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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

작사 태훈 작곡 황성제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보아(BoA)'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DbEXzFLHDI? si=daH5 UYituoxu4 pgn

(이제 정말)

왜 이래 나 이제 커버린 걸까


(이제 정말)

뭔가 잃어버린 기억


(지금 내 맘)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오예


- 보아의 <아틀란티스의 소녀> 가사 중 -




바다 끝, 구름 위, 깊은 숲 속

그리고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

난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세계

그런 곳들이 궁금해져


내 고향이 지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면서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천사와 나팔 부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건지를 물어


수많이 많은 질문들

풀리지 못한 수수께끼들

나 조차도 잊고 있던

나만의 비밀들


너무도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좋은 향기와 바람이

어딘가로부터 불어와


나에게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잊힌 기억을

다시 찾게 될 거라고 말하는 듯해


꿈이 사치가 될 만큼

내가 이제 너무 커버린 걸까

뭔가 기억을 잃어버린 듯해


지금이라도 나의 잃어버린

작은 소망과 꿈을 찾기 위해

저 하늘을 보며 속삭이며 기도할래




보아는 2000년에 데뷔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아이돌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죠. 데뷔 당시 나이가 13세였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는 가수입니다. 무려 16년 동안 일본 앨범 판매 기록이 깨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무려 천만 장이 넘는 앨범이 팔렸다고 하네요. 왜 보아가 일본에서 그렇게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는지는 제가 3부에서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노래는 물론이고 춤까지 소화하는 전천후 가수입니다. 데뷔 당시부터 작사,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성도 겸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가수 아니면 뭐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NO.1>를 비롯해서 <VALETI><My Name><Only One><Milky Way> 등 히트곡도 꽤 많이 보유하고 있죠.

이 노래는 보아의 한국 정규 3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보아가 발표한 대부분의 곡들처럼 나오자마자 각종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올랐던 곡이죠. 이 노래는 사연이 좀 있는데요. 보아의 매니저가 사망하면서 활동을 빨리 접었던 곡입니다. 무려 이 아픔 때문인지 12년 동안 이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고 하네요.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이 곡 부를 때 관객이 전해준 고글을 쓰고 불렀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고글은 보아를 상징하는 아이템이죠. 박정현 씨부터 태연 씨까지 내놓으라면 서러워할, 워낙 많은 가수들의 커버를 해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 노래가 사랑받았다는 증거겠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어보죠. <아틀란티스의 소녀>입니다. '아틀란티스'는 철학자 플라톤이 저술한 대화편 <크리아티스>에서 처음 언급한 장소로 오래전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하는 섬과 그곳에 있는 도시를 일컫는다고 하네요.

훌륭한 문명이 물로 멸망한 사례로 언급이 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검증이 안 되는 상황이라 전설 속의 도시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종의 향수가 느껴지는 고대 유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마도 이 노래에서 화자가 자신의 과거에 가졌던 소망과 꿈이 세월이라는 시간이라는 물속에 가라앉아 잊고 살았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그걸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사 자체가 워낙 비유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많아서 한 줄 한 줄 해석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어떤 느낌을 주는지만 간략하게 언급하는 선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나을 듯싶네요.

'저 먼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다른 무언가 세상과는 먼 얘기/ 구름 위로 올라가면 보일까/ 천사와 나팔 부는 아이들/ 숲 속 어디엔가 귀를 대보면/ 오직 내게만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 꿈을 꾸는 듯이 날아가 볼까/

저기 높은 곳 아무도 없는 세계'가 처음 나오는 가사인데요. 한 번도 인류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장소에 대해 궁금증을 뻗치며 뭔가를 찾아 헤매고 있는 듯 보이죠.

그다음 가사가 '그렇게도 많던 질문과/ 풀리지 못한 나의 수많은 얘기가/ 돌아보고 서면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잊고 있던 나만의 비밀'입니다. 그동안 자신의 꿈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풀려고 했지만 잘 안 됐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꿈을 언젠가부터 잊고 살았다고 말하죠. 자신만이 간직해 왔다고 하면서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정말) 왜 이래 나 이제 커버린 걸까/ (이제 정말) 뭔가 잃어버린 기억/ (지금 내 맘)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부분입니다. 마지막 '속삭일래'가 노래 마지막 가사 부분에서는 '기도할래'로 바뀝니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꿈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겠죠. 그래서 꿈이 뭐였는지도 잊고 살아온 듯합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너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라는 천사의 속삭임을 듣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꿈을 다시금 끌어안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보이죠.


오늘은 서두에 말씀드린 바대로 '보아가 일본에서 유독 성공했던 이유'에 대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전에 순전히 저의 생각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제가 문화비평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저는 2000년도 초반에 일본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고 그 후로도 매년 적어도 한 번 이상 일본을 방문하는 터라 주변 사람들에게 일본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며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정서가 저와 잘 맞는 듯하고 가성비와 가심비가 제주도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일 겁니다. 올해도 2번 다녀왔죠.

저한테 일본 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감바떼, 겨울연가, 보아, 장기침체 등등요. 그중에 겨울연가와 보아가 대중문화 관련 키워드죠. 이 두 개를 어떻게 매치를 시킬까 하고 '알아두면 쓸데없는 고민'을 퍽이나 많이 한 것 같은데요.

겨울연가는 한 없이 순수한 사랑을 대표하는 한국 드라마죠. 일명 일본 야동과는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은데. 흔히들 일본의 문화를 한 때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순간 지어버리는 벚꽃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아마도 일본은 이처럼 '극단의 문화'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겨울연가가 성공한 이유는 그 극단의 한쪽 끝을 건드려 준 것이 아닐까 하고요.

보아의 경우는 노래+춤을 통해 연상되는 이미지가 'Dynamic(역동성)'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2000년 이전까지는 우리나라를 압도했죠. 그걸 침몰시킨 게 바로 보아가 아닐까 하는데요.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는 가수가 있었을지언정 보아처럼 그 두 개를 완벽히 소화하는 유형의 가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 갈증의 사각지대를 후벼 판 것이 보아였지 않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뭐든지 열심히 한다는 의미의 '감바떼 문화'를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21C에 일본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감바떼 문화 탓이 일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우리나라도 빨리빨리 문화가 갖는 장단점이 존재하듯이 일본의 감바떼 문화도 그런 것 같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이 각광받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하는 시대니 까요. 우리나라 말로 'Fighting'이라고 응원하거나 격려할 때 주로 쓰이는데, 뭔가 일본 특유의 문화적 성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저는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미소를 짓곤 합니다.

한편으로는 모두가 잘할 순 없는 거니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요.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을 중시하는 세상으로 진행이 감바떼 문화가 가진 장점마저도 삼켜버리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도 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일본에 어학연수를 가게 된 계기가 일드(일본드라마) 덕후가 되면서였습니다. 1년간 100편 가까운 드라마를 본 것 같네요. 일본 드라마는 사전제작제로 1편은 인물소개고 10편이 방영되거든요. 거의 1,000시간을 일본 드라마를 봤으니 일본을 안 갔으면 더 이상할 뻔했네요. 일본어 공부한 답시고 일본 음악도 참 많이 들었었는데, 기회가 되면 일본 노래도 한 번 <가사실종사건>에서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한 밤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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