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작사 양희은, 김창기 / 작곡 김창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양희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가사 중 -
난 내가 꽤나 오래 산 줄
착각하고 있었나 봐
엄마에겐 늘 예쁜 딸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
난 아직 삶에 대해
엄마만큼 모르지만
알고 싶긴 해
근데 엄마가 하는 이야기는
늘 잔소리처럼 들려
내가 맘의 문을 닫은 이유야
딸아. 세월 참 빠르다
눈떠보니 엄마가 되었어
그 사이 넌 벌써
15살이 되었구나
엄마는 나이만 먹었지
너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엄만 그저 네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서
좋은 말들을 뒤적거려 본 건데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
너무 교과서적이었나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나도 성실하게 살지 못했는데
네게 그리 하라고 말해선가
(나도 나름 애쓰고 있거든)
음. 그럼 많이 사랑하라는 게
어려워서 그런가
(나도 사랑하다 상처받는 거 싫거든)
그래 그냥 너의 삶을 살라는 말이
가장 좋을 것 같아
(그래 그 말이 좋겠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최고의 엄마가 되지 못했어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넌 엄마보다 분명
좋을 엄마가 될 수 있을 거야
약속해 줄 수 있겠니?
양희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이죠.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71년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벌써 50년 넘게 가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레전드 of 레전드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소녀감성 때도 목소리가 좋았는데 지금은 중후한 맛까지 더해져 그 깊이가 말도 못 한다는 사실이죠.
데뷔와 함께 1집 앨범을 선보였는데 그 유명한 '아침이슬'이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데뷔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왕성한 활동을 해오다가 그 이후부터는 상대적으로 잔잔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하얀 목련><내 꿈을 펼쳐라> 등이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활동 기간을 감안하면 많은 노래를 발매하기보다는 소수의 메가 히트곡을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봐야겠네요.
이번 노래는 2015년 발표한 싱글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소아정신과전문의 김창기 씨와 작업을 했고요. 김규리 학생이 피처링한 버전과 Tymee가 랩으로 참여한 두 버전이 있습니다. 제가 올려드린 영상은 김규리 학생이 피처링한 버전입니다. 이후 악뮤 등 많은 후배 가수들과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에 양희은씨도 참여했다는 것이 눈에 띄네요.
가수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게 독특한 어감 때문에 생긴 유행어도 있죠. '너 이름이 뭐니?'입니다. 슈퍼주니어 이특이 '전 살찐 여자가 싫어요'라고 하자 발끈하며 던진 말이 유행어가 되었죠. 참고로 양희은 씨의 팬클럽 이름이 <왓추어네임>이라고 하네요. 하하하.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노래 제목이 <엄마가 딸에게>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엄마도 딸도 말이죠. 인순이 씨가 부른 <아버지>란 노래가 데자뷔 되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엄마의 입장과 딸의 입장이 충돌하다가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죠.
처음 가사가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입니다. 부모님이 된 분은 아시겠지만 세월 참 쏜살처럼 지난 간다는 표현이겠죠.
그다음 가사가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할 말을 찾지'입니다. 꽤 오랜 기간을 살아왔는데도 삶이 이렇다 말하기가 어렵죠. 워낙 복잡다단한 것일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세상에 대한 전투력이 없는 자녀들을 보면 삶에 도움을 주는 말을 건네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겠죠.
이런 엄마의 말에 딸이 대답합니다. '난 한참 세상 살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직 열다섯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털이 박혔고'라고 말하죠. 딸 입장에서 보면 많이 산 줄 알았는데 고작 15살이고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조차 버겁다고 말하는 것 같죠.
이어지는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들 정말 많지만/ 엄만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부분에서는 딸도 엄마와 소통하고 싶으나 엄마의 말이 아직은 잔소리처럼 들려서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엄마가 딸에게 해 주는 말에 대한 딸의 대답 부분이죠. '공부해라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성실해라 (나도 애쓰고 있잖아)/ 사랑해라 (더 상처받고 싶지 않아)'에서 보듯 엄마와 딸의 생각차이가 어마어마한 것을 알 수 있죠. 그러다가 1절의 '나의 삶을 살아라'와 '나의 삶을 살게 해 줘' 부분이 매칭을 이루면서 화해의 장을 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 주겠니?'로 마무리됩니다. 뒤에는 허밍이 이어지고요. 자신의 방식으로 딸에게 조언을 했던 것이 미안했는지 딸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본인보다 더 좋은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고 있죠. 부모들의 마음은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드는 가사입니다.
오늘은 '부모'라는 단어에 대한 썰을 좀 풀어봐야겠네요. 우린 부모님이 있기에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스스로가 부모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부모님과 잘 지내시나요? 만일 부모의 역할이라면 자녀분들과 사이는 어떠신가요?
부모는 한 마디로 물보다 진한 피로 이어진 관계죠. 그만큼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이해심이 많이 발동할 것 같은 사이지만 그 반대가 되는 비극도 발생하곤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관계여서 그 관계의 소중함을 간과해서일까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뒤늦게 효자가 되는 분들을 주변에서 왕왕 보곤 합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넘어 부모사이에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자녀 역시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면 금세 커버려서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죠. 참 부모라는 거 모시기도 직접 해내기도 힘든 일인 듯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누구나 다 부모가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부모님도 부모님의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 자신도 말이죠. 그러니 나이는 훌쩍 먹었지만 부모로서는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감춰보려고 곁눈질도 하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 하며 꾹 참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전 부모로서 좀 부족한 순간을 아들에게 '아빠도 부모는 처음이라'라는 말을 건넵니다. 부모라고 해서 어디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닌데 실수하지 않을 재간이 없잖아요. 우린 부모라는 타이틀을 달면 뭐든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도 당연하게 하고 있진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그 무게를 조금만 내려놓고 부모님도 그리고 부모 역할을 하는 자신도 초보자로서 실수할 수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은 어떨까요? 힘듦을 참으며 부모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는 자녀의 마음도 그리 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부모나 어른이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닐는지요.
우리 부모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서도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죠. 엄마가 직장 생활하느냐 아이를 제대로 못 돌본 것 같다고 말이죠. 엄마 좋으려고 직장 생활 한 건 아니지 않나요? 근데 왜 그게 아이들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일일까요?
시선을 좀 전환해서 '부모도 한 인간으로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그래서 실수할 수 있다' 정도로 마음을 갖는 건 어떨까요? 부모를 바라볼 때도 자녀들을 바라볼때도 이런 여유의 품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힘내자고요. 그리고 스스로를 응원해 줍시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90년대 곡을 올려봤는데, 안 보이던 닉네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노래는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분야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너무 한결같은(?) 곡들만 올리지 않았나 하고 돌아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가수 경력 50년이 넘는 분을 소환하게 되었네요. 가요계에 얼마 남지 않는 유적 같은 가수가 아닐까 합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시는 걸 볼 수 있었으면 싶네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