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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25. 2024

최유나의 <흔적>

작사 김손 군 작곡 방기남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최유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waVOk2 yAs0? si=r9-BR_SZoeRR95 tV

이제는 가도 되는 건가요

어두워진 거리로


오늘만은 왠지 당신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내가 만든 과거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절반의 책임마저

당신은 모르겠지요.


지나간 날을 추억이라며

당신이 미소 지을 때


기억해요

슬픈 여자마음에

상처뿐인 흔적을.


- 최유나의 <흔적> 가사 중 -




최유나는 1984년 1집 앨범 <첫정>으로 데뷔했습니다. 1983년에 그 당시 서바이벌 오디션이라고 할 수 있는 KBS <신인탄생>에 출연해 5주 연속 1위를 했고, 제7회 <서울국제가요제>에 한국대표로 출전해 인기상을 수상했죠. 예전에는 국내에서 국제가요제에 나갈 가수를 선발하곤 했었답니다.

하지만 첫출발은 다소 삐걱거렸습니다. 그래서 5년 가까운 긴 무명 생활은 불가피했죠. 그러다 1992년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히트하면서 가요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이 노래로 <한국 노랫말 가요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죠. 1994년 발표한 <밀회>도 연이어 히트했고요

2000년도 들어서는 다소 느리고 서정적인 노래에서 탈피해 빠른 리드믹 한 곡들도 선보였습니다. <미움인지 그리움인지>가 대표적이죠. 90년대에만 2집부터 7집까지 8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2000년대에도 6장, 그리고 2010년대에 3장, 2020년대에 2장 등 총 19집을 발매했습니다. 와~~~~

이 노래가 성공하지 않았으면 그녀는 가요계를 떠날 생각이었다고 하네요. 다행히도 노래가 떴길 망정이지. 허리가 23인치라고 하는데 훌라후프를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2,000개씩을 한다고 하네요. 역시 그냥 되는 건 없나 봅니다. 하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흔적이 뜨기 전에 남편을 만났는데, 가수인 줄도 몰라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더군요. 그 덕에 남편의 외조를 받으며 지금까지 가수로 활동을 해 왔다고 하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흔적입니다. 사랑했던 흔적을 말하고 있죠. 아마도 흔적이 생기는 곳은 우리의 뇌일 겁니다. 그러니 기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이제는 가도 되는 건가요/ 어두워진 거리로/ 오늘만은 왠지 당신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요'가 첫 가사입니다. 상대에게 묻고 있죠. 이제 가도 되는 거냐고요. 곡 전체 가사로 파악컨데 상대가 화자에게 이별 선언을 하는 현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상대의 입에서 이별이라는 단어를 들은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것이죠. 화자는 그 슬픔으로 눈물이 쏟아지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래서 어두워진 거리로 가서 자신의 우는 모습을 감추려 하죠. 늘 상대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화자이지만 이별의 순간만은 그 눈물의 의미가 전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 주던 대상의 성격이 변한 것이죠.

'어차피 내가 만든 과거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절반의 책임마저/ 당신은 모르겠지요' 부분입니다. 화자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한 절반의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는 그렇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그걸 화자는 애석해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지나간 날을 추억이라며/ 당신이 미소 지을 때/ 기억해요/ 슬픈 여자 마음에/ 상처뿐인 흔적을' 부분입니다. 마치 상대가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거야'라고 멘트를 친 것 같죠. 상대적으로 이별을 선언하는 자가 더 당당한 듯한 모습이죠. 그래서 화자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네요. 지금 그대의 말이 여자 마음에 상처가 되는 흔적을 남기는 거라고요. 아마도 떠나는 상대가 남은 화자를 배려하지 않은 것 같네요. 여담이긴 한데 헤어질 때는 최대한 신중한 단어 선택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음. 오늘은 노래 제목인 '흔적'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학수사대 같은 게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범인이 남긴 흔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곤 하죠. 법의학자도 몸의 흔적으로만 말하는 피해자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직업군이기도 하고요.

제가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일명 '좋은 흔적'입니다. 이 노래에서의 흔적은 사실 나쁜 흑적, 다시 말해 '상처'를 언급하고 있죠. 나쁜 흔적은 최대한 은폐하려 할 것이지만 좋은 흔적은 최대한 많이 남기려고 하겠죠.

저는 제가 왜 이렇게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데요. 일명 좋은 흔적은 남기기 위해서라는 잠정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여기서 좀 소개해 볼까 합니다.

노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사랑은 유한성을 가진 인간이 되지도 않는 무한성에 도전하는 일입니다. 해 봤자 100년 정도의 제한된 무한성을 인정받죠. 이것보다 좀 긴 것이 있습니다. 뭘까요? 예술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유명한 말 들어보셨죠? 이 예술이 바로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몇 백 년 전에 그린 그림을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고요. 몇 백 년에 만들어진 노래를 우리는 지금도 듣고 있죠. 또 몇 백 년 전에 쓰인 책을 우리는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인간이라는 보편성을 화두로 삼았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유한한 인간이 무한적 시간에 도전하는 일이라서가 아닐까 싶네요.

글이나 시를 쓰는 문학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가는 죽는 우리가 그걸 통해 자신의 물리적 생명 시간은 어찌할 수 없으나 의미적 생명 시간은 확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저 역시 그렇게 믿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무언가 좋은 흔적을 남겨 놓으면 사후에도 제가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요.

간단히 말해서 사진 자료 같은 거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요. 인간의 머릿속에서 저장된 데이터는 어느새 사라질 수 있지만 물리적인 사진을 찍어서 인화해 놓으면 나중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추억하는데 유용한 수단이 되잖아요.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은 그 용량과 선명도에서는 앞서지만 너무 많은 양이 오히려 우리의 검색을 방해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인생의 깊이를 좀 알게 되면 클래식이나 고전 등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그만큼 죽음의 시간과 가까워지며 자신이 가진 인식이나 정신의 폭을 확장하고픈 것이 아닐까요? 인간은 죽으면 다 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끝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바로 예술과 같이 좋은 흔적을 남기고 싶은 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게 제가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이유라고 말하면 고개가 끄적여 지시나요?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인생은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죠. 발생한 사실 그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전 예술의 매력이 그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든 사람은 뭔가를 생각하고 만들었겠지만 우리 각자는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죠. 만약 예술에 관한 한 가지 생각만 존재한다면 이토록 우리가 예술을 오랜 기간 사랑하진 않겠죠? 노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네요. <가사실종사건>은 저만의 해석일 뿐입니다. 진짜 작사나 작곡가의 의도, 다른 분들의 해석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죠. 그래서 음악과 독서 같은 것은 평생 못 끊을 것 같아요.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NO.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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