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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Dec 30. 2023

2002

Song by Anne-Marie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앤 마리(Anne-Marie)'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JH8 Pj2 mP3 RQ? si=Bx8 N8 qrLfAfINk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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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a picture for you and me

(우리를 그려봐)


Of the days when we were young

(우리의 어린 시절)


Singing at the top of both our lungs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던)


On the day we fell in love

(우리가 사랑에 빠졌던 그 시절을 말이야)


- Anne-Marie의 <2002> 가사 중 -




11살, 2002년이었지

내 인생 최고의 해였어

너와 첫 키스를 했던

난 그 때를 평생 잊지 못해

깃털처럼 가벼웠지


꽤나 어른스럽게 행동했던

우스꽝스럽던 그 시절

영원한 사랑을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사실이었어


우린 숲 속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그 위로 올라가 춤도 추고

그 시절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곤 했어


근데 난 바이바이바이 노래를

셀 수 없이 틀렸지 뭐야

잠깐 나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나에게 한 번 더 전화해 줘 자기야


어느새 우린 18살가 되었어

한 이불을 덮는 사이가 되었지

서로만 있으면 충분하지

서로의 손을 잡을 때면

2002년으로 다시 돌아간 듯 해


우리를 그려봐

숨이 차오를 만큼 노래를 불렀던

사랑에 빠졌던 그때의 우리를 말이야




앤 마리는 영군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가수들의 피처링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아가다가 2015년 'Karate(가라테)'를 발매하며 데뷔합니다. 곡명이 특이한데, 전직 가라테 선수였다고 하네요. 쩝.  2019년 내한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고 2022년에는 페스티벌 참여차 한국을 다시 찾았네요. 킬링 보이스에도 영상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한국에 꽤나 비중을 두는 가수가 아닐까 합니다.

허스키 보이스가 강점인 가수입니다. 저는 앤 마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뭔가 단단함 같은 게 느껴집니다. 단단한 톤을 바탕으로 허스키와 가성이 합쳐져서 여러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느낌을 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계속 들어도 쉽게 질리지가 않는 모양입니다.

이번 곡은 2018년 데뷔 스튜디오 앨범 <Speak Your Mind>에 실린 곡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음 해에 역주행했죠. 어린 시절 11살 여자아이가 동갑내기 남자를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내용을 가사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삶이 부러울 정도네요. 부러우면 지는건데. 하하하.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화자는 2002년 11살이었고요. 지금은 7년쯤 흘러 성인의 나이인 18세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 사랑이 왜 그리도 위대한지 생각해 보니 먹는 거, 자는 거, 입는 것 이런 것들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기여서가 아닐까 하는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인데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닌지. 뭐 요즘 초등학생들은 과거와는 다르다고 하니 제 판단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I will always remember/ The day you kissed my lips/ Light as a feather/ And it went just like this/ No it's never been better/ Than the summer of 2002 (네가 나에게 키스하던 날을 잊지 못할 거야

/ 새털처럼 가벼웠거든/ 2002년 여름은 최고였어'가 첫 가사입니다. 아마도 화자의 인생 첫 키스였겠죠. 얼마나 떨리고 설레었을까요. 그만큼 화자에게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2002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We were only eleven/ But acting like grownups/ Like we are in the present/ Drinking from plastic cups/ Singing love is forever and ever/ Well I guess that was true ( 우린 고작 11살이었지만 지금의 우리처럼 어른스럽게 굴었지/ 플라스틱 컵에 술을 마시면서/ 사랑은 영원하다 노래했는데/ 그게 사실이었어)'에서는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꿈꾼 대로 되었다 정도로 해석되네요.

'Now we're under the covers/ Fast forward to eighteen/ We are more than lovers/ Yeah we are all we need/ When we're holding each other/ I'm taken back to 2002 (이제 우리는 18살이 되어 한 이불을 덮고 있어/ 연인 이상이고 서로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서로의 손을 잡고 있을 때면/ 다시 2002년의 나로 돌아간 듯 해' 부분입니다. 성인이 되어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지만 여전히 그 시절이 그립다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Dancing on the hood in the middle of the wood/ On and old Mustang, where we sang/ Songs with all our childhoods friends/ Oh now (숲 한가운데 주차된 머스탱 차 위에 올라가/ 춤을 추고 그 시절의 노래를 불렀지)로 시작합니다.

이 노래에서 가장 해석이 난해한 부분은 'Oops I got 99 problems singing bye bye bye/ Hold up if you wanna go and take a ride with me/ Better hit me baby one more time ( bye bye bye 노래를 부를 때 99번이나 틀렸지 뭐야/ 잠깐 나와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나에게 전화하는 게 한 번 더 전화하는 게 좋을 걸) 부분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노래 제목을 사용해서 가사를 지었다고 하는데 전체 흐름과 좀 괴리되는 느낌입니다. 마치 현재 사랑하는 사이지만 이별한 연인에게 다시 만나자는 듯한 인상을 주는 가사잖아요. 정말 오리무중입니다. 아시는 분 댓글 좀 남겨주세요. 제발~~~

이 노래의 주제절은 'Paint a picture for you and me/ Of the days when we were young/ Singing at the top of both our lungs (우리의 모습을 그려봐/ 어렸을 적 그 날을/ 목 터져라 노래하던 그때의 우리를'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두 사람에게 현재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 같죠.


음. 오늘은 '시절인연'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용어를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요. 어감이 좋아서 한동안 눈을 못 떼고 짱구를 굴렸답니다. 찾아보니 불교 용어더라고요. 어쩐지 생경하다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을 지닌 말이라고 하네요.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 정도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우리 모두가 생이라는 한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니 우리 삶도 짧든 길든 시절 인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이 단어를 보면서 처음에 짧은 순간 칼날처럼 스쳐간 인연을 떠올렸습니다. 학생시절 만난 친구들이나 이직 전에 다녔던 직장 동료 같이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조차 모르는 인연들 말이죠.

그래서 시절인연이라는 말속에는 '잊힘'이라는 내적 의미가 숨겨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죠. 한 때는 알고 지냈지만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된 사이. 굳이 그 사람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이 말이죠. 물론 그렇게 떠나보낸 시절인연이 있어야 새로운 시절인연도 찾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떨 때는 그런 시절인연에 더 눈이 가곤 하잖아요. 미래는 올지 안 올지도 몰라서일까요.

시절인연의 대부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끼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일이나 사람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다가 그 다리가 사라지고 나면 두 사람이 더 이상 만나지지가 않는 거죠. 학교라는 중간다리, 직장이라는 중간다리, 프로젝트라는 중간 다리 같은 거요.

그래서 시절인연에 대응하는 방법을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 보다가 처음엔 중간 다리로 만났더라도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 위해 애써봐야 한다는 궁색한 결론에 도달했죠. 어떻게 인연이 되었든 건너 건너 아는 상태가 되면 시절인연을 벗어나기 어려울테니까요.

가는 시절인연 붙잡지 않고 오는 시절인연 막지 않는 쿨한 자세가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우리의 마음이란 게 그게 잘 안 돼서 문제죠. 여러분은 시절인연을 어떻게 대하시고 있나요? 전 우둔해 보일지라도 시절인연들로 만들어가는 제 삶을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가끔은 애처로운 손짓을 해 보는 걸 주저하지 않으렵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 단어를 알고부터 아는 게 독이라고 사람을 만날 때 습관처럼 한 번씩 떠올려보게 됩니다. 시절인연의 폭과 깊이를 탐색하며 에너지를 그에 맞게 써보려는 얄팍함이죠. 반대로 인연 중에 어떤 인연이 중요한지를 성찰해 보고 제 삶에 반영하며 번잡했던 인간관계가 가지런해지는 의외의 소득도 있습니다. 저는 브런치를 통해 여러분과 시절인연이 시작되었지만 여기서 머무를 생각은 없습니다. 브런치를 빼고도 한 분이라도 만날 수 있는 그날을 꿈꿉니다. 하하하. 3일 연휴의 시작이네요. 한 해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셨으니 그 노곤함을 달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See you. Coming Soon- (NO.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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