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Feb 09. 2024

박혜경의 <고백>

작사/작곡 강현민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혜경'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iJXzM8 y248? si=SqgBc8X0 nbE3 FBgn

말해야 하는데

네 앞에 서면


아무 말 못 하는

내가 미워져


용기를 내야 해

후회하지 않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

날 고백해야 해


- 박혜경의 <고백> 가사 중 -





너와 난 처음엔

그저 그런 친구 사이였어

지금은 오래된

친구 사이가 되었지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심장이 허락도 없이

그 선을 넘어버렸네


티 내지 않으려 해도

내 마음은 늘 떨렸지


네가 미소 지을 때마다

내 마음을 들킨 건 아닐까

늘 노심초사했지


우리 사이가 친구로서도

끊나 버릴까 두려워졌거든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돌아서면 후회하고

하루 종일 망설이다

헤어지면 눈물 흘렸지


고백하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니 앞에만 서면

아무 말 못 하는

나 자신이 너무도 미워져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한 번에 안 되면

조금씩이라도 너에게 다가가

내 마음을 고백할 거야




박혜경은 1997년 '더더'라는 그룹으로 데뷔했죠. 2년 전인 1995년 MBC 강변가요제에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강변가요제 앨범에는 실렸다고 하네요. 2집까지는 '더더'로 활동하다가 1999년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그녀의 솔로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하지만 타이틀 곡은 '주문을 걸어'라는 노래였죠.

그룹 '더더'에 몸 담은 1997년에 발매한 1집 <The More The Better>에는 'Delight'와 '내게 다시'라는 노래가 인기를 얻었죠. <네게 다시>는 당시 포카리스웨트 광고에도 쓰였습니다. 1998년 발매된 2집 <The one & The other>에는 <It's you>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박혜경은 보컬리스트인 동시에 프로리스트이자 화가라고 합니다.(그림 좀 함 봤음 싶네요. 하하하) 1999년 솔로 1집을 낸 후로 현재까지 꾸준히 음반을 내고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집에서 4집까지는 비교적 음반이 잘 되었고 2집 <너에게 주고 싶은 3가지>, 3집 <Rain>, 4집 <안녕>이라는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목소리가 허스키하면서 맑아 개성이 돋보이는 가수죠.

2016년 jtbc <슈가맨>에 출연했을 때 심각한 성대결절로 전업까지 생각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불타는 청춘>에서는 성대결절로 노래를 못해서 겪었던 지독한 생활고에 대해 언급한 바도 있습니다. 예전하고 목소리가 조금 변한 듯하지만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된 듯해 보이네요. 목 관리 잘해서 오래 노래하시길 희망해 봅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고백을 앞둔 화자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그 고백은 통했을까요? 전체적으로 가사를 보면 고백해야지 하고 다짐만 하지 고백을 못한 것으로 나옵니다. 참 고백이란 게 어렵죠. 어떤 사이길래 어떤 마음이길래 그렇게 됐는지 그 사연을 쫓아가 보시죠.  

'내 오래된 친구인 널 좋아하게 됐나 봐/ 아무렇지 않은 듯 널 대해도/ 내 마음은 늘 떨렸어'가 첫 가사입니다. 네 오래된 친구사이였네요. 그러다 먼저 사랑하는 감정을 느낀 것이네요. 하지만 아직 마음을 드러낼 단계는 아닌가 봅니다. 꽁꽁 감추고 아닌 척을 하고 있죠.

2절에는 보다 직접적으로 '처음 너를 만났던 날/ 기억할 순 없지만 날/ 그저 그런 친구로 생각했고/ 지금과는 달랐어'라고 말하고 있죠. 처음부터 사랑하는 감정을 느낀 게 아니라 친구였다가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는 건데 뭐가 그 스위치를 작동하게 했는지는 안타깝게도 가사 속에 나오질 않네요.

'미소 짓는 너를 보며/ 우리 사이가 어색할까 두려워/ 아무런 말하지 못한 채/ 돌아서면 눈물만 흘렸어' 부분입니다. 화자의 앞에서 환하게 웃는 상대가 정색이라도 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죠. 친구 사이에서 고백을 하고 나면 다시는 그 친구 사이로 회귀할 수 없을 아니까요. 그래서 아무런 말도 못 꺼내고 돌아서서 혼자 참았던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말해야 하는데/ 네 앞에 서면/ 아무 말 못 하는/ 내가 미워져/ 용기를 내야 해 /후회하지 않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 날 고백해야 해' 부분입니다. 후렴구에서는 '말해야 하는데/ 내 앞에 서면'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날 고백할 거야/ 사랑한다고'라는 가사로 바뀌죠.

화자 역시 상대 앞에서 어물쩍 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대로 두었다간 나중에 다가올 후회가 걱정이 되었는지 묘책을 생각해 냅니다. 한 번에 고백하다 까이기보다는 조금씩 다가가는 전법을 펼친 후 고백하겠다고요. 괜히 시간만 잡아먹는 건 아닐지 우려되네요. 하하하.

과연 화자의 신공이 상대에게 통했을까요?


네. 오늘은 '고백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네요. 비슷한 주제를 한 것도 같아서 다른 식으로 접근해 보려고요. 200개가 넘으니 이젠 내용이 가물가물해져서. 하하하. 뭐. 보시는 분들이 이전 브런치를 내밀면서 확인사살할 정도로 한가하신 분들은 아니라 믿기에 편한 마음으로 써내려 가겠습니다.

고백. 전 해당 단어에 딱히 뭐부터 쓸지 모를 때 일단 사전부터 찾아봅니다. 제가 사전의 힘을 빌리는 거 잘 아시죠? 오늘은 나무위키 찬스 한 번 쓸려고요. 한자로 고할 고, 흰 백을 쓰는데, 흰 백에 착안해 숨기는 것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지만 사실은 '흰 백'이 아니라 '아뢸 백'으로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몰랐네요)

동음이의어인 영어 'Go back'이 재미있는데요. 고백을 하면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이색적인 해석이 붙어 있네요. 연인 관계가 되거나 남남이 되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는 말이겠죠. 마지막으로 요즘은 한 번에 까발리는 고백이 아니라 조금씩 상대를 찔러보는 썸이 있다나 뭐라나.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고백하면 신앙에 말하는 고백(해) 성사 같은 게 생각나죠? 고백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행위니까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첫 번째 일거고요. 다음은 그걸 누군가에게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죠. 그리고 마지막은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이를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가 남게 되고요.

고백하다와 시인하다는 동사를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모두가 잘못이나 어떤 사실 따위를 대상으로 하죠. 원래 고백(해) 성사가 죄의 용서를 받는 것이라는 뜻으로 주로 쓰여서인지 시인하다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고백이든 시인이든 나와 누군가의 관계가 전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백하거나 시인하는 행위 자체보다 그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에 눈이 가죠. 고백이나 시인을 했으면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가 관심사가 되는 것이죠. 사랑을 고백하는 경우는 자신의 사랑을 상대가 받아주길 바라는 것이고 잘못을 시인하는 경우는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겠죠. 이처럼 고백은 행위 주체가 그 대상과 연결을 꿈꾸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도 고백은 상대와 사랑하는 관계가 되길 꿈꾸고 있죠. 고백(해) 성사도 자신의 뜻이 신에게 닿아서 그 죄를 사하여 주시길 원하는 것이고요.(전 무교입니다. 하하하) 누군가는 고백을 오랜 인내 뒤에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도 하던데요. 전 고백을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진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 그것을 상대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오해가 없도록 잘 전달하는 능력, 시의적절한 때와 장소를 선별하는 능력 등이 어우러져야 고백이 열매를 맺고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테니 말이죠. 그것을 해내는 사람은 반드시 그만큼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한 사람이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최근에 고백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원하는 바를 이루어지셨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무언가를 구상한 다음 정리를 하고 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요. 저는 가끔 글을 쓰면서 머릿속을 정리하는 반대 방향으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오늘이 그런 경우였네요. 좀 짜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글이 맺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가 있기도 합니다. 아마 책을 쓸 때는 이렇게 못할 텐데 브런치의 매력이 이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오늘부터 나흘 연휴의 시작이네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좋은 분들 많이 만나서 즐거운 시간 가지시길 희망합니다. 그럼 내일 뵙죠. See you. Coming Soon- (NO.14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