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기영'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내 모습 떠올라
긴 한숨짓고 있다면 다시 돌아와
너를 위해 비워둔 내 맘속 그곳에
마지막 사랑이라 믿는 내게로
- 박기영의 <마지막 사랑> 가사 중 -
그런 줄만 알았어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이기심이었겠지
상처 입은 널 끝내 보지 못하고
잠시 헤어져 있으면 괜찮을 거라
말하던 나였으니까
그렇게 바보처럼
너를 보내고 나서야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너를 보며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어
넌 지금 어디 있니
점점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는
네 모습을 잊지 않으려
자꾸 머릿속에서 그려봐
단 한 번이라도
내 모습이 너에게 떠올라
긴 한숨을 짓는다면
다시 돌아와 주라
마지막 사랑이라고 믿기에
내 맘 속 한편을 비워두고
널 기다리고 있을게
박기영은 1998년 1집 앨범 <One>으로 데뷔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여성 솔로 가수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죠. 차분한 음색이 강점인 가수입니다. 진성 음역대로 최상위권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작>과 <산책>이 그녀를 대표하는 곡이죠.
커버 장르가 꽤나 넓은 가수입니다. 성악도 공부했고 팝페라도 섭렵했죠. 특히 2016년 KBS <불후의 명곡>에서 불렀던 <넬라 판타지아>는 성악가 못지않는 노래 실력을 보여주면서 현재 조회수가 2,200만 뷰를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정규음반 8장을 비롯해서 다수의 싱글과 OST 곡을 발매했습니다. 꾸준한 음악활동이 돋보이는 가수죠.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로 전국대회에 수상할 만큼 연주 실력도 인정받았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매니저였던 김철 씨의 소개로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했죠. 1999년 선보인 2집 앨범 <Promise>가 가장 성공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마지막 사랑>과 <시작>이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죠. <산책>은 2001년 발매된 4집 앨범에 수록된 곡이고요.
저는 박기영 씨를 떠올리면 '팔색조'라는 수식어가 떠오릅니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소화하는 이미지랄까요. 최근에는 연륜까지 더해져서 예전보다 목소리의 깊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은 흔하디 흔한 <마지막 사랑>입니다. 비슷한 제목의 곡들이 꽤 있죠. 김범수의 <끝사랑> 같은 거요. 아마도 다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만큼 특정 상대를 사랑하거나 했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네요.
첫 가사가 '몰랐었어 너의 그 바람 들을/ 모두 이해한다 믿고만 싶었던 거야/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널 보며/ 잠시 헤어지자고 말을 했던 나였어'입니다. 개인적으로 속이 깊은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아마도 상대의 캐릭터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사람이 참고 참다가 무너져 갈 때쯤 꺼낸 '나 너무 힘들어. 더 이상 못하겠어'라는 말이 갖는 무게란. 한 마디로 답이 없는 상태였겠죠. 그런 상대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화자는 영혼 없이 '우리 잠시 떨어져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다소 성의 없는 답변을 한 상황으로 보이네요.
다음 가사는 '미안했어 나의 이기심들에/ 상처 입어가는 널 보지 못했던 거야/ 마지막이라고 믿었던 사랑을 바보처럼 보내고/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너를 봐'입니다. 뒤늦은 후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떠나고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 늦은 시점에 미안함을 느끼죠. 상처받아 아픈 상대의 모습을 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자책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요?
'어디 있니 넌 지금 점점 바래져 가는/ 네 모습 그려보고 있어' 부분입니다. 있을 때 잘할걸, 버스가 떠났는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죠.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상대의 모습을 잊을세라 머릿속으로 자꾸 그려보고 있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단 한 번이라도 내 모습 떠올라/ 긴 한숨짓고 있다면 다시 돌아와/ 너를 위해 비워둔 내 맘속 그곳에/ 마지막 사랑이라 믿는 내게로'입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상대가 화자를 떠올리며 떠난 것을 후회한다면 돌아와 달라고 말하고 있죠. 화자는 상대를 마지막 사랑이라 믿고 돌아올 자리를 비워두고 있을 거라면서요. 화자 때문에 힘들어 떠난 상대가 과연 그런 마음의 상태일거라고는 생각되질 않네요. 그래서 '단 한 번이라도'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생기니까요.
음. 오늘은 '마지막을 밥 먹듯이 번복하는 우리'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 야심 차게 자신이 했던 다짐이나 각오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있으시죠. 술이나 담배, 커피 같은 중독성 있는 것을 떠올려 보면 단박에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진짜 이번 잔이 마지막이야' 혹은 '이 담배 한 개비 피면 내 인상에 담배는 없는 거다' 뭐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내 비취곤 하잖아요. 잘 되시던가요? 하하하.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동원하는 건 아마도 그것과 이별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일 겁니다. 아니면 이 노래처럼 상대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고요. 그렇게 나름의 의지를 발휘한 '마지막'은 하루도 못 가 없던 일이 되기도 하죠. 생각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미래에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 줄 모르니 '마지막'이라는 호기를 부려볼 수는 있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것이겠죠. 신년에 세웠던 계획이 몇 달만 지나면 물거품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아무의 간섭도 받지 않는 외딴섬이나 깊은 산속에 산다면 모를까 많은 유혹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그걸 지켜내기는 어렵죠.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봤는데요. 번복하는 게 잘못된 일일까 하고요. 잠시라도 의지를 발동해서 뭔가 잘못된 것을 잡아보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거잖아요. 다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를 문제 삼아 '의지박약'이니 '그럴 거면 왜 애초에 시도를 했니' 이런 말들을 하기 쉬운데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되는 거였으면 그렇게 의지를 발동시키지도 않았겠죠. 한 번 안 되고 두 번 안 되고 백번 안 되다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걸 좀 지켜봐 주면 어떨까요? 우리한테 민폐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힘들어도 당사자가 더 힘들 테니까요. 용기를 주진 못할 망정 비난은 자제해 주는 예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보기에 따라 이 세상에 없는 단어일 수도 늘 있는 단어일 수도 있겠네요. 모든 게 다 변하니 모든 게 마지막일 수도 있고 최소한 죽는 날이 되어야 그게 마지막이었는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죠. '마지막'이든 아니든 어떻습니까? 마지막이라는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무언가에 임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신예영 씨가 이 곡을 리메이크했더군요. 박기영 씨만큼 잘 불렀더라고요. 그런데 신예영 씨 노래 중 다루고 싶은 곡이 있어 박기영 씨의 원곡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전의 곡이라 음원 상태가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찾다 보니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이 라이브 영상을 올려드리게 되었네요. '최고의 인생을 여행하라'는 말처럼 우리 인생을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살면 어떨까요? 마지막은 중의적 의미의 단어인데 왠지 모르게 부정적 느낌이 강한데요. 역발상 전략을 활용해 보심 의외로 큰 소득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