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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31. 2024

지영선의 <가슴앓이>

작사/작곡 강영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지영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eVlZE8bcyk?si=MECBqqZX46Hs1ase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 지영선의 <가슴앓이>  가사 중 -




너의 마음을 닮은

밤 별들이 내려와

창문 틈에 머물며

나를 따스하게 감싸네

 

세상 다 얻은 것처럼

옆에서 웃어주는 듯한

너의 모습이 떠올라


한 때 내가 가진  

그 모든 것을

주고 싶었는데


안녕이란 말을 하고

골목길을 돌아

뛰어 달아나는

네 뒷모습에


세상 다 잃은 것처럼

큰 두 눈에

눈물이 고이고


흐르는 눈물처럼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나의 마음이여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지영선은 2001년 <소원>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이 노래도 참 좋은데 나중에 커버곡으로 한 번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여대 실용음악학과를 나왔고요. 2012년 <나는 가수다> 2의 새 가수 결정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에 OST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는 권상우와 문근영 씨가 참여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시작 부분에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마법입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이 노래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곡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슬픈 것은 알겠는데 뒤에 마법은 뭘 뜻하는 것이었을까요?

원래 이 노래는 1983년 가수 양하영이 부른 노래입니다. 리메이크한 곡이죠. 가수 양하영 씨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드리자면 <스타다큐 마이웨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바 있는데, 2018년 기준으로 유원대학교의 방송연예학과 전임교수셨고 콘서트를 가질 만큼 현재까지도 음악활동을 놓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부부이기도 했던 가수 강영철 씨와 <갯바위>라는 명곡을 남기기도 했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은 다 뜻을 아실만해서 스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는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킬 만큼 잘 쓴 가사입니다. 뭔가 은유가 많이 들어가 있는 느낌인데요. 제가 그걸 다 해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한 번 해 봅니다. 하하하.

'밤 별들이 내려와 창문틈에 머물고/ 너의 맘이 다가와 따뜻하게 나를 안으면' 부분이 첫 가사입니다. 밤별을 의인화해서 창문 틈에 머문다고 표현하고 있죠. 네. 시적인 가사입니다. 밤 별이 가진 이미지가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은은한 빛깔을 내죠. 상대방의 마음이 그와 같다고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전부터 내 곁에 있는 듯한 네 모습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네게 주고 싶었는데' 부분입니다.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같이 편했다는 의미겠죠. '~했는데'라는 표현은 그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나타내죠.

'골목길을 돌아서 뛰어가는 네 그림자/ 동그랗게 내버려진 나의 사랑이여' 부분입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이가 황급히 떠나가는 것이 연상됩니다. 그리고 이 노래에서 가장 많은 은유가 들어간 단어가 '동그랗게 내버려진'이 아닐까 하는데요.

저는 처음에 임을 잃은 화자를 달이 처량하게 혼자 떠 있는 모습으로 비유했다고 생각했는데요. 뒤에 가사를 더 살펴보니 눈에서 떨어지는 동그란 눈물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봐야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은 가사가 저는 잘 쓴 가사고 좋은 가사라고 생각한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부분이죠. 아름다운 가사입니다. 마음이 꽃잎처럼 흩어지고 가슴이 아파오는데 임은 떠났고 나는 이제 어찌 살아가야 한다 말이냐 이렇게 들리시나요? 하루 종일 웅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있는 가사입니다. 화자가 첫사랑의 당사자였다면 그만큼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착각했다고 볼 수 있겠죠?


음. 오늘은 노래 제목인 '앓이'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국어사전에 보면 '~앓이''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으로 인해 감기를 앓듯 그 누군가에서 빠져 듦'이라고 나와 있네요. 어떤 연예인이나 드라마 같은 것에 푹 빠졌을 때도 우린 '00 앓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마치 늪처럼 깊이 빠져서 거기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주로 쓰이는 데요. 여러분들은 최근에 한 앓이가 어떤 것이었나요? 음. 저는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너무도 재미있게 봤고 극 중 정모은 역을 맡은 신현빈 배우의 분위기에 푹 빠져서 정모은앓이를 한 바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 못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평소에 건강하다가 한 번쯤 감기로 앓고 나면 우린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곤 합니다. 여기서 앓이가 주는 메시지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사실은 매우 감사한 일이라는 사실이죠. 코로나로 일상을 잃어버렸던 경험 모두 기억하죠? 우리는 한 때 코로나앓이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 잊혀서 또 세계는 지속가능성보다는 발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개인들 역시도 소설 속에 나오는 복선의 의미가 아니라 일시적인 해프닝(happening)으로 대수롭지 않게 기억을 지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우린 살다 보면 일정한 앓이를 경험합니다. 대나무가 하늘 높이 뻗으려면 중간중간 마디를 그려야 한다고 하죠. 어린아이들도 가끔씩 이유 없이 아플 때 다 크냐고 그렇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십니다. 네. 앓이의 다른 이름은 성장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노래에서도 첫사랑으로 인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데, 그 기간을 지나고 나면 다음 사랑을 할 때는 엄청 성숙한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흔히 말하는 성장통도 같은 맥락의 단어일 겁니다. 우린 성장에만 방점을 찍지 그 뒤에 통이라는 단어는 회피하고 싶어 지죠. 하지만 앓이가 없으면 성장도 없습니다. 매일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 그 정도에만 머무르게 되니까요. 자기가 해낼 수 있는 수준보다 쪼금 높은 정도가 좋을 겁니다. 삶에서 아픔이 찾아왔을 때 '이 고통이 나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이기는 것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합니다. 고통과 슬픔을 동반하는 앓이를 대하는 슬기로운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브런치를 마치겠습니다.


PS. 사실 요즘 브런치하는 게 이전보다 힘에 부칩니다. 삶에서 이벤트만 발생하지 않으면 충분히 해 나갈 만 한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꾸 발생하는 바람에요. 글 쓰는 일보다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하기에 주저 없이 시간을 쓰고 나면 그만큼 브런치 할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그래도 꾸역꾸역 오늘까지 80일 연속으로 브런치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제 나름의 브런치앓이를 극복하고 나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브런치앓이 경험해 보셨나요?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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