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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유감

인간론

박호성 / 종합출판 범우

by GAVAYA

안녕하세요? <독서유감> 3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요번에는 내용이 꽤 깁니다. 또한 그냥 훅 읽고 넘길만한 주제는 아니어서 쉼 호흡 한 번 하시고 혹은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3번째로 소개할 책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셨던 박호성 작가가 낸 <인간론>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읽고 싶지 않은 책이라는 느낌이 팍 오시죠. 네. 책 뒤에 위치하는 <참고 문헌>을 빼고 726페이지나 되는 일명 벽돌책입니다. 단박에 읽기 어려운 책이죠. 웬만한 단행본은 한 번에 읽어버리는 저도 이 책은 몇 번에 나눠서 읽었네요. 개인적으로 Compact한 느낌이 아니라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하하. 간만에 실랄한 비판을 해 보네요. 그렇게 잘 읽히지 않는 책을 제가 시간을 할애해 꾸역꾸역 읽은 이유. 네 분명히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초반 50~100 페이지가 거의 책값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긴 글을 남깁니다.


이 책의 시작은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은 뭐라고 답을 하시겠습니까? 이 책의 저자는 '고독'과 '욕망'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무릎을 딱 치게 됐죠. 그리고는 이 두 단어로 우리 삶에서 겪는 다양한 것들을 집어넣어 봤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것도 누군가의 고독과 누군가의 욕망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하고요. 직장을 다니는 것도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도 다 고독과 욕망의 매커니즘이 만들어 낸 일이 아니겠냐고요.


우리 인간은 어떤 이유도 모른채, 죽는 날까지 아무리 찾으려 해도 세상에 내던져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죽도록 발버둥쳐도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갑니다. 그래서 인간은 늘 고독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무언가를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욕망이 쉴새없이 들끓죠. 그래서 욕심도 내고 탐욕도 부리곤 합니다. 제 생각에 이 두 단어로 우리 인생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이성이나 자율 같은 단어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이 두 단어를 어떻게 바라봐야 제 삶에 잘 녹여낼 수 있는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한 축은 고독이, 한 축은 욕망이 자리한 사분면을 머리속에 그려봤습니다. 고독과 욕망의 에너지가 높고 낮은 것에 따라 그려진 4분면의 어느 지점에 우린 위치할 겁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그 사분면 상에 어디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어디를 향해서 가고 싶으신가요?


밀려오는 고독을 낮추려 주변에 사람을 찾고 욕망을 채우려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비하거나 기대하시고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고독 수치도 높고 욕망 수치도 높은 경우겠죠. 어떤 위치가 바람직하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서 있는 위치와 가려고 하는 위치를 아는 것이 출발점이지 않나 해서요. 고독을 치유할 만큼 주변에 사람이 늘 있거나 욕망을 채울 만큼 부족하지 않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크게 갖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을 분석해 보면 고독 수치는 늘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이라도 할라치면 금세 금사빠가 되는 스타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친 김에 뭐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으면서요. 반대로 욕망 수치는 지난한 30대를 거치며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고독 수치를 낮추고 욕망 수치도 낮추는 4분면으로 이동하기를 꿈꿉니다. 혼자 있어도 괜찮은 상태 그리고 그다지 뭔가를 크게 염원하지 않는 상태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인간이라는 기본 속성을 가지고 있는 지라 가끔은 고독 수치와 욕망 수치가 말도 안되게 높아지곤 합니다. 그래서 좌절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저의 내면을 고요히 드려다보곤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인간은 고독하기에 늘 결핍을 느끼는 존재라고요. 그래서 그 결핍을 채우고자 욕망하게 되는 존재라구요. 그래서 숙명적으로 고독을 극소화하고 욕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고독은 공포심과, 욕망은 이해 관계와 쌍을 이룹니다. 우리는 혼자라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존재라는 것이죠. 저자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인연론, 이것이 있음으로 해서 저것이 있다는 연기론에 입각해 관계맺음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려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이란 말 들어 보셨나요? 저자는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가 피동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내던지는 능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허무주의이기에 그걸 인정하고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가꾸어야 한다고요. 또 '행동적 니힐리즘'이라는 표현도 눈여겨 볼 만한데요. 고독을 용인하면서도 욕망을 절제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기타 내용은 제가 크게 동의가 안 돼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최근에 서울대 철학과 교수님 한 분이 '인간다움'이라는 책도 내셨던데 이런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주제를 고민하는 분들이 상대보다 많은 모양입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철학 수업을 받으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시험지에 적힌 단 한 줄의 질문을 본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질문이 살면서 수도 없이 던져질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우리가 무엇인지, 우리의 속성은 무엇인지 등 인간인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고독과 욕망의 매커니즘을 깨는 비책을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에는 고독 수치가 낮고 욕망 수치가 높은 반면 나이가 들면 고독 수치가 높아지고 욕망 수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망 수치가 낮아지면서 왕성하던 소비가 줄고 전반적인 삶이 다운사이징 되는 일은 반갑지만 고독의 수치가 높아지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겠지요. 닥쳐서 하려면 쉽지 않을 겁니다. 인간이기에 영영 이 두 단어에 휘둘리며 살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삶을 그려보는 것도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이 책이 저에게 던진 화두가 아닐까 하네요. 3번째 <독서유감>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는 두꺼운 책을 보면 정복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지라 그 덕분에 이번에도 몇 일 뻘짓을 했네요. 늘 읽고 나면 남는 것이 많은 장사인 것을 알면서도 읽는 동안의 지루함을 견디는 것은 매번 쉽지 않습니다. 남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책을 읽고 있다는 우쭐하는 마음마저 내려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요. 저도 두꺼운 책을 읽고자 하는 욕망의 포로가 된 것은 아닐는지. 하하하. <독서유감>을 시작한 후로 가끔 필기도 하고 독후감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예전보다는 책읽은 후의 느낌이 더 좋아진 듯 합니다. 잘 한 일인 것 같아요. 과연 4번째 책은 언제쯤 여러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이 제가 <독서유감>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이유입니다. 하하하. 그럼 또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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