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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01. 2024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작사/작곡 심수봉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심수봉'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AaJsKjG_QA? si=clHrqR6_4 P2 Asywu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사랑의 괴로움을 몰래 감추고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던 그 사람


그 어느 날 차 안에서 내게 물었지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게 뭐냐고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며

고개를 떨구던 그때 그 사람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고

위로하며 다정했던 사랑한 사람


안녕이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지금은 어디에서 행복할까

어쩌다 한 번쯤은 생각해 줄까

지금도 보고 싶은 그때 그 사람

....
이제는 잊어야 할 그때 그 사람


-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가사 중 -




심수봉은 1978년 MBC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그때 불렀던 곡이 바로 오늘 소개드릴 노래입니다. 대학가요제 이전에 호텔에서 피아노 치는 알바를 하다가 나훈아 선배가 그녀의 노래를 듣고 깜놀하여 레코드 사장님을 모셔와서 음반을  기회가 있었으나 음반사와의 분쟁으로 데뷔가 취소되기도 했네요.

가수로서 성공하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해서 스님이 지어준 법명이 심수봉이라고 하네요. 대학가요제에서 상은 받지 못했지만 이 노래는 히트를 했죠. 그때 출연자가 임백천, 노사연, 배철수 등으로 쟁쟁했습니다. 이 정도 라인업이면 너무 서운하게 생각 안 하셔도 될 듯요.

불우한 유년 시절로 인해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기에 태어난 노래가 1978년 발표한 '사랑밖에 난 몰라'가 아닐까 싶네요. 사연을 알고 나니 왜 그녀의 노래가 구슬픈지 좀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남편이 그 빈자리를 매워졌다는 후문입니다. 다행히도 그녀의 집안이 음악을 했기에 여러 서부터 음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었네요. 주 전공은 재즈고 드럼도 쳤습니다.

중학교 때 미세한 소리에도 뇌에 치명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뇌신경인플레'라는 희귀병에 걸려 2년 휴학을 하고 치료를 하기도 했습니다. 알바를 하다가 경호실장 눈에 띄어 박정희 대통령 만찬 자리까지 가기도 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일본 여자로 오해를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다 박정희 대통령의 연회에 초대를 받아 간 자리에서 김재규의 총에 맞아 사망했던 10.26 사태를 목격하게 되죠.

심수봉은 2가지 측면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가수입니다. 하나는 싱어송라이터였다는 점이고요. 다음은 트로트와 발라드의 그 중간 어딘가를 장르로 한다는 점이죠. 물론 코맹맹이 목소리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고요. 그녀의 노래 대부분은 그녀가 작사작곡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도 그렇고요. 우리나라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죠. 가끔씩 TV에 나와서 얼굴을 뵙는 것이 반가울 따름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그때 그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기억 속에서 꺼내서 회상하는 것 같죠. 정통 트로트와 발라드의 중간 장르이기도 하고 직접 작사를 해서인지 가사 길이가 그래도 좀 됩니다. 저는 안도합니다. 하하하. 여러분들에게도 '그때 그 사람'이 있으신가요?

화자가 가진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좋은 기억입니다. 그래서 상대를 기억 속에서 놓아주기가 힘든 것이겠죠. 첫 가사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사랑의 괴로움을 몰래 감추고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던 그 사람'입니다.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멜랑꼴리 해집니다. 그런 날 생각이 나는 사람이군요. 평소에 말은 없었지만 사랑으로 인해 발생하는 힘듦을 혼자 참고 인내하는 사람이었네요.

'그 어느 날 차 안에서 내게 물었지/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게 뭐냐고/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며/ 고개를 떨구던 그때 그 사람' 부분입니다. 사랑은 헤어지면 끝나지면 정은 지속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죠. 마치 그 사람이 화자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장면처럼 보이지 않나요?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정이라는 놈이 자신의 발길을 막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상대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고/ 위로하며 다정했던 사랑한 사람/ 안녕이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지금은 어디에서 행복할까/ 어쩌다 한 번쯤은 생각해 줄까/ 지금도 보고 싶은 그때 그 사람' 부분이 하이라이트죠. 아플 때가 가장 외롭고 서러운데 그때 곁을 지켜주던 세상 다정했던 사람이었지만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네요. 그러니 화자는 그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고 그 얼굴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2절에서는 '외로운 내 가슴에 살며시 다가와서/ 언제라도 감싸주던 다정했던 사람/ 그러니까 미워하면은 안 되겠지/ 다시는 생각해서도 안 되겠지/ 철없이 사랑인 줄 알았었네/ 이제는 잊어야 할 그때 그 사람' 부분이 나옵니다. 그 사람이 베풀었던 사랑을 생각하면 말없이 떠났다고 뭐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특히 화자가 철이 없던 탓에 상대를 힘들게 했을 것을 암시하죠. 그러면서 떠난 사람을 계속해서 품고 사는 것도 아니니 이젠 그 사람을 기억 속에서 보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흑흑. 느므 슬퍼ㅜㅜ


음. 오늘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기억'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상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기억하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객관적 사실은 하나인데,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 그 기억이 달라지는 거 아시죠?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다수의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객관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사건의 재구성 같은 것을 진행하잖아요.

일부러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음에도 사건은 왜곡되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가진 기억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죠. 뭔가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보지도 않았는데 본 것처럼 이야기를 짜 맞추도록 우리 뇌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랄까요.

물론 발생한 사실에서 좋은 점만을 빼서 기억 창고에 저장한다면 좋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재수가 없던 것이었는데 나쁜 기억들만을 골라서 담고 사는 경우겠죠. 물론 우리가 의도나 의지를 가진다고 해서 기억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기억에 의존하는 삶보다는 기록에 의존하는 삶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저도 예전엔 책을 읽으면 그냥 기억에 의존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많은 책을 읽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책 표지를 봐도 읽었나 안 읽었나 헷갈리기도 하고요. 그러니 당연히 그 작가가 말한 주제를 단박에 꺼내 보이지 못했고요.

그래서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독서 유감> 코너에 실어 보기도 하고, 작은 노트에 감명 깊은 말들을 적어 놓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브런치도 일종의 기록인 셈이죠. 그때 그때 느꼈던 음악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여기에 끄적거려 보는 겁니다. 기억보다는 오래갈 테니까요. 물론 추후에 생각이나 해석이 바뀔 수도 있지만 말이죠.

세상에는 하나의 팩트만 존재하지만 우린 그걸 주관적 기억에 의존하며 입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팩트가 무엇인지를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요. 운 좋게 사건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자신이 본 이 팩트가 될 가능성만큼 안 될 가능성도 크니까요. 그러니까 기록의 힘에 기대 보는 수밖에요.

여러분들은 어떤 식으로 삶의 기록을 남기시나요?나이가 들면서 기억보다는 기록에 더 많은 공을 들이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기록은 가시적으로 눈에 보여서 축적하는 즐거움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기억을 기록으로 잘 남겨 보아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도 심수봉 씨처럼 70년 가까이 살면 이런 파란만장한 기록과 기억을 남길 수 있을까요? 연예인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1인이라서 이 정도까지는 아닐 듯싶네요. 하지만 작은 기억이라도 차곡차곡 쌓으면 삶의 파란만장함은 못 뛰어넘어도 생각의 파란만장함은 그 근처 언저리에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전자책을 보다 보니 읽은 책을 기록하고 별점을 남길 수 있어서 좋더군요. 표시도 할 수 있고요. 기존 종이책에서는 못 느끼는 장점 같아요.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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