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일의 <요즘>
작사/작곡 정키(JungKey)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양다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설렘 가득했던
그 순간의 내가
생각이 나질 않아
후회로 가득한
우리 마지막도
이제는 아쉽지가 않아서
한참을 떠올려도
모든 게 자꾸 무뎌진 요즘
- 양다일의 <요즘> 가사 중-
낮과 밤이 뒤바뀌어
눈을 뜨면 어둠을 만나
모든 것이 잠들 시간에
나만 홀로 깨어있는 듯해
인적도 없는 고요한 거리
하염없이 걷다 보면
외로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새벽의 고요함에
우리 함께 나눈 감정들을
헤집어 보다 보면
쓸쓸함이라는 단어를 만나
그렇게 헤어지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아쉬움마저도
느낄 수가 없어
요즘은 말이야
익숙해져서 그새 편해진 건지
한 땐 세상이 무너진 듯
견딜 수 없이 힘들었는데
흘러간 시간 속에서
외면을 택한 걸까
감정이 이토록
무뎌질 수 있는 걸까
나도 이런 내 모습이
낯설어서 두려워져
너와 함께 했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느껴져
누구를 만나도 너와 함께했던
그때의 나는 보이지 않아
널 만나기 전과 후로
내 삶은 나뉘는 듯해
그러니 널 떠올릴 수밖에
사랑과 설렘 가득했던
그 순간의 내가
생각이 나질 않아
후회로 가득했던
우리 마지막도
이제는 아쉽지가 않아
한참을 떠올려도
모든 게 자꾸 무뎌진 요즘
양다일은 2015년 디지털 싱글 앨범 [널]로 데뷔했습니다. 정규앨범 2개에 미니앨범 3개, 싱글 앨범도 30개 가까이 되고 피처링에 OST에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가끔씩 방송 출연도 하던데 몸만 보면 거의 윤성민이나 김종국 씨가 떠오르는 비주얼입니다.
이번 곡은 정키가 작사작곡을 했죠. 정키와는 대학동기라고 합니다. 김나영 씨의 '어쩔 수가 없나 봐'도 정키 작품인데요.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 것도 이유가 있었네요. 사실상 남자 김나영 버전이라고 봐도 무관할 듯요. 두 분이 노래를 바꿔 불러보심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지 내심 궁금해지네요. 실제로 김나영 씨와 2019년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같이 부르기도 했습니다.
2021년 <our joys and sadnesses>에 실린 곡입니다. 우리들의 기쁨과 슬픔으로 앨범명을 정한 이유는 이 앨범에 실린 노래가 설렘, 사랑, 적응, 권태, 이별 등 다양한 감정을 망라했기 때문입니다. 타이틀 곡은 <아파>였고요. 아마도 이번 노래는 '이별-적응-권태'를 테마로 하는 노래가 아닐까 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제목이 <요즘>입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감정 상태가 어떠신가요? 노래 속 화자의 요즘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권태 상태에 놓여 있는 듯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나서 모든 것이 무뎌진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왜 이런 상태에 이르렀는지 가사를 추적해 보시죠.
첫 가사가 '해가 질 때쯤에/ 눈을 뜨고 나면/ 다가오는 어둠 속에/ 나만 홀로 깨어 있는 듯해'입니다. 야간 택시 기사라도 하는 걸까요? 저녁에 기상을 하네요. 다들 잠들어야 하는 시간에 혼자만 깨어있는 이 상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정상적인 생활이 이루지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을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요.
'조용한 거리를 하염없이 걷다 보면/ 외로움이 찾아와 어느새' 부분에서는 인적 없는 시간에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거리를 거닐어 보지만 사람의 자취가 사라지고 외로움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죠.
'깊어진 새벽에/ 잠든 추억을 꺼내/ 함께 나눈 감정들/ 그 안을 헤집어 바라보면/ 아련해진 기억에/ 혼자 남은 쓸쓸함에/ 아쉬움마저도/ 느낄 수 없는 내 모습이' 부분에서는 외로움에 사무친 깊은 새벽. 과거의 연인과 나눈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 내 보면 쓸쓸하긴 한데 어쩐지 아쉬운 감정이 동하지를 않는 기현상이 연출되죠. 왜 그럴까요? 사랑 다 거기서 거기다. 사랑이 그런 거라면 외롭고 쓸쓸한 게 더 낫다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노래의 화자는 '셀렘 가득했던 그 순간의 내가 생각이 나질 않아'라고 말합니다. 이별하고 나서 한 때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시간 탓인지 아니면 그걸 외면해서인지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죠. 그만큼 요즘 무뎌진 모습이 낯설어서 가끔은 두렵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누구를 만나도/ 너와 함께했던/ 그때의 내가 아닌 것 같아'라는 가사에 답이 있습니다. 상대와 사랑의 마침표를 찍은 후 화자의 모습은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 세상에 수많은 상대와 만나도 해결되지 않는 움직이지 않는 감정을 우린 '무의미'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요.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은 곧 무뎌짐이 따르겠죠.
이어지는 가사가 '어쩌면 이 모든 게 널 떠올리는 이유인 것 같아'입니다. 상대와 헤어진 후 감정이 메말라 아무것도 못 느끼는 상태가 되어버려 일상의 모든 것이 무뎌지고 있죠. 다시 말해 그 상대가 자신의 멈춰 선 감정을 움직이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네요. 가사 전개가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대목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설렘 가득했던 그 순간의 내가/ 생각이 나질 않아/ 후회로 가득한 우리 마지막도/ 이제는 아쉽지가 않아서/ 한참을 떠올려도/ 모든 게 자꾸 무뎌진/ 요즘' 부분입니다. 한 때 삶의 의미였던 상대가 살아진 시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힘들어하는 화자입니다.
음. 오늘은 가사속 '무뎌짐'에 대해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우리는 아무리 심한 일을 당해도 시간이라는 함수를 거치면 그런대로 살아집니다. 그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뎌지기 때문이겠죠. 아마도 우리가 적응하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설렘-두려움 영역에서 익숙함이라는 영역을 거쳐 이내 권태의 단계로 진행되는 이치가 늘 발동하니까요.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 '매너리즘'이라는 꼭지가 있는데요. 이 매너리즘이라는 것이 '무뎌짐'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는 행위 등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입력이 안 되면 자동으로 '무뎌짐'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매일 엇비슷한 일상을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생활에 익숙해지고 여지없이 권태라는 놈이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식이죠. 저는 이 문제를 제 나름대로 퍽이나 많이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어떻게 해야 권태라는 놈과 동침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요. 여러분들은 방법을 찾으셨나요?
제가 찾은 답은 이렇습니다. 바로 '고유성의 회복'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타인들이 설계한 세상입니다. 그 세계에서 지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타인이 설계한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게 되죠. 그래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거죠. 급기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조차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리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기 방을 청소해 주는 심부름센터를 부르는 식이죠.
타인이 설계한 세상을 비판적인 사고로 바라보는 일을 멈추면 자신만의 고유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세탁소를 이용하면 편하지만 직접 다리미질을 하는 것과는 그만큼 멀어지게 되죠. 세탁소 주인만 있을 뿐 자신의 존재는 사라지는 격입니다. 뭐든 불편함을 각오하고 직접 해 버릇해야 고유성이 회복되는 거죠.
익숙함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편한 차를 두고 어려운 발걸음을 해야 하는 것인 만큼 체력에도 부치고 다른 사람들의 눈도 의식하게 되죠. 하지만 그런 익숙함을 스스로 떨쳐버리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무뎌짐'의 마수걸이를 피할 길은 없습니다. 남이 선정해 주는 책이 아니라 내가 고른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고요. 누가 한 말이 아니라 나의 버전으로 바꿔 삶에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화두인 셈이죠.
저는 오늘도 '무뎌짐을 피하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천해 보려고 하죠.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무뎌짐을 잠재울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주변과 공유해 보아요. 하하하.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 달라지는 힘은 '무뎌짐을 피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노래 제목만으로도 뭔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변하시렵니까. 가장 쉬운 답은 '그저 그래' 정도겠죠. 이런 답을 한다면 별로 특별한 일이 없는 적응의 영역에 있거나 무뎌지는 초입에 있는 것인지도 한 번 체크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요즘 이전과는 다른 삶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네요. 그래서 적응의 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