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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01. 2024

지코의 <아무 노래>

작사 지코 작곡 지코, Pop-Time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지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I6 l5 u-qhGuM? si=xG8 ybtD-jN-Hu9 To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

아무렇게나 춤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 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I'm sick and tired of my everyday

Keep it up 한 곡 더


- 지코의 <아무 노래> 가사 중 -




뭐가 문젠데

어깨가 축 쳐 져서는

분위가 왜 이 모양이야


뭔가 심심한데

재미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냥 음악이나 들어보는 건 어때


아무 생각하지 말고

아무개로 살자


아무 노래에

아무 춤이나 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봐

아무렴 어때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

아무 술이나 한 잔 할까


우리의 20대를

이렇게 떠나보낼 작정이야

아무 시선 의식하지 말고

아무거라도 해 보자


Keep it up 한 곡 더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지코는 2011년에 보이그룹 블락비로 데뷔했습니다. 조PD가 직접 프로듀싱했던 그룹이죠. 지코는 블락비의 대다수 곡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소개해 드린 'HER' 음반에도 참여했죠. 블락비는 2014년부터 솔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도 으뜸은 지코가 아닐까 합니다. 예명인 지코는 일본 유학 시절 친구들이 붙여준 애칭이고 본명인 지호의 지와 일본 여자 이름 주에 붙이는 '코'의 합성어입니다. 지호의 일본어 한자음이 '지코우'인데 비슷하죠.

지코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국, 캐나다, 일본에서 유학을 경험했다고 하네요. SM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음악보다 미술을 더 좋아했다네요. 그러나 힙합에 푹 빠찌면서 힙합 커뮤니티에 '낙서'라는 랩네임으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때까지는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낮에는 미술은 밤에는 음악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대중들에게는 래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보이그룹을 하나 만들어서 총괄 및 메인프로듀서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네요. 최근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산하로 편입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매해 각종 어워드를 많이도 받았네요. 광고나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20년에 발해한 싱글입니다. 그의 노래 중 가장 많이 사랑을 받은 곡이죠. 저는 아들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 알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가사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노래 제목부터 짚고 가보죠. <아무 노래>입니다. 제목만 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이 노래에서는 '어떤 노래나 듣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 곡은 노래 앞에 왜 '아무'라는 말을 썼는지를 파악하는 게 핵심일 듯싶네요.

도입부 인상적이죠. '왜들 그리 다운 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 분위기가 겁나 싸해/ 요새는 이런 게 유행인가/ 왜들 그리 재미없어?/ 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 Tell me what I got to do/ 급한 대로 블루투스 켜/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입니다. 친구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간 것 같은 느낌이죠? 그런데 분위기가 축 쳐져 있고 무료합니다. 그래서 블루투스를 켜고 아무 노래나 틀자고 하죠. 여기서 아무 노래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목적이 담겨 있겠죠?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 아무렇게나 춤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 하기 싫어/ 아무개로 살래 잠시/ I'm sick and tired of my everyday/ Keep it up 한 곡 더' 부분이 이어집니다. 주변 생각하지 말고 노래에 맞춰 힘든 일상을 잠시라도 벗어나보자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노래에서 인상적이었던 가사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 모아 놓고 술을 마시는 장면을 연출한 상황에서 '이미지 왜 챙겨 그래 봤자 우리끼린데/ Ohh 늦기 전에 막판 스퍼트/ 20대가 얼마 안 남았어' 부분입니다. 네. 화자는 29살의 마지막 날이던가 아니면 그즈음이 아닐까 싶네요.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20대의 끝자락을 잡아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가사겠죠. 30대를 향하는 우중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지 않았던 화자는 아무 노래라도 틀어서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이라도 해서 그 칙칙함을 씻어 보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결국 이 노래의 부제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정도가 어떨까 합니다.


음. 오늘은 '특정하지 않는 삶'이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식당에 가서 '뭐 먹을래?'라고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말하곤 합니다. 특별히 당기는 음식이 없다거나 뭘 먹어도 크게 상관없다는 의미겠죠.

우리 삶은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처음과 끝이루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으로 힘들어질 한 번쯤 내뱉는 '아무거나'라는 말은 선택의 어려움이나 난해함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할 수 있지만요.

특별히 정하지 않고 노래를 듣을 경우에는 그다지 집중하지 않게 됩니다. 그냥 노래를 틀어놓고 흘려보내게 되죠. 마치 배경음악을 연상시킵니다. 무언가를 특정한다는 것은 의지가 발동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나 듣고 싶은 음악이 있은 다음에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것일 테니까요.

그래서 특정하지 않는 삶을 뜻하는 '아무'라는 표현은 좋은 의미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많이 사용되는 듯합니다. '아무라도 만나나 봤으면 좋겠다'라든가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는 거 아니라든가'처럼요. 뭔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위를 해야만 정당하다는 모양새죠.

하지만 '아무'는 상당한 확장성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무슨 메뉴든 먹을 수 있고 무슨 노래든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니까요. '난 아무거나 괜찮아. 너 먹고 싶은 거 시켜'라고 말하면 말하는 사람의 품이 넓어 보이잖아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도 느껴지고요.

우린 어떤 선택을 할 때 '아무'라는 말을 드리대면 불명확해서 혼란을 초래한다고 좋지 않게 생각하는데, 꼭 무엇에 관해서든 의견이나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의 발로가 아닐까 합니다. 이 '아무'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쓰는 대상이 가족이거나 친구처럼 가장 가까운 관계인 걸 보면 '그만큼 선택의 갈등으로부터 잠시 해방되어도 괜찮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 그 원인과 결과를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가끔은 원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하는 경우도 다반사죠. 확실한 방향이나 결과를 알아서 하는 일이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일단 아무거나 해 보다 보면서 의외의 방향도 찾게 되고 결과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특정하지 않는 삶이 있어야 그 속에서 특정하는 삶이 움틀 겁니다. 방황하지 않는 인생이 없듯이요. 그러니 아무거나 먹겠다고 말하는 주변 친구를 너무 나무라지 맙시다. 또 편안한 사이에선 나 자신도 아무 말이나 내뱉고 그러고 살았으면 싶네요. 저도 브런치를 통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면 먼 훗날 아무거라도 되어 있겠죠. 하하하. 그런 마음으로 특정하지 않는 삶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아무'는 지정되지 않았기에 숫자 '0'이 생각나지만 사실은 '1'이상의 숫자를 숨기고 있는 듯 합니다. 아무거나 먹는다고 말할 때 최소한 하나는 먹겠다는 말이잖아요. 거꾸로 아무것도 안 먹겠다고 할 때도 '1'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고요. 미술에서 보면 제목이 없는 '무제' 작품이 현대에 들어서 부쩍 었는데,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해석 하던데요. 제목이 없을 뿐이지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쓰는 '아무' 표현에는 특정의 선택이 없는 것이지 그 사람의 의지, 생각, 감정 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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