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Mar 03. 2024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작사 한경혜 / 작곡 김종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종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7 oij2 f7 Z8 MY? si=vdvlGLxXT1 N9 oEer

처음이야 내가

드디어 내가

사랑에 난 빠져 버렸어


혼자인 게 좋아

나를 사랑했던 나에게

또 다른 내가 온 거야


아름다운 구속인걸

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

살아있는 오늘이 아름다워


-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가사 중 -




내 인생에

이리도 간절한

순간이 있었을까


아침에 눈 뜨자마자

누군가의 행복을 빌지


늘 행복을 앞에 두고도

불안했던 내 삶에서

너란 행운을 만난 거야


보잘것없던 휴일에

약속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일이 내게도 생긴 거야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이젠 만나는 것도 복에 겨워

헤어지기 싫은 마음


언제나 혼자인 게 좋았던 내가

나 자신만을 사랑했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사람이 이리 변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아름다운 구속이랄까

살아 숨 쉬고 있는 오늘이

이리도 아름답게 느껴져




김종서는 1987년 그룹 시나위 2집으로 데뷔했습니다. 헤비메탈 밴드인 <부활>과 <시나위>에서 초대 보컬리스트로 활동했죠.(백두산까지 합쳐서 3 대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1992년 솔로로 전향했죠. 참고로 시나위 4집에 있을 때 베이스를 담당하던 것이 서태지였습니다.

1집 '대답 없는 너'라는 명곡을 시작으로, 1993년 2집에는 <겨울비>와 <그래도 이제는>이, 1994년 3집에는 <세상의 눈물 마를 때까지>, 1995년 선태지와 작업했던 4집에는 <플라스틱 신드롬>과 <다시 난 사는 거야>가 실려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6년 5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1980년대 초중반 언더그라운드를 휩쓸었고 그 과정에서 가수 이승환 씨의 락커 꿈을 접게 하는 일도 벌어지죠. 그러다 부활의 김태원 씨에 합이 맞았지만 정규 앨범을 내기 전 돌연 탈퇴를 했죠. 그리고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 이승철 씨였고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 밖에는 안 떠오르네요.

한 번도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이 없던 그였기에 가수 생활하는 동안 성대결절 문제에 자주 노출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성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만의 발성법을 터득했다고 하죠. 이것이 지금도 노래를 계속해서 부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과거만큼 시원함은 덜 하지만 지속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락커입니다. 특히 락발더의 표상이죠. 김경호, 박완규, 김정민 등 내놓아라고 하는 가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죠. 목소리의 전성기는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때인 듯하고 가수로서의 전성기는 1990년대가 아닐까 싶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로 음악 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인생에서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아름다운 구속'입니다. '아름다운'과 '구속'이라는 말이 좀 배치가 되죠? 어느 정도까지를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말해야 할지 사람마다 다 다를 거니까요. 왜 이런 제목을 정하게 되었는지 가사를 함께 톱아보시죠.

'오늘 하루 행복하길/ 언제나 아침에 눈뜨면/ 기도를 하게 돼/ 달아날까 두려운 행복 앞에'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상대가 생각나죠. 화자는 일어나자마자 두 손을 모으고 오늘 하루 상대의 안녕을 기도하는군요. 저는 '달아날까 두려운 행복 앞에'라는 가사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사랑이나 행복 이런 감정은 영원하지 않은 속성을 알고 있는 듯하네요.

'널 만난 건 행운이야/ 휴일에 해야 할 일들이/ 내게도 생겼어/ 약속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부분입니다. 사랑은 밋밋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죠. 화자는 휴일이 되면 그냥저냥 보내다 가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까닭에 언제 어디서 뭘 하고 시간을 보내다 헤어질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준 상대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말하면서요.

'조금씩 집 앞에서/ 널 들여보내기가/ 힘겨워지는 나를 어떡해' 부분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죠. 짝이 없을 때는 누군가만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가 누군가가 나타나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생기고 급기야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거죠. 많은 사람들이 이제 너랑 이렇게 헤어지는 거 안 하게 같이 살자라고 말을 꺼내기도 하잖아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처음이야 내가/ 드디어 내가/ 사랑에 난 빠져 버렸어/ 혼자인 게 좋아/ 나를 사랑했던 나에게/ 또 다른 내가 온 거야' 부분입니다. 가사가 좀 반전입니다. 사랑에 빠졌는데 혼자 있는 게 좋다고 말하고 있죠. 이 노래 끝 부분 가사가 '내 앞에 네가 온 거야'입니다.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자기애로 들끓던 화자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런 사고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아름다운 구속인 걸/ 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 살아있는 오늘이 아름다워' 부분입니다. 화자가 아름다운 구속을 당하고 싶다는 것인지 상대를 대상으로 아름다운 구속을 하고 싶다고 하는지 애매합니다. 저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음. 오늘은 '자유와 구속'이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사랑을 하면 좋든 싫든 일정한 구속이 생겨납니다. 자기 자신만 좋자고 사랑을 할 순 없는 법이니까요. 이 노래처럼 아름다운 구속이 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쉽게 구속이 아름답게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누렸던 일정한 자유를 기꺼이 내려놓고 상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사랑이 다음 단계로 진전되죠. 자유도가 하락하는 만큼 구속의 정도는 늘어나는 식이죠.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고 싶다는 말은 너를 구속하고 싶다는 말과 동의어일 수도 있겠네요.

인도에서는 연인이 되면 거의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잡고 산다고 합니다. 전화를 하면서 잠이 들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늘 모든 것을 같이 해야 하는 연애, 원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대부분은 그 정도면 숨이 막혀서 연애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만요.

사랑은 서로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행위입니다. 사랑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으니 상대방(검사)이 시시때때로 위치와 뭐 하는지를 물으면 답해야 하는 의무감 같은 게 발생하죠. 언제라도 부르면 출두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말이죠. 만약 이러한 상대의 요구에 불응하거나 증거 인멸 혹은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구속영장이 발부돼서 긴급 체포를 당하게 됩니다. 적용 죄는 자신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딴 눈을 판 혐의를 받는 것이죠. 하하하. 이렇게 비유하니까 재미있네요.

우린 자유와 구속 사이에 늘 갈등하게 됩니다. 상대가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져도 문제, 너무 소원해도 문제죠. 그 중간 어디쯤 내 마음에 딱 맞는 지점을 찾는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죠. 그래서 연애나 결혼은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이 시대의 사랑이 어려운 것은 자유의 힘이 커진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느슨한 구속+폭넓은 자유의 공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을 찾는 것이죠. 혼인 계약 없이 사는 것 정도가 떠오르네요. 나에게 허락된 자유와 구속만큼 상대에게 똑같이 허락되니 쌤쌤이라고 처야 할까요?

연애나 결혼 등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나의 자유와 구속, 그리고 상대의 자유와 구속이 충돌하는 지점을 어떻게 설정하고 극복해 나가는 것일 겁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까닭에 그 애매모호한 지점을 터치한다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고, 그 지점이 늘 고정되지 않고 변화한다는 점도 우리를 힘들게 하죠.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 혹은 우리 인생살이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너무 자유롭게만 해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너무 구속된 환경은 자유를 갈망하게 할 테니까요. 여러분들의 무언가를 한 번쯤 이 자유와 구속이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일정한 자유를 사랑하는 독립적인 인간도 있고, 일정한 구속을 원하는 의존형 인간도 있죠.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중간 어딘가에 자신의 모습이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독립적 인간은 독립형 인간을 만나는 것이 좋다 하고 누군가는 의존형 인간을 만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이분법보다 상대에 대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연휴의 마지막날입니다. 알차게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매거진의 이전글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feat. 휘인+멜로망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