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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Dec 31. 2023

더원의 <겨울사랑>

작사 김원, 회장님, 백민혁 / 작곡 회장님 백민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더원'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Tb8 OUgozM8? si=PkTCmY7 iiSkChAC1

하얀 눈꽃처럼 여린 나의 사람


그 사람이 나를 아프게 하네요


오 바람이 불어와


멀리 그댈 데려갈 것만 같아


오늘도 그 옆을 지키고 있네요


- 더원의 <겨울사랑> 가사 중 -




우리 아파서 닮았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을

알고 느끼는 존재지


사랑을 제대로

배워 본 적도 해 본 적도 없어

하지만 너란 사람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내 삶이 조각나더라도

찬 겨울바람이

내 온몸을 얼려버려도


지킬 수밖에 없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사랑이니까


하얀 눈꽃처럼 바람만 불어도

네가 어디론가 가 버릴 것 같아

아픈 마음을 감추고

오늘도 니 옆을 지켜


그리고 하늘을 보며

너를 지켜달라고

나와 함께 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보지

내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더원은 1997년 싱글앨범 <Love Ballad In 2007 Vol.1>을 내면서 데뷔한 남자 솔로 가수입니다. 활동명인 더원은 '세상에 하나뿐인 목소리'라는 의미고요. 애절함을 잘 표현하고 온몸으로 노래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죠. 은근 OST 분야에서 활약이 돋보이는 가수입니다. 2007년 <내 남자의 여자>에 실린 OST인 <사랑아>와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곡이 가장 잘 알려진 곡입니다.

<겨울사랑>이라는 곡은 2013년 조인성, 송혜교 주연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삽입된 OST입니다. 원래 원작은 일본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이죠. 요즘 TvN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배우 정우성이 청각장애인으로 나오는데 저의 최애 드라마입니다. 뭔가 주인공이 가진 결함을 사랑이라는 방식을 동원해 뛰어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은근 매력이 있지 않나 싶네요.

OST곡답게 드라마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릴 적 눈이 먼 시각장애인(극 중 송혜교, 이하 여주인공)은 부잣집 따님이지만 부모를 여의고 잃어버린 오빠를 찾죠. '내가 네 오빠다'하고 나타난 인물이 인생 바닥을 기며 살고 있는 극 중 조인성(이하 남주인공)이었죠. 진짜 오빠가 아니라 그녀의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연기를 한 것이죠.

주변을 믿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여주인공은 의심이 생활화되어 있죠. 하지만 일명 막대하는 남주인공에게 조금씩 호기심을 느끼고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결국 두 주인공은 사랑의 감정까지 진행이 되어서 이젠 상대가 없으면 못 사는 사이로 발전하죠.

마음의 상처를 한가득 안고 살아온 두 주인공이 각기 다른 이유로 만나게 되고 아픔을 치유하며 사랑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저는 일드 덕후일 때 이 드라마를 접했고 그 주제곡도 좋아했었는데요. 일드 제목이 <사랑 따윈 필요 없어>라고 반어법을 쓴 것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워낙 극본이 좋아서 국내에서도 대박은 아니어도 1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압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 보시죠. 왜 <겨울사랑>으로 지었을까요? 겨울에 사랑을 해서일까요? 제 생각에는 겨울이 '힘든 시절'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극 중 두 주인공의 불우했던 과거사를 감안하면 말이죠.

첫 가사가 '나는 그댈 알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낍니다/ 그런 나와 닮은 곳이 많은/ 아픈 사람이죠'입니다. 화자는 상대의 아픈 상처가 보입니다. 마치 자신의 상처를 보는 것과 같죠. 각자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은 뭔지 모르게 통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끼는 것이죠.

그다음 가사가 '사랑 따윈 배워보지 못해/ 잘 알지 못할걸 나는 알죠/ 하지만 그대란 사람/ 내 운명인걸 느끼죠'입니다.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산 세월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사치라 여겼겠죠.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는 다릅니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꺼낼 만큼 무언가가 있는 거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하얀 눈꽃처럼 여린 나의 사람/ 그 사람이 나를 아프게 하네요/ 오 바람이 불어와 멀리 그댈/ 데려갈 것만 같아/ 오늘도 그 옆을 지키고 있네요' 부분입니다. 하얀 눈꽃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람의 입김 아니 콧바람 만으로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정도죠. 화자의 눈에는 사랑하는 상대가 그런 존재처럼 보이나 봅니다. 그래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하죠.

저는 이 노래에서 '빌어봅니다 하늘에라도/ 나의 기도가 닿을 수 있게/ 바라봅니다 이젠 멈출 수도 없는 독한 사랑에' 부분이 가장 좋습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간절함을 담아 상대방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죠. 이미 사랑이라는 총의 방아쇠는 당겨졌고 멈추려야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독한 사랑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참 끌린다고 해야 할까요


음. 오늘은 이 노래와 관련된 내용이라기보다는 2023년 마지막 날이니까 '연말연초'에 대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들은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를 느끼시나요? 연말이 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집니다. 뭔가 한 해를 잘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저의 경우는 오히려 연말이 되면 좀 더 차분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왜 일주일은 7일로 만들었을까? 한 달은 왜 30일일까? 1년은 왜 365일로 정했을까? 하고요. 과학적으로 지구의 공전에 입각해서라고 알고 있지만 그게 맞는 건지 하고 괴팍한 질문을 해 보게 된 거죠.

만약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눈이 안 보이는 상황이 되었으면 계절의 변화 정도는 느꼈겠지만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를 과연 알 수 있었을까 하고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TV에서 연기대상이나 가요대상을 보고 보신각 종이 울리는 생중계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연말이 되면 그 해의 나쁜 일을 잊는다는 망년회, 그 해를 떠나보낸다는 송년회를 하고 내년도 계획은 뭐냐는 질문을 주변에 하게 됩니다. 연초가 되면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가 떠돌아다니고요. 나의 새해는 신정이 아니라 구정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대면서 미꾸라지처럼 의지박약을 커버해 보기도 하죠.

새해만 되면 해돋이를 보겠다고 전국 팔도에서 사람들이 동해안으로 몰려가기도 합니다. 어제의 해와 새해의 첫 해가 뭐가 그리 다른 걸까요? 아마도 그런 의례(ritual)를 통하면 새로운 마음을 다지기가 용이해서가 아닐까 하는데요. 잘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의례라고 불리는 제사나 월례조회, 송년회 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가 평소에 잘 못 살다가 그렇게 해서라도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것 같아서요. 제가 좀 독특하죠? 하하하. 변하고 싶으면 새해부터, 다음 달부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굳이 그런 중간정산이 필요한 이유를 찾자면 아마도 방향 정도를 점검하는 것이 어떨까요? 누군가가 정한 달력에 의존하지 말고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달력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달력은 편의에 따라서 음력도 되었다 양력도 되었다가 하니까요. 미래의 언젠가는 000일 주기 달력을 사용할지도 모르잖아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2023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전 지난해 이 맘 때쯤 첫 책 <지구복 착용법>을 탈고 중이어서 1년 후를 그려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두 번째 책을 쓰고 있을 것 같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브런치를 열심히(?)하고 있을 거라고는 말이죠. 우리 인생이 이처럼 생각한 대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올해 한 해를 보내시면서 얼마나 생각한 대로 되셨나요? 아마 내년도 그럴 겁니다. 사실 매년 그랬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턴 저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 점검만 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도 글 쓰는 거니까 맞게 왔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죠. 하하하. 올해 제 브런치를 구독해 주시고 라이크를 날려주신 분들과 각자의 방식으로 브런치를 이어가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지구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그럼 내년에 뵐게요. See you. Coming Next year- (NO.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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