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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18. 2024

현철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feat.최수호)

김양화 작사/ 작곡 현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현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W5 GHDFvggY? si=ECVhO411 aos6 ibPJ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이 없어라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체 떠나 버린 너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 없는 내 마음


- 현철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가사 중 - 




현철은 1969년 <무정한 그대>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동아대 경영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인텔리전트였네요. 하지만 자퇴하고 군대에 입대한 후 가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본명은 강상수입니다. 남진과 나훈아가 석권하던 시기여서 인기를 얻지 못하자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서 '현철과 벌떼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음악 활동을 이어갔죠.

이때까지만 해도 주종목이 트로트가 아니었습니다. 1980년에 그룹 활동을 정리하고 솔로로 다시 돌아올 때 트로트로 전향을 했죠. 그때 선보였던 노래가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죠. 아내를 향한 노래였다고 합니다. 노래는 제법 알려졌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TV 출연을 못해서 얼굴 없는 가수였다고 하죠. 이 노래는 리비아 파견 근로자들 위문 공연단에 현철 씨가 포함되면서 많은 리스너들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특유의 구성진 꺾기 창법은 1983년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 봐>, 1984년 <청춘을 돌려다오>로 이어졌죠. 1988년 <봉선화연정>이 빅히트를 치게 되었고요. 1990년에는 <싫다 싫어>로 2년 연속 KBS 가요 대상의 영광을 차지합니다. 요즘 노래 잘하는 가수로 김이박이를 뽑는 것처럼 1980년대 후반에도 트로트 4인방으로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그리고 현철 씨가 꼽혔죠.

1990년에 들어서도 6년 연속 10대 가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1998년 <사랑의 이름표>가 그 시절 노래를 대표하는 곡이죠. 2002년에는 <아미새>를 선보였고요. 2010년에 2곡의 신곡을 발표했고, 2012년에는 나훈아 씨의 <고장 난 벽시계>를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전국노래자랑>을 끝으로 현재는 출연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제 그의 나이가 80대에 이른 만큼 가요계로 복귀하기는 힘들 전망이지만 주옥같은 노래들은 후배가수들에 의해서 오랫동안 기억될 듯합니다. 임창정의 노래 <나는 트로트가 싫어요>의 가사에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 봐'의 한 구절이 나오죠. 그만큼 트로트 하면 떠오르는 레전드임에 분명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입니다. 그냥 입에 착 붙는 일상의 언어 같은 느낌이 드네요. 뭘 해도 당신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는 표현인데 굉장히 시적이면서도 의미 전달이 잘 되는 가사인 것 같아요.

오늘은 참 큰 일입니다. 가사의 길이가 역대급입니다. 거의 시조 수준이에요. 하하하. 단지 8마디로 노래를 만들다니. 놀랍습니다. 그 덕에 저는 오늘 어떻게 살을 붙여 나가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는 없네요. 아마 제가 다룬 노래 중에 가장 짧은 가사가 아닐까 싶네요. 도전 의식 좀 발휘해 볼게요.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이 없어라'가 첫 가사이자 마지막 가사죠. 이론. 뭘 해도 당신 생각을 떨어 버릴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사람 생각을 달고 다니는 것일 테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원래 같은 가사는 두 번 반복해서 보여주지 않는데, 이번에는 처음과 끝에 같은 가사를 적어드렸잖아요. 제가 실수한 것은 아니고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다음 가사를 살펴보시죠.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체 떠나 버린 너/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입니다. 네 사랑하는 당신이 결국 떠나고 말았죠. 가지 말라고 애원도 해보고 소리처 불러도 봤지만 여지없이 등을 돌린 상황입니다.

그다음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 없는 내 마음'이라는 가사가 한 번 더 반복되죠. 저는 가사 처음에 보여준 이 가사는 사랑할 때의 당신 생각이고, 뒤에서 보여준 이 가사는 이별 후의 당신 생각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당신 생각은 동일한데, 하나는 사랑을 말하고 있고 하나는 이별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 생각으로 가득 찰 때와 떠난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 그 사람 생각으로 가득 찰 때로 나뉘는 것이죠. 같은 가사인데 중간에 떠나는 상황을 배치해서 이런 해석이 가능하도록 고도의 전략을 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휴~.


음. 오늘은 '생각'이라는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요즘 저는 AI 관련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주 먼발치의 이야기로만 접어두고 있다가 워낙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저의 예상을 뛰어넘는 영상들을 자주 접하게 되더군요. 과거 산업 혁명 때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데자뷔 되기도 하고요.

기억나시죠? 이세돌 구단과 AI가 바둑 대결을 버리던 거요. 저는 그때 대국을 보며 수학적 계산만 빨리하는 정도네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 다른 세상이 되었죠. 일명 거대언어모델이라는 것이 나오면서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본 최근 영상은 많은 사물들 중 사람이 배고프다고 하니 사과를 집어서 건네주고 동시동작으로 쓰레기를 청소하는 수준이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지 복귀도 하고 설명도 합니다. 이게 뭘 의미하냐면 인간의 생각과 유사한 수준이 될 날이 머지않았고, 곧 그걸 추월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생각이라는 것도 결국 컴퓨터 프로세싱이라고 본다면 AI가 그 능력을 대체하는 날도곧 올 것 같네요. 과연 우린 앞으로 뭘 하며 먹고살아야 할까요? 어느 학자는 이제 인간은 '일의 시대'가 끝나고 '놀이의 시대'로 진입할 거라고 전망을 하더군요. 저도 100%는 아니어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그렇다면 AI에 대비되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고요. 혹자는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말하며 개나 고양이와는 다른 존재로 분류하죠. 그런데 이제 생각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AI도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더 잘할 거니까요. 조만간 AI는 인간보다도 더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수준에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는 일이 절실해 보입니다.

제가 이와 관련 내용으로 책을 쓴다면 '사람과 동물'에서 '감정물과 비감정물'로 시대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쓸 것 같습니다. 이제 사람과 동물을 구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는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뜻이죠. AI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느끼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만이 가진 유일한 영역이지 않을까요? 감정조차 데이터로 변환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의 존재는 무의미해질 겁니다. 아 생각하기도 싫으네요.

앨론 머스크는 AI의 처음과 끝에 관여한 인물입니다. 그의 인터뷰 영상을 보니 AI 확산으로 인한 사이드 팩트(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더군요. 저도 비슷한 관점을 보유하고 있는 1인입니다. 생각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다시 생각하는 고유의 능력이 이제 종말을 맞고 있다니 참담합니다. 하하하.

이 노래의 가사처럼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아니라 당분간은 '앉으나 서나 AI 생각'을 해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과연 AI는 우리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의 생각은 이제 어떤 길로 나아가야 안위를 보전받을 수 있을까요? 거참.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원래 앨론 머스크는 AI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거나 상업적인 사용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미 미국은 이 두 가지 제약이 모두 해소된 상태입니다. 사람도 그가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원인과 결과가 이어지지 않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데요. 묻지 마 살인처럼요. AI 역시 왜 그런 결과치를 보여주는지를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죠. 좋든 싫든 앞으로는 AI의 시대가 될 것 같아요. AI에 대해 팔짱 끼며 봐도 되는 수준은 지난 것 같고요. 지금부터라도 AI에 관심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도 열심히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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