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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Dec 26. 2023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작사/작곡 오태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피노키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zIoexkBkBg? si=pPbDq1 QF5 DzzcstA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가사 중 -




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이 아직도

내겐 너무도 아름다운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린 서서히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어디서부터였을까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젠 너의 손을 잡기도

나는 두려워


헤어진단 걸 알아

만남은 짧았지만

미련 따윈 갖지 않을 거야

하지만 대체불가능한 너

미련 놈이 나의 발목을 잡아


시간을 멈추고 싶은 적도 있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너무 행복했기에

이제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나의 눈물로 대신해야겠지


사랑은 아니었을 거야

우정이라 불러야겠지

나를 향한 네 마음 말이야


우리의 인연

우연보다도 짧았어

나보다 이 세상 누구보다

널 생각했던 내가 미워져


이젠 연인도 친구도 될 수 없어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내가 널 떠날게




피노키오는 1992년 데뷔한 록밴드입니다. 안정훈, 이은호, 김동호, 김원석, 하종훈 씨로 이루어진 5인조 그룹이었죠. 188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이 1992년이었죠. 데뷔와 동시에 1집 앨범 <디사 만난 너에게>를 발매했죠. 앨범명과 같은 <다시 만난 너에게>라는 곡이 타이틀곡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압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곡은  1집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이때 여러분들도 잘 아는(?) K2의 김성면 씨가 보컬로 참여했습니다. 베이스를 은 김민철 씨가 토주대감 역할을 하고 보컬을 비롯해 기타, 드럼도 수시로 바뀌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특이하네요.

저도 조사하면서 놀랐던 점은 2015년까지 정규 5집을 발매하고 팀이 해체되지 않고 띄엄띄엄 음악 작업을 했던 흔적이 있더라고요. 올해 4월 싱글앨범 'The Day'를 발매하기도 했네요. 피노키오를 거쳐간 멤버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하면서 황가람 씨처럼 간혹 TV에서 모습을 비추기도 하더군요.

이 노래는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후배들이 커버를 많이 한 곡이죠. 무엇보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일 거고 두 번째는 사랑과 우정이라는 테마가 시대를 타지 않고 우리 삶에서 늘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MBC <나는 가수다>에 김경호 씨와 김연우 씨가 함께 부른 버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보죠. <사랑과 우정사이>입니다. 단박에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오시죠? 사랑의 영역에 있는 화자, 그리고 우정의 영역에 있는 상대방을 노래에 담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가사를 찬찬히 드려다 보시죠.

'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 혹은 헤어지는 상황인 건 알겠는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상대방의 모습을 왜 언급한 건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도 이 노래를 화자는 남자고 여자인 상대방의 머리를 쓸어 올리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는데요.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인데 시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네' 정도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어디서부터 인지 무엇 때문인지/ 너의 작은 손을 잡기도 나는 두려워'가 다음 가사입니다. 헤어질 결심을 하고 나니 많은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돌아보게 되죠. 그러면서 남이 되어버린 상대의 손을 잡는 것조차 두려움을 느끼죠. 이전과는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 같네요.

'어차피 헤어짐을 아는 나에게/ 우리의 만남이 짧아도 미련은 없네/ 누구도 널 대신할 순 없지만/ 아닌 건 아닌걸 미련일 뿐' 부분입니다. 헤어질 것을 알아서 미련을 두지 않으려 해도 상대방을 떠나 다른 사람을 만나본들 대체불가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 미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멈추고 싶던 순간들 행복한 기억/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이젠 나의 눈물과 바꿔야 하나/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부분입니다. 바꿀 수가 없던 너를 눈물로 바꿔야 하나라는 부분이 참 좋습니다. 화자에겐 사랑이었는데, 상대에겐 우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 화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엔 없었겠죠.

그리고 하이라이트 구간이 나옵니다.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마음을 이젠 떠나리/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부분입니다. 네. 결론은 우정이었던 것이었죠. 화자만 사랑으로 착각한 것이죠. 그래서 너무 앞서갔던 자신이 미워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리'라고 말하고 있죠. 이 부분이 주제절인 것 같아요. 한번 사랑에 빠진 자 친구로의 회귀는 어렵다 정도의 뜻이 아닐까 하네요.


음. 오늘은 당연히 노래 제목인 '사랑과 우정 사이'에 대해 썰을 풀어봐야겠죠. 여러분들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이나 고민을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처음부터 연인 사이로 가정하고 만났다면 그런 걸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텐데요. 평소에 친구처럼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 듯합니다.

친구로만 지내다가 어느 일방에게 다른 감정이 생겨버리는 거죠. 자연스럽게 생긴 감정은 이전의 영역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구가 될 수 있던 사이가 연인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기존 친구 사이마저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무슨 운명의 장난인 걸까요? 설계를 이따구로 해놨는지. 하하하.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사랑의 영역에 있다가도 우정의 영역으로 이동해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세상이 그만큼 바뀐 걸까요? 예전에 외국 드라마를 보면 이혼한 후 자녀를 보러 남자가 방문하면 전 부인과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외국은 다르네'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게 지금 한국에서 된다는 것이 신기방통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너무 보수적인가요? 하하하.

저는 언젠가부터 사랑도 좋지만 생명력은 우정이 더 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답니다. 사랑주의자에서 우정주의자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할까요. 아무리 좋은 것도 지속할 수 없다면 그땐 좋아도 나중에게 힘들어질 수밖에 없죠. 사랑이 그런 것 같습니다. 반대로 우정은 잔잔하지만 지속력이 꽤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물론 우정의 영역에 있다가 두 사람의 마음이 사랑의 영역으로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또 사랑의 감정이 식은 후 우정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금슬 좋은 부부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될 것 같네요. 이게 가능하려면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죠. 현실에서 없진 않지만 아주 희박한 경우겠죠. 백발이 된 노부부가 신호등 앞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 말이죠.

사랑과 우정은 상대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하냐 못하냐가 관건인 듯 보이는데요. 성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독점권을 내려놓는 일도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사랑을 'Happening'으로 바라보면 사랑에서 우정으로 내려오는 길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노래의 화자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죠. 강렬한 사랑을 한 사람일수록 우정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겠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이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 6개월 되는 날입니다. 그 사이 <가사실종사건> 161편과 <독서유감> 4편, 그리고 이직에세이 <참을 수 없는 이직의 가벼움> 24편 이렇게 189편을 올렸네요. (첫 책 <지구복 착용법> 10편과 <참이가> 9편은 브런치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래서 180편으로 보입니다.) 거의 하루에 한 편 꼴이었네요. 그동안 결과에 상관없이 참 열심히 달려온 것 같습니다. 뿌듯하네요. 하하하.

브런치를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되고 소통하게 된 것이 저에겐 가장 큰 기쁨이었네요. 이 자리를 빌려 제 브런치를 구독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겠죠. 다뤄야 할 노래는 차고 넘칩니다. 저만 잘하면 될 듯요. 하하하. 연휴 다음날이었는데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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