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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08. 2024

자우림의 <일탈>

작사/작곡 김윤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자우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D8 iCyqcRS8? si=NLuFBf7 HfEnlCZNt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야이야이야이야이야


- 자우림의 <일탈> 가사 중 -





지긋지긋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

지루해서 하품만 나와


아 피곤해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아 나른해

기지개나 켜 볼까


뭐 화끈하고

신나는 뭐 없나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누구나 어딘가 도망칠 곳을

무언가 색다른 것을

원하는 거 아니었어


할 일 밀어 두고

여행 떠나기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하기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 하기


머리에 꽃 달고

미친 척 춤추기

선보기 하루 전 날

홀딱 삭발하기

비 오는 겨울밤에

홀딱 벗고 조깅하기


에라 모르겠다

야이야이야이야이야




자우림은 3인조 혼성 록 밴드로 1997년 데뷔했습니다. 영화 '꽃을 든 남자'의 OST곡이었던 <Hey Hey Hey>가 데뷔곡이었죠. 보컬을 맡고 있는 김윤아 씨와 기타를 연주하는 이선규, 김진만 씨가 멤버죠. 드러머였던 구훈 씨는 2017년 개인 사정으로 탈퇴했습니다. 데뷔전 팀 이름이 '미운오리'였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최장수 혼성 3인조 록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로 데뷔 27주년 차죠. 2021년에 정규 11집이 발매되었죠. 활동을 듬성등섬해서 개인 음악 활동으로 그 공백을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김윤아 씨는 2001년 <봄날은 간다> OST 이후 4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죠.

팀원들이 자체적으로 곡을 만드는데 김윤아 씨가 그중 가장 부지런하다고 하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7년 데뷔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김윤아 씨가 작사작곡했고요. '밀랍인형'이라는 노래와 더블 타이틀 곡이었습니다. 당시 노래 가사로서는 다소 파격적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김윤아 씨의 노래는 남자분들보다는 여자분들에게 인기가 은 것도 특징입니다. 이 노래 한 때 노래방에 가면 여기저기 방마다 들렸던 기억이 나네요. 곡 이외에도 <미안해 널 미워해><매직 카펫 라이드><하하하쏭><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이 리스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 그러면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어 보죠. '일탈'입니다. 일상탈출의 준말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한 마디로 반복되는 일상을 탈출하고픈 화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곡이죠.

먼저 일상을 이 노래에서 어떻게 표현했는지 볼까요? 두 군데가 나오는데요. 도입부에 내레이션 형태로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와 2절 처음에 '하는 일 없이 피곤한 일상/ 나른해 난 기지개나 켜' 부분입니다. 고개가 절대 끄덕여지시죠? 의욕이 없고 지루하고 괜히 피곤하고 뭐 그런 거죠.

그럴 때 우리가 꺼내는 말이 있죠. '뭐 재미있는 거 없나?'라고요. 이 노래에서도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구간이 이어지죠. 화자가 생각하는 일탈의 모습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총 6개의 경우를 보여주는데요.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선보기 하루 전에 홀딱 삭발을/ 비 오는 겨울밤에 벗고 조깅을' 부분입니다. 여러분들의 구미를 당기는 일탈 장면이 나왔나요?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뭘 선택하시겠어요? 음. 저는 당근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선택하렵니다. 하하하.

저는 이 노래에서 의미심장한 가사로 이 부분을 꼽고 싶습니다. '모두 원해/ 어딘가 도망칠 곳을/ 모두 원해/

무언가 색다른 것을/ 모두 원해 모두 원해/ 나도 원해 히/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부분입니다. 인생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의 무한반복을 경험하잖아요. 그 무한지옥을 잠시라도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자. 오늘은 생각할 것도 없이 '일탈'이라는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죠. 일탈의 사전적 의미는 '정해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나감'입니다. 이번에 '脫(일탈)'이라는 한자를 한 번 드려다 볼까요? '逸(일)'자는 토끼가 달아나 숨는 모양에서 파생되었다고 하고요. '脫(탈)'자는 '벗어남'이라는 뜻입니다. 종합하면 '정해진 길이나 목적으로부터 달아나 벗어나다'가 일탈이 되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그 길이나 목적을 누가 정한 걸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면 안 된다고 저는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동의한 적 없으시죠? 그렇지만 아마 그리 한다면 경찰이 출동해서 어떤 법을 적용해서든 붙잡아 갈 겁니다.

만약에 말이죠. 우리가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모두가 번지점프를 해서 1층까지 내려가는 방식의 삶을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때도 그런 행위가 일탈로 비칠까요? 아닐 겁니다. 제가 일탈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법의 유무보다 왠지 소수라는 개념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흔히들 비행 청소년을 '일탈'이라는 개념과 접목시키는데요. 그들 역시 비행기를 탄 적은 없습니다.(아재 개그입니다 제가 오늘은 일탈 좀 하겠습니다. 하하하) 다만 이 시대가 생각하는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고 부모 말씀 잘 듣는 다수에서 벗어난 소수일 뿐이죠. 술이나 담배 역시 성인을 정하는 나이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른 걸 보면 딱히 그걸 적용해서 뭐라 하는 것도 '비행'의 개념으로는 부당한 듯 보입니다.

이 노래에서 일탈이라고 말하는 여행 따위도 우리의 365일 중 며칠에 불과하죠. 이처럼 일탈은 예외적인 소수를 칭하는 말은 아닐까요? 물론 350여 일 가까이 자리 잡은 평범한 날이 있기에 그 일탈의 날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거겠죠. 언젠가 TV에서 봤는데 미국 MIT에서는 상상력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옥상에서 피아노 던지기, 옥상에 자동차 올리기 등 다양한 일탈 행동을 허용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평범한 일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그런 삶이 지속되면 우린 권태에 빠지고 상상력을 잃어갑니다. 그래서 밍밍한 국물에 라면 수프를 뿌리는 지혜가 필요해지죠. 그것이 바로 일탈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자신만의 만능 수프 레시피를 가지고 계신가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일탈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전 100일 연속 브런치를 마치는 날 작은 일탈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하하. 상상력을 좀 자극해야 할 것 같아서요. 뇌과학자님에 따르면 고통과 행복은 같은 거랍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니었나 봅니다. 내일부터 4일 연휴의 시작이네요. 이동하시는 분들은 안전하게 다녀오시고요. 이동으로 인한 고통이 심할수록 뵙는 부모님과 친지들 얼굴은 더욱 반가워진다는 거 꼭 기억하고요. 저는 이동 거리가 길지 않아서 연휴 기간을 활용해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독서유감>에 글을 한편 올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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