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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04. 2024

박윤경의 <부초>

작사 김순곤 작곡 임종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윤경'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flbveOO5 no? si=s3 b6 MhmZsM3 SxOKZ

강물 같은 세월에

나는 꽃잎이 되어

떠다니는 사랑이 되어


차가운 거리를

떠돌다 가지만


당신 모습

따라오네요


- 박윤경의 <부초> 가사 중 -




사랑의 속삭임

화려한 불빛 속


사랑을 잊기 위해

그늘을 찾아 숨어

어둠을 먹고 살아


울고 싶은 밤

외로움이 밀려오는 밤


나 하나만 사랑했던

진정 소중했던

 생각


하염없는 시간 속

꽃잎처럼 흩어져

떠다니는 사랑


바람까지 불어

싸늘한 거리

쓸쓸한 거리


떠돌아 보지만

따라오는 니 모습만





박윤경은 1989년 MBC 강변제 출신으로 1991년 데뷔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그녀의 데뷔 앨범에 실린 곡이죠. 어머니가 작곡가 임종수 씨와 친해서 데뷔하기 전까지 연습생으로 4년을 보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노래의 작곡가도 임종수 씨입니다. 그 이후 1990년 MBC 신인가요제에서 가창상과 대상을 받으며 유망주가 되면서 데뷔를 했고요.

이후 낸 음반들이 그리 잘 되지 않던 중 2006년 위의 80%나 절제하는 위암 수술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2008년 8집으로 재기했죠. 2013년 9집 앨범 <도도한 여자>를, 2018년 'Victory 평창'이라는 정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그녀의 노래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은 '부초'와'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데 다 1집에 실렸죠.

가수활동 외에도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고 있어 프로필에 가수이자 기업인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요. MBN '현장로프 특종세상' 프로그램에서 근황을 밝혔는데요.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고 옆에서 후배 가수였던 남편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고 있다고 하네요. 위암 수술 몸무게가 10kg이나 빠져서 39kg까지 갔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후문입니다.

저는 그녀의 오뚝이 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마이크를 잡으러 돌아온 정신력이 참 대한 것 같습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강점이죠. 아무튼 건강한 삶을 기원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부초'입니다. 땅에 뿌리를 박지 못하고 물속에 떠 있는 풀을 말하죠. 예전에 김용임의 '부초 같은 인생'이라는 노래에서 소개해 드린 적 있는데요. 그것보다 10년 전에 나온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임이 떠나 마음을 둘 곳 없는 화자의 심정을 그린 노래라고 보면 되겠죠?

트로트로 분류되는 노래여서 가사가 무척 짧습니다. 참고로 노래 창법만 보면 전통 트로트처럼 꺾기 같은 건 나오지 않습니다. 한 소절 한 소절 꾹꾹 눌러가야 해석을 해야겠죠? '화려한 불빛 그늘에 숨어/ 사랑을 잊고 살지만'이 첫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이후를 노래한 것 눈치채셨죠? 화려한 불빛과 그늘은 대조를 이룹니다. 세상은 밝고 환하지만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화자는 어둠 속에 갇혀 있죠. 사랑을 잊고 산다기보단 견뎌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울고 싶은 밤이면/ 당신 생각합니다/ 진정 나 하나만/ 사랑한 당신'입니다. 견디는 시간이 어지면 불현듯 신세 한탄으로 이어지는 깊은 밤이 찾아오죠. 바로 울고 싶은 밤입니다. 그때 화자는 해바라기였던 상대를 기억 속에서 잠시 꺼내보며 마음을 달랩니다.

2절을 살펴볼까요. '바람이 불어/ 쓸쓸한 거리/ 어둠을 먹고살지만/ 외로워진 밤이면/ 당신 생각합니다/ 진정 소중했던/ 나만의 당신' 부분이 나옵니다. 마치 비바람 몰아치는 허허벌판에 서 있는 것 같죠. 해도 떨어져서 어둑어둑한 거리를 혼자 외로이 거릴고 있죠. 어디 하나 의지 할 때 없어 보일 때 꺼내는 마지막 카드는 화자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바로 상대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강물 같은 세월에/ 나는 꽃잎이 되어/ 떠다니는 사랑이 되어/ 차가운 거리를/ 떠돌다 가지만/ 당신 모습/ 따라오네요' 부분입니다. 강물 같은 세월은 무심히 끝도 없이 흐르는 시간을 은유한 듯하고요. 땅에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하는 꽃, 그리고 그 꽃에 의지해 있어야 하는 화자지만 이별이라는 악재에 꽃에 떨어져 날리는 꽃잎이 되어 사랑을 찾아다닌다는 표현이네요. 아름다운 가사죠? 하지만 님은 보이지 않고 차가운 거리만 떠돌고 있는데, 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여 따라간다는 내용으로 읽히네요.


음. 오늘은 '정처 없이 떠돈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정처 없이'는 '정한 곳 또는 일정한 장소 없이'라는 뜻입니다. 한 마리로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이죠. 무언가에 넋이 나갔을 때 흔히 하는 행위 중 하나가 바로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죠. 그러다가 차가 오는지도 모르고 도로 위를 걷다가 빵빵 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반짝 들거나 '백기사'가 짜잔 하고 나타나 구해주는 모습이 드라마속에서 자주 그려지죠.

예전에 '노마드족'이라는 단어가 한 때 유행이었는데요. 보통 우리는 인류가 오랜 기간 정착 생활을 해 온 것 같지만 사실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의 시간이 훨씬 길었죠. 몽골 사람들이 아직도 그렇게 산다고 하죠. 겨울에는 정착생활을 하다가 날이 풀리면 어디론가 떠나는 라이프스타일 말입니다.

한 곳에 정착 생활을 하다 보면 불필요한 물건을 쟁겨놓기 쉽지만 노마드적인 삶을 살다 보면 필요한 물건으로 살림살이를 간소하게 되죠. 그만큼 비우는 삶이 가능해지는 거겠죠? 요즘은 물리적인 노마드적 삶이 아니라 디지털 노마드족을 말하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훨씬 이동이 쉬울 것 같긴 합니다.

물리적인 정처 말고 정신적인 정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까요? 보통 40세를 불혹이라 하는데요. 저도 그 나이대에 해당됩니다. 불혹이라고 하면 혹하지 않아야 한다는데. 저는 40세가 되면 흔들리지 않는다가 아니라 흔들리는 일이 많으니 흔들리지 않도록 해라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립, 불혹, 지천명 이런 건 성인군자들이나 해당될 테고요. 저희 같은 소인들이야 평생 흔들리며 사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늘 정처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글과 책을 만나기 전까지 훨씬 정처 없이 이것 하다 저것 하다, 이거 혹하고 저거 혹하고 그랬으니까요.

사실 이전보다 생의 길이가 배나 길어졌고 변화의 속도가 거의 LTE급 수준이다 보니 이립이나 불혹이니 하는 것들이 지금 시대에는 안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목표를 100년씩이나 유지한다는 게 말입니까 방귀입니까? 하하하. 제2의 직업, 부케, 직업과 취미의 분리 등 정처 없이 사는 삶이 지금 시대에는 더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정신적인 영역도 마찬가지고요.

방황일 수도 있고 자유로움일 수도 있습니다. 정처가 없다는 것 말이죠. 꼭 인생이 목표나 정처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걷다 보면 다리가 아파서 혹은 쉬고 싶은 곳이 생겨서 잠시 공간을 빌려 쓰는 것일 뿐일 수도 있죠. 부초 같은 인생이니 정처 없는 삶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긴 합니다.

인간인 이상 정처는 의식주를 따라갈 겁니다. 과거에도 그랬고요. 직장이나 일자리가 있는 곳이 정처가 될 가능성이 높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서울일 거고요. 정처에 집착할수록 그곳에 정처(집)를 마련하느냐고 대출금에 허덕이며 삶의 자유도는 떨어질 겁니다. 우리 삶이 팍팍한 게 정처를 너무 굳게 정해서는 아닐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글을 적다 보니 꼭 떠도는 삶이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정처 없이 떠돈다는 말 자체를 그동안 너무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닌지 싶네요. 오히려 좋은 말일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라는 말도 있네요. 좀 운치 있고 낭만이 느껴지시나요? 한 겨울에 동굴 속에서 옷깃을 여미며 추위에 떠는 모습이 연상된다고요? 최소한 몸은 묶여 있더라도 생각만큼은 그런 나그네 정신으로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편안한 밤 되시어요. See you. Coming Soon-(NO.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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