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래는 <가사실종사건> 리메이크 or 커버송의 2번째 곡입니다. 원곡은 2000년에 최재훈 씨가 불렀습니다. 노래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원곡을 크게 바꾸지 않고 불러서 리메이크보다는 커버송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이 노래 좋아하시는 분들 많았는데. 이번 달에 가수 임재현씨 버전이 나왔습니다.
임재현씨는 나중에 별도로 다룰 가수라 여기서는 최재훈 씨 위주로 언급을 드릴까 하는데요. 최재훈 씨는 가수 권인하씨에 의해 발탁된 케이스입니다. 원래 드럼을 쳤었는데 노래로 전향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해집니다. 아마 가수보다 요즘 분들은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매주 수요일날 진행하는 <사연진품명품> 고정게스트로 알고 계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입담도 좋아서 개그맨으로 오인받기도 합니다.
최재훈 씨는 1994년 데뷔했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곡 말고도 <널 보낸 후에><잊을 수 없는 너> 등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죠. 2010년에는 김원준, 배기성, 이세준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M을 결성하기도 했죠.
이번 노래는 4집이었던 <Belive In 5462>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주영훈씨가 작사작곡했고 유리상자의 이세준씨도 작사에 참여했네요. 그의 노래가 가진 강점은 제가 생각하기엔 '호소력'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번에 부른 임재현씨도 어떤 부분에서는 최재훈 씨와 목소리나 톤앤 매너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넘어가 보죠. '비(悲)의 랩소디(Rhapsody)'입니다. 슬플 비라는 한자와 랩소디라는 영어의 조합이 좀 특이하죠. 랩소디는 '광시곡'이라고 우리말로 번역하는데요. 자유 분방한 스타일의 곡이라는 뜻입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떠오르죠. 제목이 단박에 기억되는 걸 보면 참 잘 지은 것 같네요.
'이젠 눈물 그쳐 나를 봐요/ 우는 그대 더 아름다워/ 내게 이 모습조차 더 남지 않도록/ 그냥 고개 돌려요'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 상황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상대를 보고 있는데, 그 모습조차 아름다워 보여 마음이 약해질까봐 고개를 돌린다는 내용인데요. 우는 모습이 아름다운 상대라 등돌리기 쉽지 않겠네요. 하하하.
이 노래는 좀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저도 해석하면 알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상대방의 부모 등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 아닐까 추정을 해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모두 이해할게요/ 그댈 아까는 맘/ 그분들도 같을 거란걸'이라는 가사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분들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인물, 즉 상대의 부모라는 강한 확신이 들게 하죠.
'허나 이룰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죠/ 내가 용기낼게요 이젠/ 죽는 날까지 사랑한대도/ 가질 수 없는 그대인 걸' 부분이 이 노래의 주제절이 아닐까 합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두 사람, 하지만 그 사랑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 죽을 때까지 사랑해서도 잡고 싶은 애절함이 노래 제목 비(悲)의 모습이겠죠.
그래서 화자는 '떠나가요/ 아주 먼 곳으로/ 그대 소식 내게 올 수 없을 그만큼'이라고 말합니다. '다 잊어요/ 내겐 마지막이 될 사람도/ 모두 다 버려두고 갈게요' 부분까지가 노래의 하이라이트 구간이죠. 2절 마지막 가사가 '혹시라도 내가 그리울 때면/ 세상에 내가 없다고 믿어요' 입니다. 아~~슬퍼. 하하하.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면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마음이 찢어지는 사랑을 표현하는 가사로 부족함이 없어 보이네요. 가수 나얼씨에게 이 노래 좀 불러보게 하고 싶네요. 리스너의 울음보를 마구 터틀여 줄 것 같네요. 이러니 화자가 미칠 수 밖에요. 슬픔의 광시곡 맞습니다.
오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잠깐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너무도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집안에서 반대한다. 그럼 그 결혼 밀어붙이실 건가요? 아니면 이 노래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실 건가요? 쉽지 않은 문제죠.
저는 역으로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요. 오히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이렇게요. 동의하시나요? 쉽게 이렇게 생각해 보시죠. 우리가 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결혼하기 전까지의 관계는 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잖아요.
어느 편이 더 회수가 많을까요? 지금 결혼 사람이 첫 사랑이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 사람 이상의 우주를 거쳐 거기까지 다다르는 것이 일반적이겠죠. 그렇게 본다면 사랑은 이루어질 확률보다 이루어지지 않은 확률이 더 큰 것이라 봐야겠죠. 양자역학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은 엔트로피의 법칙에 반하죠.
무슨 말씀을 드리고자 하냐면 관점을 바꿔보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슬퍼할 일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본래 속성을 깨고 이루어지는 사랑을 하는 우리의 위대함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그것도 아주 평범한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하하하.
결혼을 했다가 돌싱이 되시는 주변의 지인 몇 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이루어지는 사랑이 좋기만 한 걸까라고요. 그땐 이루어진 사랑인 줄 알았는데 후에 보니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었던거죠. 무엇을 이루어진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같은 날 같은 시에 이 세상을 등지는 영화 같은 장면 쯤 되어야 이루어진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이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한 번도 볼 수 없는 단어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이룬 다음 그 이룸을 가지고 다른 것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이 우리 인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생은 결과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막지 말자.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다른 가수의 노래를 커버나 리메이크 할 때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 문제가 늘 불거지네요. 이번에도 라디오 방송에서 최재훈씨가 전혀 몰랐다고 하는 기사를 봤는데요. 전화 한 통만 했음 흔쾌히 승락될 일인데, 왜 그게 그리도 어려운 걸까요. 아울러 작사/작곡가 뿐만 아니라 가수에게도 노래에 대한 일정한 지분을 인정하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그래야 매번 반복되는 가요계의 고질병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테니까요. 오늘은 제가 간만에 화가 좀 났죠. 하하하. 제가 대신 열 냈으니 여러분들은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