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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17. 2024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작사 박주연 작곡 하광훈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변진섭'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Wf8 gqhA30-A? si=k854 aIc3 cU86 REnd

너에게로 또다시

돌아오기까지가

왜 이리 힘들었을까


이제 나는 알았어

내가 죽는 날까지

널 떠날 수 없다는 걸


-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가사 중 -




오랜 시간

마음을 닫아둔 채

짙은 어둠 속을

혼자 헤맸어


잊을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일들

너의 얼굴만은 또렷히

기억났어


말없이 떠나버렸고

때론 몹쓸 말로

네 마음을 후벼 팠지만


그런 나의 방황조차

감싸 안아주었던

너의 따뜻한 눈이

아른거렸어


이제 알았어

너 없인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는 걸


죽는 날까지

널 떠날 수 없다는 걸


왜 이리 힘들었을까

너에게로 또다시

돌아오기까지가





변진섭은 1987년 제1회 MBC 신인가요제에서 <우리의 사랑 이야기>로 은상을 타면서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80년대 후반을 평정했던 가수죠. 대한민국 최초로 공식 밀리언셀러를 장식했습니다. 1988년 1집 앨범을 발매했는데, <홀로 된다는 것><너무 늦었잖아요><새들처럼><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이 차트 상위에 오르며 무려 18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죠.

2집 역시 대박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가 여기에 실린 곡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희망사항><숙녀에게><로라>등 수록된 전곡이 차트의 상위에 랭크됐죠. 특히 <희망사항>은 그 당시로는 매우 화제가 된 곡입니다. 5집에 실린 <그대 내게 다시>라는 곡도 빼놓으면 서운할 것 같습니다.

2019년까지 13개의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1,2집의 성공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큰 반향을 거두지는 못했죠. 이승철 씨와 동갑내기고요. 레전드답게 JTBC <히든싱어>에도 나왔고 가끔씩 음악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변진섭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은 아무래도 초반에 담담히 부르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호소력이 짙어지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발라드의 계보를 그린다면 꼭 넣어야 하는 가수입니다. 이 노래의 경우 작사가 박주연 씨와 작곡가 하광훈 씨의 합작품이죠. 이 두 분도 참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해 드릴게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너에게로 또다시>입니다. 헤어진 뒤 상대를 잊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죠. 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하나 의아한 것은 상대에게 돌아온 것 같은 가사 내용인데 왜 그리 슬프게 노래를 만들었는지 하는 점입니다. 가사를 짚어보면서 제가 왜 그렇게 말씀드리는지 함께 판단해 보시죠.

'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짙은/ 어둠에서 서성거렸나/ 내 마음을 닫아 둔 채로/ 헤매다 흘러간 시간'이 첫 가사입니다. 뭔가 외부와의 접촉이 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긴 시간을 보낸 듯한 가사죠.

'잊고 싶던 모든 일들/ 때론 잊은 듯이 생각됐지만/ 고개 저어도 떠오르는 건/ 나를 보던 젖은 그 얼굴'이다음 가사인데요. 아. 상대와 헤어지고 나서 잊어보려 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짓던 얼굴은 끝내 지우지 못했다는 의미겠죠.  

'아무런 말없이 떠나버려도/ 때로는 모진 말로 멍들이며 울려도/ 내 깊은 방황을/ 변함없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던 너' 부분입니다. 헤어지기 위해 침묵도 해보고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도 했던 모양입니다. 상대는 마음의 갈필을 못 잡고 있는 화자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너에게로 또다시 돌아오기까지가/ 왜 이리 힘들었을까/ 이제 나는 알았어/ 내가 죽는 날까지/ 널 떠날 수 없다는 걸' 부분입니다.

이제 방황을 끝내고 상대에게 다시 돌아갈 마음을 잡은 것 같죠. 과연 화자는 상대에게 돌아갔다는 말일까요? 마음만 그렇게 먹었다는 말일까요? 제 추측으로는 자신이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 알고 되돌아 가려했지만 어떤 장애물 예를 들어 상대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거나 결혼을 했다거나 같은 이유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는데요. 여러분은 어찌 들리시는지요?


음. 오늘은 가사 속에 나오는 '내 깊은 방황'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방황이라고 하면 사춘기에 의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제일 먼저 떠오르죠. 방황은 '이리저리 헤매어 돌아다님' 혹은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기 못하고 갈팡질팡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 큰 성인들에게 인생의 방향이나 목표를 물어보면 딱히 뭐라고 답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다들 방황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이 노래에서도 '상대가 진짜 내 사랑인가'라며 갈필을 못 잡은 것을 '내 깊은 방황'이라는 가사로 표현하고 있죠.

물리적으로 방향을 잘 못 찾으면 '길치'라고들 하죠. 어느 글에서 보니까 길을 잘 못 찾는 유형의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집중해서 보는 것이 달라서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일명 분위기 따위에 집중한다나 뭐라나. 그 만큼 낭만파라고 하니 너무 나무라지 말자고요.

'인생은 방황의 연속이다' 이런 말 들어보셨죠? 날 때부터 뭘 할지 알고 태어나는 사람도 없고 우리는 살면서 하고자 하는 것이 시시때때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 길이 맞나? 저 길이 맞나?라고 수천수만 번을 자기 자신에게 묻게 되는 것이죠. 저 역시 오늘도 자신에게 이 물음을 던졌습니다.

방황은 언제 일어날까요? 어렸을 적부터 살던 동네여서 골목길 구석구석을 잘 알 경우에는 방황이 들어설 공간이 없죠. 하지만 낯선 세계에 놓이면 우린 적지 않게 방황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정신 세계를 확장하려는 사람이 겪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과 익숙했던 세계를 빠져나왔으니 당연히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길이 맞는지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이겠죠.

우린 방황하는 사람들을 보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걷지 않고 허튼짓을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 사람이 성공이라도 할라치면 '난 사람이네'라는 말로 덮어버립니다. 결과 중심주의죠. 결과에 따라 같은 일이 허튼짓도 되고 남다름도 되는 것이죠.

저는 방황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질서와 관례 등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은 삶일 테니까요. 특히 심리적, 정신적 방황은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쪽으로 진작부터 기울어져 결론을 일찍 내는 것보다 무게추를 가지고 충분히 저울질하는 모습이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내일도 전 방황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여러분들은 지금이 안정의 시기인가요? 아니면 방황의 시기인가요? 나를 흔들어주는 상대나 멘토 혹은 책, 음악, 그림 등을 통해 방황의 버튼이 눌려진다면 행복한 일일 겁니다. 어떤 이유로든 방황을 하다가 체력이 거덜 나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이 되면 그 때야 내가 삶에서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오롯이 드러나게 되니까요. 적당히 집 나갔다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집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가 된 다음 귀가를 야 집의 소중함을 격하게 알게 되는 것이죠. 우리 함께 방황하고 서로의 방황을 응원해 줍시다. 다만 적당히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동안 치열하게 방황합시다. 하하하. 즐거운 밤 보내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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