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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08. 2024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작사 지명길 작곡 김희갑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최진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edgeLYKd9 gA? si=UzMOZxrfDdzVe2 rK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사랑으로 눈먼 가슴은

진실 하나에 울지요


흐르는 눈물은 없어도

가슴은 젖어 버리고

두려움에 떨리는 것은

사랑의 기쁨인가요


때로는 쓰라린 이별도

쓸쓸히 맞이하면서

그리움만 태우는 것이

사랑의 진실인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가사 중 -




최진희는 1983년에  데뷔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라북도 익산에서 서울로 상경에 오아시스레코드사의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음악학원에서 만난 여자 아이들과 6인조 밴드 <양떼들>을 결성해 활동했다네요. 양떼들 ㅋㅋㅋㅋ. 이후 나이트를 섭렵하며 실력 있는 밴드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김희갑 씨의 눈에 띄어 KBS 드라마 OST인 <그대는 나의 인생>을 부르게 되면서 공식적으로 가수에 데뷔하게 됩니다. 그룹사운드 <한울타리>로 음반을 발매했는데, 기타 연주자였던 허영래 씨가 같이 부른 곡이라고 하네요. 당시 라이오 방송 횟수 1위를 기록할 만큼 히트를 쳤죠.

다음 해에서 2집을 발표하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바로 2집에 실린 곡입니다. 이 노래는 사실 리메이크 곡입니다. 김중순 작사 태원 노래의 <너의 사랑>이 원곡이죠. 원곡은 북한의 외국민요집에 수록되었고 당시 국방위원장이었던 김정일의 애창곡이어서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 공연에 있을 때 몇 차례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김수희, 심수봉, 주현미와 함께 트로트 여자 가수 4인방으로 꼽힐 정도였습니다. 오랜 기간 활동한 만큼 히트곡도 많습니다.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미련 때문에><꼬마인형><천상재회>등이 있죠. 처음에는 발라드 가수였다가 90년대에 완전히 트로트로 전향한 케이스라고 하네요.

본인도 과거에 경기도에서 '사랑의 미로'라는 한정식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고, 딸도 최근에 '애견 운동장'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 가요 데뷔 40년을 넘는 시점이어서 현역 때만큼은 활동을 하지 않지만 그 대신 후배 가수들이 그녀의 노래를 꾸준히 불러주고 있는 점이 위안이 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의 미로'죠.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제목입니다. 그만큼 사랑의 오묘함을 알 수 없다는 화자의 심정을 이 보다 더 잘 은유한 말이 있을까 싶네요.

이 노래는 1절, 2절, 3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후에 같은 후렴구가 반복되죠. 과거에는 이런 방식을 많이 사용한 듯 보입니다.

1절은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사랑으로 눈먼 가슴은/ 진실 하나에 울지요'가 나옵니다. 여기서 진실은 바로 알 수 없는 사랑일 겁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눈물에 흘린다는 것은 사랑의 기쁨 쪽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있는 슬픔 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겠죠.

2절은 '흐르는 눈물은 없어도/ 가슴은 젖어 버리고/ 두려움에 떨리는 것은/ 사랑의 기쁨인가요' 부분입니다. 해석이 난감한 구간입니다. 눈물은 눈에 보이는 부분이고 가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겠죠. 겉으로 보이지 않는 아픔을 말하고 있는 듯하네요. 그다음 가사는 상대의 존재가 지금은 같이 있지만 언제라도 떠날 것 같은 불안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면 어떨까 합니다.

3절은 '때로는 쓰라린 이별도/ 쓸쓸히 맞이하면서/ 그리움만 태우는 것이/ 사랑의 진실인가요' 부분입니다. 사랑을 해 보니 이별이 찾아온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겠죠. 이별 이후에 찾아오는 그리움을 맞이하는 것도 사랑의 일부라는 사실도 함께 말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부분입니다. 작은 가슴과 대비해 사랑의 크기는 어마무시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상처가 상상 이상임을 알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 부분에서는 '끝도 시작도 없이'라는 가사가 눈에 띄는데요. 한 사람을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이 무 자르듯이 시작과 끝을 감히 정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미로'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우리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상황을 '미로'라는 공간에 빗대어 얘기하곤 합니다. 저는 '판단 중지', 혹은 '아타락시아'라는 철학 용어가 떠오르는데요. 우리가 사는 동안 알 수 없는 것들은 마치 미로와 같고, 그것에 대해 서불리 판단하면 안 되며, 그 자체로 판단을 유도한 채로 내버려 두어야 마음의 평안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일 겁니다.

흔히 '침대는 00이다' 식으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특징을 콕 집어서 표현하려고 하죠. 00이라는 자리에 사람마다 다른 단어를 넣는 것을 보면 재미도 있고 이토록 다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는데요. 어느 것도 정답에 가까울 수는 있어도 정답은 아닌 것이죠.

하물며 사람의 감정이 움직여서 발생되는 사랑 따위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수많은 현인들이 사랑의 의미를 나름의 방식으로 정의해 오고 있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합의가 이루어진 적은 없습니다. 이쯤 되면 어려운 질문이라기보다는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우리가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기억을 잘하기 위해서 개념을 단순화해서 머릿속에 저장해야 저장 공간도 덜 쓰고 입출입이 효율적이죠. 그렇다 보니 작은 결론 따위를 자꾸 내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시겠지만 세상에는 답이 없는 문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수준에서 그것에 대해 00을 붙이는 것은 오류에 빠지기가 쉽죠. 미로 속에 갇힌 누군가가 기필코 그 미로를 빠져나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우린 죽음, 사랑, 아름다움 등 우리가 사는 동안 경험해 볼 수 없거나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 그 일부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어줍지 않게 정의를 내리고 그래야만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으로 2~3번만 질문하면 답변을 못하지 않을까요.

사실 무언가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우리는 그 언어에 갇히게 됩니다. 그 이상을 생각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죠. 우리가 알 수 없는 우주에 대해서는 우주는 00이다 이런 시도를 잘 안 하잖아요. 그래서 우주는 우리 모두에게 상상력의 공간으로 열려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우리의 인생길 자체가 미로의 연속이잖아요. 대학이라는 미로를 벗어나면 사회라는 미로가 생기고 결혼이라는 미로를 빠져나오면 자녀양육이라는 미로가 연결되니까요.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 두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인생의 미로에 갇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 수준을 못 벗어날 것 같은 기시감이랄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아타락시아는 과거 에피쿠로스 학파가 주장했던 것인데요. 어떤 것에도 흔들지 않는 영혼의 평정 상태로 최고의 쾌락을 말하죠. 이들은 일명 회의주의자라고도 칭했는데, 모든 판단을 중지하고 모든 것에 무관심하게 되면 이런 상태가 된다고 주장했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살긴 힘들겠지만 무언가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놔두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도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NO.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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