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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05. 2024

유영석의 <네모의 꿈>

작사/작곡 유영석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유영석'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vHvNDTRc4 Y? si=QqPYj1 w1 soRG1 s0 u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 유영석의 <네모의 꿈>의 꿈 -





네모난 침대

네모난 창문

네모난 문

네모난 조간신문

네모난 책가방

네모난 버스

네모난 학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

네모난 아버지의 지갑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팸플릿

네모난 학원

네모난 마루

네모난 액자

네모난 명함

네모난 SPEAKER

네모난 테이프

네모난 책장

네모난 사전

네모난 서랍

네모난 편지

이젠 네모 같은 추억들

네모난 태극기

네모난 잡지


지구는 둥그니까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그런데 왜 우리 주변은

다 네모난 것 투성일까

그건 네모의 꿈이 아닐까




유영석은 1988년 <푸른 하늘> 1집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복면가왕>에 보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데, 이 분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요즘 분들은 잘 모르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가요계의 전성기를 꼽으라면 다양한 장르가 고르게 사랑받았던 1990대를 꼽는데요. 유영석 씨는 그보다 조금 빠른 8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가수입니다. 이문세, 유재하와 동시대의 가수로 <푸른 하늘>이라는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겨울바다><눈물 나는 날에는><자아도취><오렌지 나라의 엘리스> 등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다수의 곡을 발매했습니다. <푸른 하늘>은 1993년 6집을 끝으로 해체되었고요. 이후 김기형 씨와 함께 결성한 그룹이 '화이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화이트 3집 앨범 <Dream Come True>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동요 같은 콘셉트로 가사를 쓴 것 같은데 생각해 볼수록 엄청 철학적이기도 하죠. '네모난'이 획일화된 현대 사회를 비유한다고 보면 사회를 고발한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유영석 씨는 '네모난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 오기 전 인간들에게 텔레파시로 세상을 네모나게 만들도록 하는 상상을 했다고 하죠. 하하하. 발상이 진짜 외계인 급입니다. 이런 콘셉트로 이런 노래를 만들다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요.

화이트는 4집으로 활동이 끝났고요. 1999년 그 유명한 뱅크의 정시로 씨와 잠시 '화이트 뱅크'를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음악 프로그램에 전문심사위원으로 나오시고 실용음악과 교수를 하고 계시네요. 저는 학창 시절 사촌 누나가 기타로 이 분 노래를 하도 불러서 아주 친숙한 가수랍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오늘은 대략 난감입니다. 아시죠? 왜 그런지? '네모난'만 30번 가까이 나오는지라 해석을 포기할까 싶거든요. 원래 제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으로 시로 각색을 해야 하는데 그냥 한 번 크게 웃으시라고 '네모난 00'이라는 부제로 정리해 드렸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오늘은 짧게 눈여겨볼 가사와 하이라이트 부분만 언급하는 선에서 치고 빠지려고 합니다. 첫 번째 부부분은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부분입니다. 네모난 달력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명 변화가 거의 없는 일상을 아무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흔히들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가사입니다.

2절에서는 두 파트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첫 번째는 '이젠 네모난 추억들' 부분입니다. 대부분 네모난 뒤에는 사물 명사를 썼는데, 이 부분에서만 '추억'이라고 쓰며 결을 달리했죠. 추억조차도 천편일률로 가슴과 머리가 아니라 네모난 사진 안에 담으려는 모습을 풍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핸드폰만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네모난 추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두 번째 파트는 '네모난 잡지에 그려진 이 달의 운수는/ 희망 없는 나에게 그나마의 기쁨인가 봐' 부분입니다. 네모에 갇혀 사는 삶이기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고요. 운수는 '네모라는 세계를 벗어나는 일시적인 모습' 정도로 비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래서 그 운수를 보면 잠깐이라도 기쁨을 느낀다고 말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부분입니다.

노래의 톤 앤 매너로 판단컨대 화자는 세상을 둥글게 살아야 하다는 어른들의 말에 크게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약간 비꼬는 느낌이랄까요. 네모난 세계가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해 주기보다는 둥글게 살라고 훈계하는 어른의 모습을 떠올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네모라는 외계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가사 중에 나오는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도 그렇게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저도 대학교 때는 정말 삐쭉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풍파를 겪다 보니 동그라미까지는 아니고 팔각형쯤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마 시간의 함수를 더하면 어른들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둥글게 사는 것 혹은 모나지 않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명제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듯해 보입니다. '둥글게 산다'는 말은 나와 다른 세계를 이해하거나 상대와 타협하는 상황을 말할 텐데요. '좋은 게 좋은 거다. 딴지 걸지 말고, 둥글게 살아' 이런 식으로요. 정녕 이해가 돼서라기 보다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일으키지 말라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둥글게 둥글게'는 집단주의 사고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개인의 개별성보다는 집단의 단결이나 화합이 더 우선시 되는 가치로 여겨지는 것이죠. 그렇다고 네모의 삶이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좀 시대착오적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의견은 '생긴 대로 살자'입니다. 네모면 어떻고 세모면 어떻고 동그라미면 어떻습니까? 오히려 동그란 것을 '최대선'의 모습으로 놓고 모두 헤처 모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오히려 올바르고 바람직한 형태란 것은 없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해서 모든 모양을 다 인정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떤 심리학자 분이 '나이가 들수록 까칠하게 살아야 건강한 거다'라고 말씀하시던데요. 그만큼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결대로 살아야 좋다는 맥락으로 이해가 되더군요. 서로의 모양새를 가지고 동그랗지 않다고 수군수군 대는 사람들이야 말로 상대방을 전혀 이해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지요.

유영석 씨가 말했듯 외계인이 우리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텔레파시로 네모라는 획일성의 씨앗을 뿌리는 것에 대항하려면 어른들이 말하는 동그라미가 아니라 모두의 도형은 옳다는 다원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여러분 각자는 어떤 모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잃어버린 자신의 도형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의 도형은 지금 온전하십니까?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막연하게 최종의 꿈이 시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왜 제가 시인이 되고 싶은지를 알아버렸습니다. 하하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이라는 책을 내신 한양대학교 정채찬 교수님의 동영상을 보다가 말이죠. '언어는 그 자체로 폭력적이다. 모든 것을 뭉뜨그려 표현한다. 언어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발명품이다. 그러니 시나 소설을 쓰며 문학을 한다는 것은 나만의 감정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행위다' 네. 저는 저만의 언어를 찾기 위해 시인이 되려고 했던 것 같네요. 하하하. 이번 기회에 저만의 도형도 좀 찾아 봐야겠습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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