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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래의 <하루하루>

작사/작곡 정연준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윤미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6 S47 op725_o? si=jP7 HPagPtHh6 iUZs

하루하루 지나가면 익숙해질까

눈을 감아야만 그댈 볼 수 있다는 것에

더 이상 그대 내 기쁨이 될 수 없음에

나는 또 슬퍼하게 될 거야


하루하루 지나가면 잊을 수 있을까

그대의 모습과 사랑했던 기억들을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약속들을

나는 또 슬퍼하고 말 꺼야


- 윤미래의 <하루하루> 가사 중 -




너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혼자 있는 시간도 견딜 만 해


하지만 세상에는

추억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란 게 있는가 봐


지금은 죽을 것처럼 아파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없어도 살아간다고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난 그 말에 한없이 눈물만 흘렸어

널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하루하루 지나가면

괜찮아질 수 있는 걸까

하루하루 지나가면

진짜 잊히는 걸까


난 슬플 것 같아

눈을 감아야만 널 볼 수 있고

더 이상 너와 함께

기뻐할 수 없다는 게


난 아플 것 같아

사랑했던 기억이 잊히고

우리의 약속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윤미래는 1997년 그룹 업타운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이 노래를 만들어 준 정연준 씨가 리더로 있던 그룹이었죠. 전에 소개해 드릴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군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외국인 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혼혈아로 차별을 받아 중도에 그만두는 시련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그녀의 노래 <검은 행복> 노래가 이런 스토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많은 리스너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죠. 영어 이름은 나타샤고요. 아버지가 DJ를 해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샤니와 함께 2 인조 여성 듀오도 했었는데 타이틀곡이 실패하고 후속곡으로 나온 곡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하루하루>입니다. 이 노래는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이후에 역주행한 곡이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2000년 업타운이 공식적으로 해체되면서 솔로로 전향했습니다.

같은 음악인 출신 타이거 JK와 결혼했죠. 여성 래퍼로는 탑 오브 탑입니다. 귀에 쏙쏙 박히는 래퍼 실력뿐만 아니라 발라드도 상당히 잘 부릅니다. OST 여인이라고 불릴 만큼 거미와 함께 섭외 1순위로 꼽히죠. <주군의 태양> OST 'Touch Love', <태양의 후예> OST 'ALWAYS' , <사랑의 불시착> OST 'Flower', <이태원 클래스> OST 'Say' <슬기로운 의사생활> 'It's my life' 등 인기 드라마에선 언제나 그녀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2001년 첫 솔로 앨범 <As Time Gose By>에 실린 <시간이 흐린 뒤>라는 곡도 참 좋은데요. <하루하루>와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죠. 전체적으로 지금보다는 다소 거친 목소리 톤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의 정제된 목소리도 좋지만 이전 감성도 만만치 않은 듯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쪽을 더 선호하시나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하루하루>입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이별 노래입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상대의 말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한 번 같이 들여다보시죠.

첫 가사가 '혼자 있어도 난 슬프지 않아/ 그대와의 추억이 있으니/ 하지만 깊은 허전함은/ 추억이 채울 수 없는걸'입니다. 추억의 힘을 빌려 혼자의 시간을 헤처 나가 보려 하는 듯하죠. 하지만 그 추억으로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을 느낍니다. 기억은 남았지만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은 누군가의 손을 만지고 목소리를 듣는 것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라 말하는 것 같죠.

'엔젠 간 나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차가운 그대 이별의 말에/ 할 말은 눈물뿐이라서/ 바라볼 수 없던 나의 그대' 부분입니다. 화자가 '언젠가 나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한 듯하죠. 화자는 그 이 별의 말에 목이 메고 눈물이 흘러서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할 지경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목 '하루하루'로 시작합니다. '하루하루 지나가면 익숙해질까/ 눈을 감아야만 그댈 볼 수 있다는 것에/ 더 이상 그대 내 기쁨이 될 수 없음에/ 나는 또 슬퍼하게 될 거야' 부분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죠. 진짜 시간이 흐르면 내가 상대를 잊을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죠.

비슷한 가사가 이어집니다. '하루하루 지나가면 잊을 수 있을까/ 그대의 모습과 사랑했던 기억들을/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약속들을/ 나는 또 슬퍼하고 말 꺼야' 부분입니다. (이별이) 익숙해지지도 (상대를) 잊을 수도 없다고 하죠. 꽤 오래 교제를 했던 모양입니다. 추억, 기억, 수많은 약속 이런 단어들이 그리 보이죠.

저는 이 노래 제목 '하루하루'라는 가사를 들으면 1일, 2일, 3일 이런 식으로 날짜를 세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든요. 한 10년쯤 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이별 순간에는 시간이 괴로울 만큼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제목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참 찰떡궁합이라는 생각이네요.

아. 참. 노래 처음과 중간에 나오는 프랑스어 가사는 '당신은 떠났고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나는 밤이나 낮이나 당신만 생각해요.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내 사랑, 그대만 원해요'라는 뜻입니다. 빼먹을 뻔 했네요.


음. 오늘은 '누구에나 똑같은 시간, 하지만 모두가 다른 시간'이라는 내용으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에서도 화자의 하루하루는 아마 엄청 더디고 느리게 흐르는 듯 보입니다. 우리가 시간을 말할 때 크게 두 가지를 언급합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죠.

크로노스는 물리적 시계로 그냥 우리가 시계를 보듯 객관적 시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크로노스는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흐르죠. 하지만 카이로스는 반대로 주관적인 시간이죠. 같은 크로노스를 보내도 누구는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고 다른 누군가는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는 식이죠.

흔히들 몰입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저도 한 때는 몰입이 굉장히 좋은 의미의 단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장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도로요. 왜냐면 몰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어서입니다.

철학자 강신주 씨에 따르면 먹이사슬의 상부구조에 있는 동물이 하부구조에 있는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서 노려보고 있는 상태를 몰입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입 순간에 망각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의 첫 책 <지구복 착용법> 관계 부분에서 '멍과 몰입'이라는 챕터를 다룬 바 있는데요. 뭐든 과한 것은 다 탈이 나게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우린 심심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느끼고 재미있는 것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잖아요. 과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이 나쁠 것일까요?

흔히들 '시간 참 빨리 간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합니다. 아마도 삶의 주도권이 나 자신보다는 주변에 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의 카이로스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전 30대 때는 시간이 참 빠르다 싶었는데, 40대가 되어서는 그런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 끌려가는 삶을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부터였던 것 같아요.

흔히들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에 관심을 많이 기울입니다. 오래 사는 게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는 것이죠. 저의 경우에는 오래 사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잘 살자 주의거든요. 카이로스를 더 중시하고 있는 셈이죠. 여러분들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중 어떤 시간에 방점을 찍고 계신가요? '오래 잘~'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이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시간의 흐름을 좇아서 가는 삶도 있지만 생각의 흐름을 좇아서 가는 삶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 후자를 택하는 쪽입니다. 시간이 평등자산이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시간도 돈을 주고 사죠. 다른 사람의 시간을 말입니다. 예전에 테마파크에 있을 때 줄 안 서고 타는 Fast PASS라는 것이 생겼었거든요. 돈 주고 시간을 산다고만 생각했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시간조차 뺐는 거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좇다 보면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세계를 헤쳐갈 방법이 요원해 보여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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