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심규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번 나를 깨워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이제 잡은 두 손을 다신 놓지 마, 제발
- 심규선의 <부디> 가사 중 -
거친 파도가
날 집어삼키려고 해
허우적거리는 나를
잡아 일으켜 줘
거친 바람이
날 넘어뜨리려고 해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꼭 안아줘
우리 이렇게 헤어져
니가 다시 떠나가는 날
언제쯤 우리 다시 볼 수 있을까
우리 함께 웃고 울던
그때 그 모습
눈 부신 날의 기억들로
남은 날들을 살아야겠지
부디 다시 한번만
지친 나를 안고 일으켜줘
우리 사랑했던 날들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제발 다시 한번만
지친 나를 깨워 일으켜줘
나의 손을 잡고
잡은 두 손을 다신 놓지 마
부디
심규선은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룹 아스코(ASCORBIC ACID)의 보컬로 참가해 금상을 수상하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0년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객원 보컬로 활동했고요. 2011년 첫 싱글 음반 '자기만의 방'을 발매하면서 가요계의 문을 정식으로 두드렸죠. 그러다가 2016년에 홀로서기에 나서며 예명인 Lucia를 집어던지고 본명인 심규선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맨발의 디바로 불리는 이은미처럼 공연에서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노래를 부른다고 하네요. <선인장>이라는 노래도 들어봤는데 그녀만의 특유의 콘셉트가 느껴지는 곡이었습니다. 신규선의 목소리를 유독 좋아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호소력이 짙은 목소리라고 해야겠죠.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는 여느 가수들과는 다르게 일정한 음역대 안에서 감정을 잘 표현하는 가수가 아닐까 하는데요. 이번 노래는 2010년 에피톤 프로젝트의 객원 보컬이었을 때 <두 번째, 방> 미니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어제 소개해 드린 DK가 커버송을 부르면서 알게 되었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가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서 느낀 전체적인 감상부터 말씀드려야겠네요. 한마디로 여느 곡들과는 가사 전개 방식이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를 많이 들어서 뭔가 의도적으로 감추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죠. 덕분에 저에겐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주요 가사를 한 번 같이 살펴보시죠.
'부디 그대 나를 잡아줘/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제발 이 거친 파도가 날 집어삼키지 않게'와 '부디 그대 나를 안아줘/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제발 이 거친 바람이 나를 넘어뜨리려 해'가 이어지는데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죠. 거친 파도와 바람이 나를 해하지 않도록 흔들린 나를 부디 붙잡고 일으키고 안아달라고 표현하고 있죠. 여기서 거친 파도와 바람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음 가사를 보시죠.
'저기 우리 함께 눈물짓던/ 그때 그 모습이 보여/ 이젠 눈이 부시던 날의 기억/ 그래 그 순간 하나로 살 테니' 부분에서 조금의 단서가 발견됩니다. 함께 눈물지었다는 것은 서로에게 동시에 슬픈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겠죠.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이별 같은 거 말이죠. 그냥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서로 헤어졌고 그 기억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겠다' 정도일텐요. 이걸로는 만족이 잘 안 되고 뭔가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그대 이렇게 다시 떠나가는 날/ 이젠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우리 이렇게 헤어지면/ 언젠가는 또다시' 부분이 이 노래의 마지막 힌트 구간입니다.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죠. 헤어지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네요. 그런데 다시 떠나간다고 하는 걸 봐선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합니다. 아마도 헤어졌다가 어렵게 다시 만났던 사이였는데 다시금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 상황이라고 보면 앞뒤 전개가 맞을 듯합니다.
그래서 하이라이트가 '부디 다시 한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번 나를 깨워/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이제 잡은 두 손을 다신 놓지 마, 제발'이라며 떠나는 상대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모습이죠.
아마도 노래의 화자에게 상대는 '숨 쉬는 이유'인 듯 보입니다. 상대가 없는 삶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노래 서두에 거친 파도와 바람은 아마도 상대가 없는 세상이 몰고 온 지상 최대의 재해라고 해석하면 어떨까요?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은 상대가 나를 붙잡아 일으켜 안아주는 일이겠죠.
노래를 들어보면 떠나는 사람을 막을 길이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절망스러웠던 순간의 모습이 보인다고 표현하고 있고요. 눈부신 날의 기억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이라이트 구간에 나오는 부디, 제발은 떠나는 상대의 등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화자의 바람 정도로 읽히네요.
음. 오늘은 이 노래 제목인 '부디' 혹은 '제발'이라는 부사가 보여주는 우리의 마음인 '간절함'에 대해 약간의 썰을 풀어보죠. 여러분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떤 때 이런 부사를 중얼거리며 간절함이라는 걸 호소하셨나요? 대학수학능력고사나 공무원 같은 시험을 앞두고 혹은 이 노래처럼 떠나는 사람을 잡고 싶어서였나요? 네. 사람마다 간절한 것이 다르니 이 표현을 써야 하는 타이밍도 다르겠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라는 표현이 있죠. 이루어지시던가요? 간절함은 마음의 상태만 변화시킬 뿐 그 마음의 상태를 활용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간절함을 마음에서 내는 것은 이루고자 하는 것에 필요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마음을 다잡는 용도라는 말씀입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아주 식상한 표현 들어보셨죠? 네. 저는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 말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난 뒤에는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정도로 해석이 되죠. 간절한 마음에 무언가를 열심히 했지만 안 이루어진 경우에는 이 말을 빌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너도 간절하고 나도 간절한 경우에는 타인이 이루어지고 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간절함을 내보고 그걸 추진력으로 어떤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까지요. 그다음은 하늘의 뜻이라는 거죠. 설마 하늘의 뜻까지 좌지우지할 생각은 아니시겠죠? 우린 이걸 천문이라고 부릅니다. 하늘의 문양이요. 인문이 인간의 문양이라면 천문은 하늘의 문양이죠. 땅에 있는 인간과 하늘들의 뜻이 맞아야 뭔가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애석하게도 인간의 문양까지입니다. 그러니 간절히 뭘 했는데 안 이루어졌다고 너무 낙담하지는 마셔요. 하늘이 잠시 딴 눈을 판 것이니까요.
결과에 상관없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지극한 것은 참 보기 좋습니다. 그만큼 무언가가 되고 싶거나 갖고 싶거나 한 상황이잖아요. 그걸 얻기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직진하는 모습의 사람을 보면 그 열정이 참 부럽죠. 여러분들은 어디에 간절함을 담고 있으신가요? 브런치인가요? 아니면 직장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한 가지 정도는 간절함이라는 담아보는 일을 갖는 것, 행복한 일이겠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흔히들 간절한 순간이 오면 하느님. 부처님 등 소원을 이뤄줄 신적 존재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만큼 간절한 순간에는 자신의 역량보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려보려는 것은 아닐까요? 어찌 보면 자신의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할 때 생기는 감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간절하다는 건 욕심부리는 거다 이렇게 말을 바꿔야 할까요? 하하하. 오늘 밤도 편안한 밤 되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