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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24. 2024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작사 박주연 작곡 하광훈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조정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YqknGbEgV0? si=bPPaEyogzyd4 xAjA

혼자만의 사랑은

슬퍼지는 거라

말하지 말아요


그대 향한 그리움은

나만의 것인데


외로움에 가슴 아파도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가사 중 -  




눈이 내렸어

너를 처음 만난 날


그때가 아마도

사랑의 시작이었지


언제 올지도 모를 너를

길모퉁이에 서서

눈을 맞으며 기다렸어


오늘은 아닌가 보다 싶어

돌아서는 아쉬움보다


널 향한 그리움이 있었기에

난 슬프지 않았어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외로운 밤을 보냈지만


혼자만의 사랑이

슬픔만은 아니었어


널 향한 그리움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외로움에 가슴 아팠지만


난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조정현은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로 1989년 데뷔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 리즈 시절을 보냈죠. 1집에 실린 <슬픈 바다>라는 노래도 참 좋습니다. 잘 생긴 외모 때문에 '한국의 장국영'이라는 별명도 있었죠. 당시 홍콩 영화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를 아신다면 이 별명이 가진 숨은 의미를 아실 수 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하하하

1992년 2집 <비애>, 1993년 3집 <날개 없는 꿈> 활동을 끝으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긴 공백기에 들어갔습니다. 음반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후에 대마 흡연 혐의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오른 바 있습니다. 2003년 4집 앨범 <세상에서>로 다시 돌아왔지만 공식적인 가수 활동은 여기까지였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아이스하키 선수로 뛴 경험이 있어서 1996년 MBC 드라마 <아이싱>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직후 가수에 데뷔했고 골프 사업도 했다고 나오고요.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해서 가수 김완선 씨의 30년 팬임을 밝힌 바도 있습니다.
1집에서 2곡이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벼락같이 스타가 된 후폭풍 때문인지 나름 연예인답게 파란만장한 삶의 모습이 그려지는 가수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조성모 씨 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할 정도로 넓은 사랑을 받은 곡입니다. 눈이 오는 겨울을 상징하는 곡이기도 하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보죠.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입니다. 뭔가 굉장히 시적이죠? 얼마나 상대를 사랑했으면 그 사람을 기다리는 아픔까지 사랑하게 되었던 걸까요? 화자가 말하는 아픔까지 사랑하는 방법을 쫓아가 보시죠.

'너를 처음 만난 날 /소리 없이 밤새 눈은 내리고'가 첫 가사입니다. 상대를 처음 만난 날을 묘사하고 있죠. 눈이 오는 소리가 들릴 리 없지만 '소리 없이'라고 표현한 것은 봐서는 소복소복 내리는 함박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끝도 없이 찾아드는 기다림/ 사랑의 시작이었어'가 다음 가사입니다. 화자가 기다린다고 하지 않고 기다림이 화자를 찾아든다고 말하는 표현이 참 좋네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야말로 사랑이 시작된 것이겠죠?

'길모퉁이에 서서/ 눈을 맞으며/ 너를 기다리다가/ 돌아서는 아쉬움에/ 그리움만 쌓여도/ 난 슬프지 않아' 부분입니다. 아마도 상대와 만나기 위해 그녀의 집 근처의 길모퉁이를 서성거렸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상대와는 끝내 만나지 못했죠. 그런 상황이면 어깨가 축 처져야 하는 상황일 텐데 여기 반전이 있습니다. 허탕치고 돌아서며 아쉽고 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래도 슬피지 않다고 말하고 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혼자만의 사랑은/ 슬퍼지는 거라/ 말하지 말아요/ 그대 향한 그리움은/ 나만의 것인데/ 외로움에 가슴 아파도/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입니다. 참 가사가 멋집니다. '상대를 향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리움과 외로움에 가슴 아프도 그 아픔까지 사랑하겠다'라고 하잖습니까.  

저는 이 가사에서 굉장히 성숙한 사랑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왜냐면 예전에도 설명드린 바 있지만 사랑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떨어져 있을 때 느끼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기도 해서입니다. 그걸 어찌나 귀신 같이 알고 이렇게 가사로 표현했는지 작사가님에게 경의를 표표합니다. 작사가님이 두 말하면 잔소리인 박주연 님이네요. 역시~


음. 오늘은 '아픔까지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아픔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노래에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화자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다룰 주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입니다. 좀 다르죠? 흔히 말하는 '연민'이나 '동정'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철학자 강신주 씨에 따르면 연민은 사랑의 감정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연민은 위계가 있는 상황에서 생기는 감정이기에 강자와 약자로 구분되는데, 이건 진정한 사랑의 모습과 배치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연민으로 이어지는 관계는 상대방이 연민을 품을 수 있도록 불행한 상황에 계속 있을 때까지만 유효하다나 뭐라나. 이에 반해 동정은 동등한 위치에서 생기는 감정이어서 '위로'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하고요.

우린 상대의 좋은 모습을 보고 사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아픈 부분을 발견하고 메워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마음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각자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잘난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상대보다도 자신의 모난 부분까지 감싸주다는 점에 더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죠.

저는 연민이 되었든 동정이 되었든 누군가를 향한 여러 형태의 관심은 사랑의 시작점이라고 보입니다. 아무에게나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다만 그 관심이 연민과 동정을 넘어 애정의 영역으로 안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아닐까 합니다. 길거리에 노숙하는 사람을 보면서도 연민을 느낄 수 있지만 애정으로 진화하진 않잖아요? 우리는 연민이나 동정을 통해 상대방의 공감 능력에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 매력이 공감능력에만 머물지 않고 연민과 동정 이외의 부분까지 확장한다면 사랑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렵죠? 적절한 예인지를 모르겠습니다만 머리를 짜내 봅니다. '혼자 울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연민)에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군.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거든(동정). 그런데 말할 때 어찌나 말투가 섬세하고 표정이 귀엽던지(이외의 부분으로 확장). 사랑에 빠졌지 뭐야 그래서 그 자리에서 사귀자고 해 버렸어(애정)' 정도면 어떨까요? 연민과 동정으로 시작했지만 러브 스토리가 전개될 거 같지 않나요?

사랑하는 마음을 내기도 힘든데 아픔을 사랑한다니요. 너무 한가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랑하면 즐거워진다고 알고 있지만 사랑하면 아파지기도 해서입니다. 나도 아닌 상대의 아픔까지 껴안는다고요. 연민이나 동정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다음 스텝을 밟느냐에 따라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싹이 트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후. 지금까지 썼던 글 중 제 기준에서 가장 난해했네요. 하하하. 제 의도가 여러분에게 잘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는 오래간만에 눈이 참 많이 왔습니다. 눈이 오면 세상이 모두 하얀색으로 덮여서 보는 맛이 있긴 한데 딱 하나 운전이 그리도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아마도 내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바퀴에 별다른 대처법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불편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눈 관련 노래를 찾다가 이 노래를 선곡하게 되었네요.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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