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연은 2012년 미니 앨범 <미운 오리의 날개 짓>으로 데뷔했습니다. 열네 살 때 교내 팝송대회에서휘트니 휴스턴의 'I have nothing'으로 최우수상을 받게 되면서 가수가 되길 결심했다고 하네요. 2012년 Mnet <보이스 코리아 1>의 우승자입니다. BMK의 '물들어'를 불러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화제가 됐죠. 한 마디로 괴물 보컬이라는 수식어가 이때부터 따라다녔습니다.
MBC <복면가왕>에서 8 연속 가왕 자리를 지키기도 했고, KBS <불후의 명곡> 등 여러 음악 프로그램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I'm not Warrier>라는 곡으로 글로벌 음원 사이트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노래는 참 좋은데 영화음악 OST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좀 한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노래는 2013년 발매한 싱글 앨범입니다. MC스나이퍼가 랩을 담당했죠. 전반적으로 신승연 씨는 타의 추정을 불허할 만한 노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상하리만큼 안 뜬 가수죠. 그동안 소속사가 적지 않게 바뀐 것이 이유인가 싶기도 하네요.
아직 제대로 된 곡을 못 만나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보면 어떨까요. OST에도 많이 참여하는 걸 보면 노래 실력은 다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가수들의 노래는 원곡자보다도 더 잘 부르는데 본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기현상을 어찌해야 할까요. 하하하.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미친 게 아니라고요>입니다. 감이 오시나요? 네. 헤어진 후에 넋이 나가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태죠. 그 모습을 보고 미쳤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해서 겪는 마음의 병이라며 다르다고 항변하죠. 참 괜찮은 접근법입니다. 이런 발상 칭찬합니다. (오랜만에 칭찬해 보는 듯요. 하하하)
첫 가사는 '멍하니 서있다 버스를 놓치고/ 택시 뒷자리에 지갑을 흘리고/ 방금 울어놓고 왜 우는 줄 모르고/ 눈물이 나서 눈물 흘릴 뿐이고 /혼자 거울을 보면서 혼잣말을 하는 게'입니다. 이별의 아픔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는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죠.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만 흘리며 세상과 단절된 채 방 안에서 혼자 끙끙 앓는 사람에 비하면 그래도 돌아다니기는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2절에서는 '바다를 보러 가도 난 니가 생각나/ 파도가 부서지듯 심장이 아파와/ 아직도 나한텐 너밖에 없는데 없는데/ 오 너는 없는데 이젠' 부분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파도 자체보다는 뭘 봐도 상대방의 생각이 멈추지 않는 점에 방점을 찍어야겠죠. 상대가 곁에 없는 것이 그만큼 그 빈자리를 느끼고 있다고 해석해야 겠지요.
오죽하면 꿈에서는 해피엔딩 해야 할 텐데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꿈을 꾸며 피하고 싶은 현실을 다시 마주하게 되죠. '꿈을 꾸었죠 눈을 마주 보면서/ 웃고 있었던 우리 두 사람/ 어느샌가 나 혼자 외롭게 서있는 꿈/ 흐르는 나의 눈물'이 부분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니가 없으니까 곁에 없으니까/ 내 심장이 녹아 없어지는 기분/ 난 후회하지 않아/ 내게 잊으란 말 말아/ 내가 좀 더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요/ 미친 게 아니라고요' 부분입니다. 상대의 존재가 사라지니 자신의 심장도 같이 녹아 없어진 것 같다고 말하네요.
이쯤 되면 상대가 미워죽겠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화자는 상대를 사랑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너 이별 때문에 점점 미쳐가는 것 같아. 빨리 그 사람 잊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조언을 해도 화자는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 그만큼 아픈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현재 자신이 미친 게 아니라고 항변하죠.
음. 오늘은 '디테일(Detail)'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국어 사진을 보다가 깜짝 놀랐네요. 디테일의 뜻이 '미술품의 전체에 대하여 한 부분을 이르는 말' 이렇게 나와서요. 미술과 관련된 말인 걸 왜 잊고 있었지 이러면서요.
'우리 인생은 멀리 서 보면 행복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이런 말 들어보셨죠. 겉핧기로 보는 세상은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세상의 모든 커플이 싸움 한 번 안 할 것 같고 평생 오손도손 사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집마다 문제가 없는 집이 없고 슬픔의 역사가 없는 집이 없죠.
예전에 석가모니가 죽은 자식을 살리러 찾아온 한 여인에게 '어느 집이든지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을 찾아오면 아들을 살려주겠다'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그런 집이 있을 턱이 없잖아요. 그 여인은 그런 집을 결국 못 찾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무게의 슬픔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이 노래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화자를 보며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나 보죠. 화자는 '난 사랑을 한 거라고요. 미친 게 아니라고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멀찌감치에서 보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을 했는지 이별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현재 헤매고 있는 상태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요.
우리 삶의 묘미는 디테일에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람들의 겉모습은 거의 비슷할 테지만 냄새부터 맡는지, 한 모금 테이스팅을 하는지, 상대방이 마시는 모습을 지켜 보는지, 잘 먹겠습니다라는 기도를 하지는 등 커피 한 잔 마시기 전에 하는 그 디테일은 사람마다 사뭇 다르죠. 그리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일 겁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디테일을 봐주고 기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디에 점이 있는지, 어떤 노래를 즐겨 부르는지, 이런 날씨엔 무슨 음식을 생각하는지 같은 거요. 한 사람의 디테일까지 사랑의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그만큼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겠죠.
사자성어에 주마간산(走馬看山)이 있죠.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바빠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고 대강 보고 지나가는 상황을 일켵죠. 우리 삶의 디테일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바빠서'가 아닐까 합니다. 너무 호흡이 빠른 삶을 살다 보니 대충대충 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디테일이 강한 사람은 여유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천천히 무언가를 여러 각도 음미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테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삶의 디테일을 잘 챙기며 사시고 계신가요? 조금은 슬로 라이프를 도모하며 잃어버린 디테일과 숨바꼭질을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