을 표현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사막은 서로에게 쌀쌀맞게 굴었던 것, 우기는 상대방 때문에 울었던 것, 이런 식으로요. 전체적으로 아득함이라는 한 단어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 부분  역시 작사가님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나도 이런 가사 쓰고파~~~)

다음 가사가 '떠나간 모든 것은 시간 따라갔을 뿐/ 우릴 울리려 떠난 건 아냐/ 너도 같은 거야'입니다. 헤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인데요. 누구의 탓도 아니고 특별히 우리가 뭘 잘못해서도 아니고 시간이라는 인간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끌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 탓을 하면 서로의 감정이 좀 자유로워지는 룸이 생기니까요. 우리도 이별해야 할 때 이 방법을 써먹어 보아요. 하하하.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십 년이 흘러가면 우린 어떻게 될까/ 만나지긴 할까/ 어떻게 서로를 기억할까/ 그걸로 충분해/ 서로 다른 그곳에서/ 잠시라도 우리/ 따뜻한 시간을 갖는다면' 부분입니다. 십 년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고요. 그 미래의 지점에서 지금의 시점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궁금증을 투척해 봅니다. 둘이 한 번쯤은 우연히라도 마주쳤을까, 서로의 기억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등등요. 그중에서도 백미는 그 기억을 소환할 때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느냐겠죠.

'십 년이 흘렀다고 그렇게 생각해 봐/ 그때에 터트릴 웃음을 질 수 있잖아' 부분이 이 노래의 주제절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은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감정을 추스르기 어렵겠지만 십 년쯤 흘렀다고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웃음을 지을 수 있을 테니까 그때 웃을 웃음이면 지금 먼저 사용하자 이런 이야기인 듯하네요. 이별의 아픔을 10년이라는 가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화자의 심경이 그려지네요. 한 마디로 잘 쓴 가사 그 자체입니다.


음. 오늘 썰을 풀 주제는 '십 년'입니다. 하하하. 여러분들은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왜 이력서 쓸 때 보면 '5년 후 나의 모습을 기술하시오' 이런 칸 있잖아요. 뭐 부쩍 성장해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이 되겠다로 마무리되는 천편일률적인 이런 거 말고요. 진짜 10년 후 나의 모습이요. 전 그려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일부러 그리지 않습니다.

예전엔 퍽이나 그렸습니다. 근데 왜  지금은 안 하냐고요? 그대로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요. 언제가 지인 분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우리가 1년, 5년, 10년 이렇게 뭐가 되어 있을까 어떻게 되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1년은 대충, 5년은 약간, 10년은 전혀 안 맞는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검증 한 번 해 볼까요? 거꾸로 10년 전으로 빙의해 봅시다. 하하하. 그리고 지금 모습을 떠올려 보면서 10년 전 생각한 대로 되어 있다. 손들어 보세요. 거 봐요. 없잖아요. 10년 전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있으리라고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못 해 봤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겁니다.

자. 그럼 왜 그런 걸까요? 이런 질문 던져봄직 하잖아요. 저도 생각해 봤는데요. 뭐 세상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 이런 말로 두루뭉술한 답변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는 의지를 가지고 사는 거라도 말하지만 어찌 보면 세상의 풍파에 떠밀려 지금 이 자리까지 온 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어줍지 않게 10년 대계니 이런 거 안 한지 꽤 됐습니다. 그냥 이런 방향으로만 가보련다. 돌아가든 쉬어가든 자갈밭이든 지뢰밭이든 한 방향으로만 간다 정도로 정리했죠. 그래서 흔히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말하나 봅니다. 세상이 격변하는 시간 속에 인간의 몸부림이야 세발의 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에서 이별의 감정이 정리되는 시간적 텀(Term)을 10년으로 잡은 것은 탁월한 선견지명이 아닐까 하네요. 워낙 가사를 잘 쓰는 분이어서 칭찬하기도 입이 아픕니다. 그만해야지. 이 정도 가사를 쓰려면 우리 삶도 우리 생각도 장독에 있는 김치처럼 깊은 발효를 해야 하는 것이겠죠.

그래도 10년을 그려보시겠다고요. 네 안 말립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10년 후의 모습을 기록하시고 인증샷 남기시고 10년 후에 뵙겠습니다. 그대로 된 분 제가 밥 사드리겠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지금의 기쁨과 슬픔이 완결되고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삶을 보내고 있을 10년 후가 궁금해지는 것은 매 한 가지겠죠. 인간이라면 말이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전 강산이 변해도 10년 후에 어떤 식으로든 읽고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역으로 이게 안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 댓글 남겨주심 그렇게 안 됐을 때 제가 가서 밥 사들이겠습니다. 하하하. 웃자고 해 본 소리고요. 자꾸 듣게 되는 곡이에요. 처음엔 좀 낯설었는데 계속 듣다 보니 들을수록 깊어져서 좋아지는 곡입니다. 10년 후에도 여러분들에게 노래 선물을 하며 지금처럼 신나게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느므 기분이 좋아지네요. 돈 드는 거 아니까 상상은 마음대로 막 해 보아요.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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