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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15. 2024

이광조의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F. 반가희)

작사/작곡 이광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광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c5PHE5X-p6I?si=Pl-m9m9xw6-G1Tmy

아 당신은

당신은 누구시길래

내 맘 깊은 곳에

외로움 심으셨나요


그냥 스쳐 지나갈

사람이라면

모르는 타인들처럼

아무 말 말고 가세요


잊으려 하면 할수록

그리움이 더 하겠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난 난 잊을 테요


- 이광조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가사 중-




이광조는 1976년 '나들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1979년에는 그룹 해바라기의 멤버로도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가수 데뷔 50년에 가까워진 가수이고 2006년까지 정규앨범만 18집을 냈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의 노래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을 포함해서 1980년 3집에 실린 <오늘 같은 밤>과 1987년 9집에 실린 <세월 가면> 등이 있습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은 1985년 6집에 실린 곡이죠. 종종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곤 한답니다.

우연히 친구 따라 레코드사에 가게 되면서 가수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하고요. 원래 남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히트곡을 발매하며 유명세를 겪을수록 힘들었다고 하고 2000년경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자 돌연 미국으로 떠나 11년간 음악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원조 발라더입니다. 젊었을 때 꽃미남인 데다 워낙 매력적인 미성을 지닌 가수죠. 뭔가 평범하지 않은 옷 색상도 그의 캐릭터를 말없이 거들었죠. 80년대 중반 10대 가수상과 작사가상을 수상한 것이 전부이듯이 인기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며 긴 기간 꾸준히 관련 활동을 했다고 보이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예술이죠.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여러분은 제목을 들으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가까이 가면 가시로 서로를 찌르는 고슴도치나 혹은 아름다운 장미에 손을 가져가면 피를 보이게 하는 가시 뭐 이런 게 생각나시나요? 뭐가 되었든 품고 싶으나 품을 수 없는 안타까운 애절한 사랑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보면 되겠죠?

'아 당신은/ 당신은 누구시길래/ 내 맘 깊은 곳에/ 외로움 심으셨나요'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임을 누구냐고 묻고 있습니다.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죠? 사랑을 가지고 온 사람인 줄로 알았는데 그 사랑이 외로움으로 변한 상황이다 보니 당신의 정체를 다시금 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냐 넌?'이라고 말하며 ' 너 참 오늘 낯설다'라고 말하는 것 같죠? '외로움을 심었다'라는 말이 참 시적입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사람이라면 (2절) 바람이라면/ 모르는 타인들처럼/ 아무 말 말고 가세요' 부분입니다. 괜히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지나 말지 화자의 가슴에 이렇게 깊은 상처를 주고 떠나는 상대에 대한 원망이 녹아 있는 듯하죠. 이제는 남이 된 상황이니 만큼 모르는 타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라고 말합니다. 2절에서는 사람이 바람으로 가사가 바뀌죠. 바람의 속성이 한 곳에 머무르는 법이 없죠. 떠나는 임의 모습을 바람에 비유하고 있다고 보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잊으려 하면/ 할수록 그리움이/ 더욱더 하겠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난 난 잊을 테요' 부분입니다.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잊힘과 그리움이 가사적으로 매칭되고 있죠. 사랑할수록 외로워지고, 잊으려 할수록 그리워지는 상황이죠.

이 노래의 제목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은 가까울 땐 사랑의 대상이지만 멀 때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전환되죠. 마음만큼은 사랑을 지속하고 싶으나 현실은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곁에 두고 싶어도 둘 수 없어 끝내 잊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음. 오늘은 '사랑과 거리의 관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우린 누군가와의 관계를 가깝다 멀다처럼 거리로 나타냅니다. 친척조차도 가까운 친척, 먼 친척 이렇게 구분하기도 하고요. 정도를 나태내는 말이 빈곤하다 보니 사물을 측정하는 거리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사용하는 셈이죠. 친하다, 친하다. 그냥 아는 지인이다. 이런 식으로 사용하더라도 그 거리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네요.

아무튼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나타날 때 사용하는 거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노래에서 나오는 모르는 타인을 0이라는 숫자로 가정해보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100이라는 숫자로 놓고요. 한 사람이 사랑을 하다가 헤어집니다. 숫자 변화는 0->100-> ? 이런 식으로도 되지 않을까요?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가장 많이 아는 상태로 갔다가 그 이후로는 세월이 지나도 잘 변하지 않는 그 사람의 성향 같은 것이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기억이나 추억 같은 거요. 그래서 헤어졌다라도 ? 정도의 영역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되죠. 사랑과 이별에서는 0->100->0의 길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독특하죠?

그럼 0에서 100으로의 그림을 먼저 살펴볼까요? 네. 이때는 죽고 못 살죠. 서로가 알고 싶어 안달이 나서 어떻게든 기회만 되면 둘이 붙어 있으려 하며 서로에 대한 궁금함을 묻고 답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0에서 50을 넘어 100으로 갈수록 반대편에서는 외로움이라는 친구가 소리소문없이 자라죠. 70만큼의 숫자가 생기면 -70만큼의 외로움을 감당해야 합니다. 임이 떠나고 100이 한순간 사라지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겠죠.

0에서 100으로 올라가는 순간의 짜릿함 못지않게 100에서 아래 떨어지는 순간은 그야말로 끔직합니다. 물론 서서히 식어가며 사랑의 감정이 정리되는 커플도 있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별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바닥까지 떨어진 줄 알았던 상대와의 거리는 전에는 보지 못했던 '?'라는 거리로 나타나죠. 바로 그리움이 여기에 포함될 것 같네요. 어떤 숫자에게 출발해 급락했는지에 따라 그리움의 크기도 결정되겠죠.

여기에 마음이라는 변수를 더해 보죠. 빨리 100이고 싶으나 현실은 30인 상황 말이죠. 채워지지 않은 70은 '보고 싶음'이 되겠죠. 그 반대인 하락하는 구간을 살펴볼까요? 현실은 100을 지나 70인데 다시 100이고 싶다면 모자란 30만큼은 외로움이 될 겁니다. 50 정도의 구간에서 갑자기 헤어짐이 찾아와 -50이 되면 100만큼은 그리움으로 남을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타인에게 원하는 거리는 늘 마음과 같지 않다는 점이죠.

더 문제는 서로가 관계에 대해 갖는 거리 측정이 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나는 50 정도로 보는데 상대는 30이나 70 정도로 본다는 말이죠. 그러니 각자가 측정한 거리에서 생각하는 무언가도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거리 측정이 오묘하게 잘 맞는 찰나의 순간을 우리는 '천생연분'이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사랑을 한 번 시작하면 모르는 타인이었던 0의 상태로는 영영 돌아갈 수 없습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니까요. 마지막 자신의 손에 쥐어진 숫자가 -100이 될지 아니면 -1이 될지 겪어보기 전에 아무도 알 수 없죠.

사랑의 거리는 늘 변하기 마련이고 서로 재는 거리도 다른데도 그걸 기꺼이 굳이 서로 감당해 보겠다고 하는 마력.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탄생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 노래를 피처링한 반가희 씨는 제가 참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이 분 영상 찾아보면서 놀랬던 점은 무대에서는 굉장히 강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후드티에 안경 쓴 일상의 모습을 보면 완전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후자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더군요. 가요무대에도 200번가량 출연했을 만큼 경력이 꽤나 있는 트로트 가수입니다. 다른 가수의 노래는 멋들어지게 부르는데 아직 본인 대표 히트곡이 만들어지지 않은 점이 옥에 티죠. 나중에 히트곡이 나오면 그때 다시 소개해 보도록 하죠. 갑자기 여러분에게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은 누구인지 묻고 싶네요. 직장 동료, 학창시절 친구, 부모님? 하하하.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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