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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의 <몹쓸 사랑>

작사 김태희 작곡 최원일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나오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4 um2 W2 L6 H-4? si=o5 DzGsgH1 XFz3_V5

원하고 원하죠 날 지웠다 해도


사랑해요


미워도 안돼요 죽을 만큼 울어도 안돼요


이미 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니죠


왜 날 몰라요..


이렇게 그대만을 찾아요...


- 나오미의 <몹쓸 사랑> 가사 중-




하고 싶은 말은 다 잊은 채

한없이 눈물만 흘렸어

긴 침묵만 흘렀어

내가 알던 그대가 아닌 것 같아


변해가는 사랑

야속하기만 할 뿐

이제와 그댈 붙잡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물어요


내 눈을 피하는 그대

내가 견딜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겠지


이런 몹쓸 사랑

한 번이면 충분해

하지만 내 맘은

이미 내 손을 떠났어


하지만 난 이 꿈이 끝나면

그대 품에서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날 떠났다고 생각할래

다시 돌아온다 생각할래


그것밖에 모르겠어

나를 울린 그대지만

이대로 영원히 아프더라도

그대만이 날 살게 할 테니


그대가 날 지웠다고 해도

내 사랑은 그대로예요.


아무리 미워해도

죽을 만큼 울어도

난 이렇게 그대만을 찾아요




나오미는 2007년 싱글앨범 <사랑을 잃다>으로 데뷔했습니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실용음악과 학력이 말해주듯 노래로는 검증된 가수입니다. 저는 2017년 <너목보(너의 목소리가 보여)4> 영상을 봤다가 이 노래를 듣고 나오미 씨를 검색해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요제에서 수상하며 입지를 다져가던 중 주영훈 씨의 레이더에 포착되었다고 하네요. 파워풀한 보이스와 놀라운 성량에 매료되었겠죠. 머라이어캐리의 노래를 잘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음악 활동은 꾸준히 해 오고 있는데 결혼도 하고 예술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무대에서는 자주 못 만난 듯합니다. 빅마마 이영현 씨가 보컬트레이너를 맡았다는 내용이 있던데 100% 확신은 못하겠네요.

이번 노래는 2008년 발매된 첫 정규앨범 <Naomi BAD LOVE>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비욘세의 <Listen>이 연상되는 노래이기도 하죠. 4옥타브 파#까지 고음을 쓴 곡이라네요. 뮤직비디오에 나오미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유지태가 직접, 감독, 각본, 제작도 맡았습니다. 뮤직비디오를 찾아봤더니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배우 유지태 씨가 맞네요. 하하하. 여기저기 많은 분들과 연을 맺고 있는 가수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어보죠. <몹쓸 사랑>입니다. 어떤 것을 몹쓸 사랑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드라마를 보면 꽃다운 나이의 여주인공이 나이 많은 아저씨랑 사랑 싸움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그런 관계를 몹쓸 사랑이라고 표현한 걸까요? 암튼 가사를 곱씹어 보시죠.

'할 말이 많았었는데/ 자꾸만 눈물만이 흐르죠/ 그대가 아닌 것 같아/ 아무 말이라도 해줘요'가 첫 가사입니다. 뭔가 이별하는 장면이 떠오르죠. 그다음 가사를 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변해간 사랑/ 그 앞에 앉아서/ 이제와 대체/ 어떻게 그댈 붙잡을까요'입니다.

2절 가사는 '알아요 말은 안 해도/ 차마 내 눈을 볼 수 없겠죠/ 견딜 수 없을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로 시작하는데요. 상대방은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익히 알기에 이별 장면에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네요. '두 번은 못할 이런 몹쓸 사랑/ 하지만 나의 맘대로 멈출 수도 없어요'로 이어지는데 사실상의 주제절이 아닐까 합니다. 너무 가슴 아파서 한 번으로 끝내고 싶은 사랑, 마음이 통제권을 벗어난 듯 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원하고 원하죠 날 지웠다 해도/ 사랑해요/ 미워도 안 돼요 죽을 만큼/ 울어도 안 돼요/ 이미 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니죠/ 왜 날 몰라요/ 이렇게 그대만을 찾아요' 부분입니다. 지워보려 해도 죽을 만큼 울어봐도 헤어진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 이미 상대에게로 가버린 화자의 마음이 늘 상대만을 찾고 있다면서요. 개인적으로 딱 여기까지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 가사가 압권인데요.

'이 꿈이 끝나면/ 그대 품에서 난 웃을 거야/ 잠시 날 떠나도/ 난 그댈 믿어요 사랑해요/ 기다려 볼게요 그것 밖엔 모르는 나니까/ 이대로 영원히 아파도 좋아요/ 난 그대뿐이죠/ 나를 울릴 그대를 사랑해요/ 그 눈물이 날 살게 할 테니' 부분입니다. 귀신이 되서라도 상대와 함께 하겠다는 처절함과 비장함이 느껴지는데요.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좀 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님 떠나고 눈물과 친구 먹겠다는 걸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떠나보다는 미학적 감성이 다소 아쉬운 대목입니다.

다시 한번 노래 제목을 생각해 보죠. <몹쓸 사랑> 맞네요. 어떤 사랑이 되었든 이별을 이렇게 하면 몹쓸 사랑이 될 것 같네요. 변하는 사랑 앞에서 님을 향해 변하지 않는 상태가 되겠다는 게 몹쓸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요. 요즘도 이런 사랑하시는 분 있으시려나. 심히 궁금해집니다.


몹쓸. 이 단어를 사전에서 한 번 찾아봤습니다. '악독하고 고약한'이라고 나오네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이 표현을 붙이는 건 사랑의 끝이 보일 때쯤이 아닐까 하는데요. 누구나 그 순간이 찾아보면 한 번쯤은 처음부터 시작도 안 했으면 슬프거나 쓰라리기도 한 불편한 감정을 겪지 않아도 될 텐데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니까요. 원래 사랑이란 게 끝내 이어지지 못하고 중도에 낙마하면 투여한 시간과 노력 대비해서 이처럼 비생산적인 행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그렇다고 헤어짐을 맞이하는 사랑의 끝이 모두 '몹쓸 사랑'으로만 끝나진 않죠. 제가 생각하는 몹쓸 사랑의 모습은 누군가와 헤어지고 이 세상에 사랑은 없다거나 머리 검은 사람의 마음은 믿지 않는 것이라 말하며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노래를 듣다 보니 끝난 사랑의 상대를 끝내 놓지 못하고 이렇게 처절하게 그리워하는 것도 몹쓸 사랑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여러분에게 몹쓸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마도 한쪽은 진심이었는데 반대쪽은 그러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는 진실의 순간을 경험한다면 어떨까요?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 오히려 진심으로 임했던 사람이 더 힘들어지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상황이 찾아오게 되니까요. 사랑 참 오묘한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처럼 유독 헤어짐이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것은 맞는 듯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그 자체도 힘든데 한 개인의 깊은 감수성까지 더해지면 정말 답이 안 보이죠. 그러나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연인은 물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별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는 존재가 아닐까요?

그 이별이 너무 아파서 악독하다 혹은 고약하다고 말할 순 있지만 '그 아픔까지 사랑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몹쓸 사람이나 몹쓸 짓은 있어도 몹쓸 사랑이란 건 사전에서 지우는 노력 말이에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유튜브를 보다 보니 1년 전에 반하나 씨가 이 노래를 커버했네요. 워낙 고음을 잘 다루시는 분이라 곡 소화를 잘했더라고요. 나오미보다는 훨씬 깔끔하게 불렀다고 해야 할까요. 나오미 씨는 이 노래를 2021년 버전으로도 올려놨는데요. 전 이 버전보다 원곡 버전이 훨씬 듣기 좋다고 생각해서 원곡을 올려드렸습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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